좁아진 보폭 때문에 제대로 걷지 못할 뿐더러 오른 팔은 움직이지 않아 물건을 잡기조차 쉽지 않았다. 10개가 넘는 장비가 신체 곳곳을 압박하고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시야를 흐리게 하는 `녹내장 안경’에다 귀마개까지 착용해 의사소통마저 어려웠다.
태어나서 처음 접해본 이 짧은 `생애체험’을 통해 기자는 80대 노인들의 삶을 조금이나마 느껴 볼 수 있었다. 시니어체험관 한 담당자는 이 같은 체험을 통해 고령자들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어린 학생들은 `효’를 배우게 된다고 설명했다.
`역지사지(易地思之)’였다. 최근 정부의 케이블카 설치·운영에 대한 규제완화 방침에 따라 또다시갓바위 케이블카 설치 논란이 일기 시작했다.
케이블카를 설치해야 한다는 사람들은 케이블카 설치를 통해 교통 약자들이 갓바위를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주변 자연환경 파괴를 막고 지역 경제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반대하는 사람들은 불교성지이자 기도도량을 싸구려 관광 상품화하는 것은 물론 오히려 케이블카가 주변 환경을 파괴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개발로 인해 얻게 되는 경제적 이윤과 그것으로 인한 환경 파괴, 이는 어쩌면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것일는지 모른다. 갓바위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마음은 제 각각일 수 있다. 때문에 어느 쪽이 더 옳고 어느 쪽이 더 이득인지, 그 결과도 주사위를 던져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적어도 우리가 갓바위로 향하는 케이블카를 설치하기 전, 이 것 하나만큼은 분명히 해야 한다. 자신이나 자신이 속한 집단의 이익은 이제 접고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대승적 판단을 내려주길 기대한다.
김도훈기자 hoon@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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