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관용과 조화의 정신으로
<기고> 관용과 조화의 정신으로
  • 승인 2009.07.27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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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선 (대구 장동초등학교 교사)

관용과 조화의 정신은 요즘과 같은 다문화(多文化)사회에서 더욱 필요한 덕목이다. 어느 날, 신문을 펼쳐든 나는 어떤 기사를 접하는 순간 인상이 찌푸려졌다. “태백산 천제단 훼손 용서하소서” 라는 제목아래 특정 종교인들에 의해 수난을 당한 천제단 기사였다.

일부 성숙하지 못하고 편협적인 종교인들로부터 단군상이 훼손된 사건들이 자주 있었다. 유일신 사상이 강한 특정 종교는 우리 고유의 문화를 수용하거나 받아들일 자세가 전혀 없이 자신들의 종교만 강조 한다. 자신들의 종교가 소중하듯이 다른 종교 또는 종교인들을 존중해주는 관용과 조화의 자세가 요구된다.

지난 해 가까운 지인이 결혼식을 한 달도 남겨두지 않고 파혼을 해야만 했다. 주된 이유는 종교문제였다. 여자는 기독교인이고, 남자는 특정 종교를 신봉하진 않았지만 조상대대로 지내온 제사를 지내야 하는 입장인데 그 사실을 알게 된 신부 쪽 부모가 절대로 제사를 모실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고, 남자 쪽에서는 한발 양보를 해서 음식만 만들고 절을 하지 않아도 좋다고 했으나, 제사 음식조차도 만들 수 없다고 하여 결국은 파혼까지 치닫게 된 것이었다.

종교 안에 자신을 가두고 편협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들이 세상에는 의외로 많다는 사실에 유쾌하지 못했다. 최근의 국회 미디어법 통과 사태와 노조 간의 팽팽한 대립을 보면서 상생(相生)이란 말을 수없이 떠올려본다. 상생의 이념은 바로 관용과 조화의 정신이다. 모든 종교는 공존하되, 자신들의 종교만 종교라는 독단성은 사라져야 한다. 서로 존중하고 인정해 주며 관용과 조화로 모든 종교가 인간애가 기본이 되어 조화롭게 상생하여야 한다.

한국인의 종교에 대한 관용과 조화의 모습은 상고시대의 제천, 마을굿, 신 섬김에서부터 찾을 수 있으며 삼국시대 유불선의 전래에 별로 저항도 없이 받아들인 모습과 신라의 불교문화창조, 고려조에 불교가 이념적 중심이 되기보다도 유교와 전통적 종교가 실천적 측면에서 공존한 사례, 조선조 사회가 비공식적으로는 사실상 성리학이 결여하고 있는 기복과 안심입명에 대한 종교적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타종교의 도움을 받기도 한 것은 관용과 조화의 예를 찾을 수 있다.

승병과 유생들의 의병활동도 상호 협조한 모습, 한국 신흥종교들의 종교연합운동에서도 관용과 조화의 정신을 찾을 수 있다. 이는 한국의 사회규범 안에서 서로 질서 있는 관계로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요즘의 몇 가지 사태를 지켜보노라면 관용도 조화도 어디로 갔는지 전혀 찾아 볼 수가 없다.

한국인의 고유한 정신으로서의 관용과 조화의 정신은 한국 종교의 특징적인 모습이다. `종교백화점’이라고 불릴 정도로 한국의 다종교상황은 다른 나라나 민족에서 볼 수 없는 매우 조화적인 모습으로 공존하고 있다. 이는 다양한 이념을 뛰어넘어 인류의 인본적주의적 이상과도 일치하며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홍익정신이 뿌리가 근원적으로 깔려 있다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인간이 인간을 사랑하고, 서로 다름을 인정하며 존중하는 태도는 사회의 기본 근간을 튼튼하게 해주는 기둥이다. 기둥이 흔들리면 안 되는 것이다. 앞으로 사회는 더욱 다문화 사회로 진행되는데 자기 것만 감싸고 고집하며 다른 문화를 인정해 주거나 받아들이지 못하고 내치기만 하는 미성숙한 사회에서는 발전이 있을 수 없다. 종교뿐만 아니라 작은 생활 습관 도 인정하고 배려해 나간다면 사랑이 넘치는 사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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