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선수들에게 힘 실어줄 ‘베테랑’ 필요성 강조
홍명보 축구 대표팀 감독이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사상 첫 원정 8강 진출을 위한 최종 구상을 마쳤다.
브라질 포즈 도 이구아수시에서 가진 1주일간의 전지훈련을 마친 대표팀은 21일 오전(현지시간) 다음 전지훈련 장소인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향해 떠난다.
홍 감독에게는 불과 5개월 앞으로 다가온 본선을 앞두고 지난 6개월간의 성과와 부족했던 부분을 ‘결전의 땅’에서 되짚어볼 값진 시간이었다.
그는 동메달 신화를 쓴 2012 런던 올림픽에서 보여준 ‘홍명보 축구’의 틀을 유지하되, 여기에 선수 개인의 전술 이해 능력을 향상시키고 베테랑의 관록을 더해 이를 한층 ‘업그레이드’ 시키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공간 좁히고 끊임없이 괴롭히는 ‘홍명보 축구’
공·수의 간격을 최대한 좁혀 상대에게 공간을 내주지 않는다는 것은 현대 축구의 기본 철학이다.
여기에 운동량이 많은 태극전사의 장점을 극대화한 강한 압박과 두터운 수비를 더한 게 ‘홍명보 축구’다.
홍 감독은 “공간을 좁게 만들고 체력이 허락하는 한 끊임없이 상대를 괴롭히고 귀찮게 하는 축구를 본선에서 보여주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런던 때와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면서 “지난해 브라질과 평가전 외에는 모든 경기에서 간격을 좁게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앞으로 계속 꾸준하게 경기력을 유지하는 데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다채로운 전술을 구사하는 감독은 아니다. 상대에 따라 조금씩 변화를 주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4-2-3-1’ 전술을 고수한다.
‘제2의 전술’을 개발해 유연성을 가져야 각 대륙 최강팀들이 몰려드는 본선 무대에서 통하지 않겠느냐는 비판 섞인 전망도 일각에서 나오지만 홍 감독은 현재 전술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에만 집중할 계획이다.
그는 “예를 들어 ‘4-3-3’의 경우 이를 소속팀에서 소화해 본 선수가 단 한 명도 없다”면서 “시간적 여유도 없어 지금 새 전술을 다듬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고 선을 그었다.
◇개인 전술능력 높이고 ‘관록’ 더한다
월드컵이 올림픽보다 몇 계단 수준이 높은 대회인 만큼 선수들이 더 영리하게 움직여야 하고 돌발 상황에서 흔들리지 않도록 ‘무게추’ 역할을 할 노장도 필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홍 감독은 특히 수비시 선수들의 움직임을 가다듬는 게 남은 기간 대표팀의 가장 큰 전술적 과제라고 보고 있다.
지난해 동아시안컵과 평가전 10경기를 치르면서 수비 조직력은 어느 정도 안정됐다는 평가를 들었지만 홍 감독은 성에 안 차는 모양이다.
그는 “포백(4 back) 자원들이 나이가 어리고 A매치 경험이 적다. 지금보다 더 높은 경기력이 필요하다”고 털어놓으면서 “특히 본선 직전 집중적으로 포백 전술을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럽파 선수들이 포진한 2선 공격진에는 “이미 검증이 됐다”며 일단 합격점을 줬다.
다만 홍 감독은 “2선 공격진이 다칠 것에 대비한 ‘플랜 B’는 반드시 준비해 둬야 한다”면서 “이들의 레벨을 받쳐줄 수 있는 선수가 누군지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홍 감독은 최근 들어 그라운드 안팎에서 선수들에게 힘을 실어줄 ‘베테랑’의 필요성을 누차 강조했다. 젊은 선수들의 패기만큼이나 노장의 경험이 중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전지훈현 뒤 ‘영원한 캡틴’ 박지성(에인트호번)과 만나 복귀에 관한 본인의 생각을 직접 들어보겠다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그는 “어린 선수들이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자신감을 얻었지만 월드컵 무대에서는 자신이 느끼지 못하는 부담감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이것이 대표팀이 마주한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