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독에 휘청대는 청춘…폭력·고성 ‘무법천지’
술독에 휘청대는 청춘…폭력·고성 ‘무법천지’
  • 김정석
  • 승인 2014.03.30 16: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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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동성로의 ‘불금’…삼덕지구대 동행취재
폭행 시비·패싸움·폭주족 출현…사건의 연속
당사자들 언쟁·욕설에 지구대는 아수라장
꼬리문 신고 감당못해 인근 지구대에 지원 요청
삼덕지구대
29일 새벽 2시 14분께 대구 중구 삼덕동 L클럽 앞에서 20대 남성 대여섯명이 말싸움 끝에 패싸움을 벌였다. 이에 삼덕지구대 순찰차 3명이 현장으로 출동, 사건 당사자들을 지구대로 이송했다. 김정석 기자
금요일이었던 지난 28일 오후 9시 대구 중구 동성로에서는 이른바 ‘불금(불타는 금요일)’이 시작됐다.

그 시각 동성로 일부인 삼덕동과 성내동을 비롯해 대봉1·2동, 동인동을 관할하고 있는 삼덕지구대에서도 철야조 12명과 순찰차 4대가 ‘불금’을 맞을 채비를 마쳤다.

삼덕지구대는 송현지구대, 성서지구대 등과 함께 대구지역에서 한 해 출동 건수가 가장 많은 지구대 중 한 곳이다. 클럽과 술집이 대거 몰린 지역 특성상 대원들은 다른 날보다 주말에 더욱 마음을 단단히 먹는다.

비교적 조용하던 삼덕지구대는 밤 10시 40분께 순찰을 나갔던 경관들이 2명의 남성과 함께 지구대로 들어서면서부터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불금’의 시작이었다.

퉁퉁 부어오른 얼굴을 감싸쥐고 지구대로 들어선 이들은 경관들의 제지에도 서로에게 맞았다고 연신 소리를 질러댔다. 한쪽은 “술을 먹다 보면 길에 오줌을 쌀 수도 있지, 그렇다고 사람을 패느냐”고 소리쳤고, 상대편은 “남의 집 앞에 오줌을 누는데 XX 너 같으면 가만히 있겠느냐”고 맞받아쳤다. 곧이어 사건 당사자들의 가족들까지 지구대를 찾아와 고래고래 고함을 치면서 삼덕지구대는 일순간 아수라장이 됐다.

시각이 자정을 넘기면서 지구대에 접수 신고가 급속도로 늘어났다. “술집에 틀어놓은 음악이 너무 시끄럽다”, “20대로 보이는 남성이 술에 취해 길거리에 쓰러져 있다”, “장애인 주차구역에 주차된 차를 빼달라” 등 종류도 다양했다.

이날 철야조 지휘를 맡은 김성용 팀장은 “야간에 지구대에 들어오는 신고들을 살펴보면 상상을 초월한다. 하지만 지구대에 신고가 접수되는 이상 아무리 터무니없는 신고라도 무시할 수 없는 것이 경찰의 의무”라고 말했다.

29일 새벽 1시 30분께는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 인근 대로에 100여명의 폭주족이 등장했다. 폭주족들은 사이렌을 울리고 경광봉을 흔들며 차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내달렸다. 인근에 있던 순찰차량은 폭주족들이 난폭운전을 하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 폭주족이 향하고 있는 북구 칠성동 구역의 교통순찰차에 그 사실을 통보했다.

새벽 2시가 넘어서면서 로데오거리 클럽골목을 지나는 순찰차는 엉금엉금 기어가다시피 순찰을 할 수밖에 없었다. 수백명의 인파가 좁은 골목길을 가득 메우고 있는 데다 술에 취한 행인들이 순찰차를 막고 비켜주지 않았던 까닭이다. 경관들이 사이렌을 울리고 마이크로 길을 터 달라고 수차례 이야기해도 소용없었다.

곧이어 2시 14분께 삼덕동과 대봉동을 순찰하면 순찰차량에 “삼덕동 L클럽 앞으로 출동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20대 남성 여러 명이 서로 패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신고였다. 어렵게 인파를 뚫고 도착한 현장에서는 대여섯명의 남성들이 머리에 피를 흘리며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다시 삼덕지구대. 순찰차량에 실려 지구대로 도착한 이들은 지구대 바닥에 피를 뚝뚝 흘리며 횡설수설했다. 말싸움을 벌이던 중 누군가가 자신의 머리를 소주병으로 내리쳤다는 말 같았다. 이윽고 싸움의 당사자들과 친구들이 지구대로 한꺼번에 몰려들면서, 바로 앞에서도 무슨 말을 하는지 들리지 않을 정도로 지구대가 시끄러워졌다.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성이 진술서 작성을 요구하는 40대 경관에게 “XX 내가 이걸 왜 적어야 하는데 XXX아”라고 욕설을 했다.

욕설을 들은 지구대원은 “과도한 음주로 벌어지는 사건이 대부분이다 보니 아들뻘의 시민에게 심한 욕을 듣는 경우도 셀 수 없이 많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지구대가 북새통을 이루고 있는 와중에도 신고는 끊임없이 접수됐다. 이날 하룻밤새 접수된 신고는 총 43건. 이날은 삼덕지구대가 보유한 4대의 순찰차량으로는 모든 신고를 감당할 수 없어 결국 인근 지구대에까지 지원을 요청했다.

이한훈 삼덕지구대장은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새벽에는 온갖 종류의 신고가 접수돼 대원들이 평소보다 훨씬 힘들게 일한다”며 “그래도 여름철에 비하면 지금은 나은 편”이라고 말했다.

김정석·지우현·김세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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