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예방 이유 구기종목 제한
상반기 행사는 80여건 열려
안내판에도 ‘쾌적하고 안전한 체육공원을 위해 야구, 축구 등의 운동은 삼가해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적혀 있있다. 운동장 바닥 군데군데에는 잔디가 5cm이상 자라있는 곳도 있었다. 운동을 하는 사람은 찾아 볼 수 없었다.
이날 고산골에 운동을 하러 나온 한 20대 남성은 “몇 개월 전에 축구를 하려고 축구공까지 들고 이곳을 찾았다가 현수막을 보고 돌아간 기억이 있다”며 “구민운동장에서 축구를 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는데 좀 황당했다”고 말했다.
남구 주민의 생활체육 공간으로 만들어진 ‘구민체육광장 운동장’이 생활체육 공간으로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만㎡가 넘는 넓이지만 야구와 축구 등을 할 수 없고, 가능한 운동은 평행봉 등 기본 운동 기구가 전부다.
남구청에 따르면, 남구 구민체육광장(봉덕동 1272-1)은 지난 1996년 11월 15일에 근린공원(규모 1만2천406㎡)으로 만들어졌다. 이곳에는 팔 운동기기 등 10여 개의 운동 체육시설을 비롯해 무대와 240석의 관람석이 갖춰져 있다. 운동장은 모랫바닥이다. 이곳에서는 야구와 축구 등 상당수 운동을 아예 할 수가 없지만, 올 들어 상반기 동안에만 80여 건의 행사가 열렸다.
같은 해에 지어진 대구 서구 구민운동장은 주민들의 다양한 운동 취향을 맞추기 위해 축구장과 족구장, 씨름장 등의 시설이 만들어져있다. 규모는 7천800㎡로 남구 구민체육광장에 견줘 훨씬 좁다. 서구는 축구를 하려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사전에 신청을 받고 구민운동장을 무료로 빌려주고 있다.
남구 봉덕동에 사는 한 50대 남성은 “구민을 위한 운동장이 아니다. 남구에는 구기종목할 운동장이 거의 없는데, 축구 한번 하러 다른 지역까지 원정 가서 해야할 판”이라고 말했다.
남구 체육시설과 관계자는 “체육광장으로 만든 시설이기 때문에 축구나 야구를 하면 사고 위험이 있어, 구기 종목의 운동 자체를 못하게 하고 있다”며 “안전을 위해서는 축구장·야구장을 따로 설치해야 하는데 부지가 마땅치 않다. 구기 종목을 원하는 주민들은 일반 학교 운동장을 사용하면 된다”고 말했다.
김지홍기자 kjh@idaeg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