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들 “투표하고 싶어도…힘들어”
장애인들 “투표하고 싶어도…힘들어”
  • 정민지
  • 승인 2014.03.27 17: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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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위 공개 장애인용 신형 기표소도 문제점 많아

“보조인 도움 안받고 투표할 수 있는 근본대책 필요”
“도움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투표할 수 있게 해 달라.”

6.4 지방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지난 국회의원, 대통령 선거에서 문제가 됐던 장애인 참정권에 대한 선관위의 인식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라는 지적이다.

중앙선관위가 간담회 등을 통해 신형 장애인용 기표대를 비롯 장애유형별 투표편의를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정작 장애인들의 ‘스스로 투표하고 싶다’는 요구는 반영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박명애 장애인지역공동체 대표는 지난 대선의 경험을 떠올리며 “이대로는 투표하기 힘들다”고 딱 잘라 말했다.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박 대표는 처음으로 참관인을 신청해 투표를 지켜봤다. 1회용으로 만든 기표소는 전동휠체어가 진입하자 쓰러질 듯 흔들렸다. 또 일반인과 달리 휠체어에 앉은 장애인들은 가림막이 머리만 살짝 가릴 정도여서 비밀선거의 취지가 무색했다.

무엇보다 박 대표는 “일부 투표장에서 활동보조인들이 휠체어에 앉은 장애인을 업거나 안고 들어가 투표를 시키고 나면 그 장애인은 다시는 투표를 하지 않으려 한다”며 “보조인의 도움이나 대리투표가 아닌 스스로 투표할 수 있도록 근본적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지난 2월 21일 중앙선관위가 모든 투표소에 3만대의 장애인용 기표소를 제작·설치한다며 공개한 신형 장애인용 기표소는 장애인 참정권에 대한 낮은 인식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이날 공개한 장애인용 기표소는 폭 95cm에 오른쪽에만 놓인 기표대의 높이는 85cm로 설계됐으며 넓이는 20cm였다. 문제는 전동휠체어나 전동스쿠터를 탑승한 장애인이 기표를 하기 위해서는 기표소 안으로 진입한 뒤 기표대를 향해 상체를 오른쪽으로 90도 가량 힘겹게 몸을 비틀어 투표용지에 표기를 해야 했다. 또 장애정도에 따라 1~2명의 활동보조인이 필요한 데 이들이 들어갈 공간이 없다는 점과 기표대 높낮이 조절 문제도 제기됐다.

장애인 단체는 즉각 “장애인용 기표대가 장애유형을 고려하지 않고 제작됐다며 장애인의 참정권이 여전히 위협받고 있다”고 행정법원에 임시조치 청구를 제기, 선관위는 지난 11일 부랴부랴 정면에 기표대를 추가 설치한 샘플을 제시했다.

한편 지난 24일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는 △ 투표 보조인이 기표소에 함께 들어갈 수 없고 임시 기표소 이용 시 발생할 수 있는 직접선거, 비밀선거 원칙의 훼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공용 기표대 제작 △장애인 당사자의 참여가 차단된 절차 개선 △다양한 장애유형이 고려된 기표행위에 대한 고민 △시각장애인이 본인의 기표결과를 확인하기 어려운 점 보완 등 장애인 참정권 보장에 대한 성명서를 발표했다.

정민지기자 jmj@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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