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사람 없는 ‘걷고 싶은 거리’
걷는 사람 없는 ‘걷고 싶은 거리’
  • 김정석
  • 승인 2014.06.15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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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종합유통단지에 46억 들여 녹색보행가 조성

시설 특성·보행인구 감안 않고 추진…혈세 낭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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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전 11시 대구 북구 종합유통단지 유통로를 따라 조성된 이른바 ‘걷고 싶은 거리’에는 보행인구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김정석기자
대구시가 46억원의 예산을 들여 추진한 종합유통단지 내 녹색보행가로 조성사업과 주변녹화사업이 잘못된 보행인구 예측으로 혈세 낭비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종합유통단지의 활성화를 위해 수십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이른바 ‘걷고 싶은 거리’를 조성했지만, 정작 ‘걷는 사람’이 없다는 지적이다.

일요일인 15일 오전 11시 대구 북구 종합유통단지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유통로 일대는 수많은 차량 통행에 비해 실제로 길을 걷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반면 다푸드포럼 등 대형 행사가 열리고 있는 엑스코와 전자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전자관, 외국계 대형유통업체인 코스트코 홀세일 주변에는 방문객들의 차량으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유통단지에 입주한 업체들에서 수년간 몸담았던 종사자들은 녹색보행로 조성사업이 유통단지 내에서 이뤄져야만 했는가에 대한 당위성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10년 가까이 유통단지 내에서 물류업에 종사하고 있는 이모씨는 “유통단지는 입주업체들의 특성상 차량을 이용해 이동할 수밖에 없는 곳”이라며 “유통단지의 상황은 고려하지 않은 채 수십억원의 예산을 들여 ‘걷고 싶은 거리’를 조성한 이유를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종합유통단지 녹색보행가로 조성계획은 지난 2010년 8월 당시 국토해양부의 도시활력증진사업의 일환으로 선정돼 사업비 129억6천100만원이 투입될 예정이었지만, 64억원으로 절반가량 낮춰졌고 이어 2011년 7월에는 대구시의 투·융자심사 과정에서 보행인구가 적은 점 등을 감안해 사업비가 26억원으로 축소됐다.

종합유통단지 녹색보행가로 조성계획은 추진 초기부터 보행인구를 감안하지 않은 사업 추진으로 갖은 비판에 시달려 왔다. 보행인구가 극도로 적은 1.3㎞의 짧은 구간을 ‘걷고 싶은 거리’로 조성한다며 100억원이 넘는 혈세를 쏟아붓겠다는 데 따른 거부감이 컸던 것이다.

여러 비판에도 불구하고 대구시와 북구청은 지난해 우편집중국과 엑스코, 산업용재관까지의 1.3㎞ 구간에 26억원(국비 12억, 시비 14억)을 들여 녹색보행가로를 조성하고 엑스코 주변에 20억원(국비 14억, 시비 6억)을 들여 녹화사업을 완료했다.

사업 타당성에 대한 연구용역비 2억6천600만원까지 합치면 결국 ‘걷는 사람’이 없는 ‘걷고 싶은 거리’에 총 사업비 48억원이 넘는 돈이 들어간 셈이다.

이에 대해 대구시 경제정책과 관계자는 “걷고 싶은 거리 만들기 사업은 종합유통단지 관리공단 이사회에서 유통단지 조성 이후 노후된 가로 및 인도 등 주변환경 개선 필요성과 함께 유통단지 활성화 차원에서 추진됐다”며 “사업 추진 전 대구경북연구원에 사업에 관한 용역을 실시해 타당성을 점검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다”고 설명했다.

김정석기자 kjs@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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