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나에 담긴 손끝…또 다른 순간이 되다
찰나에 담긴 손끝…또 다른 순간이 되다
  • 황인옥
  • 승인 2015.03.19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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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양성철 개인전, 내달 14일까지 포토스페이스 방천
80년대 초 실험성강한 작품으로 현대 사진 새 지평을 열어
2014 광주비엔날레 초청작 ‘CUT-IN’ 시리즈 30여점 전시
강정
전시작 ‘CUT-IN’ 시리즈 ‘강정’
완행열차
전시작 ‘CUT-IN’ 시리즈 ‘완행열차’
방천에서포즈
사진작가 양성철
처음부터 평범함을 거부했다. 평생 기존의 관념을 뛰어 넘는 사진들로 세상과 소통했다. 이단아로 사는 것이 체질에 맞았다. 왜냐고 물으면 ‘시류에 대한 도전’이나 ‘주체할 수 없는 내면의 분출’ 등의 근사한 이유 하나쯤 떠올려야 하는데 그는 ‘그저 그렇게 하고 싶었을 뿐’이라며 사족을 달지 않았다.

하지만 고집 하나는 있었다. 평생 흑백 사진을 탐구했고 시류와 무관한 주체적 사진에 몰두했다. 그는 70~80년대 대구 사진계에서 현대사진운동을 이끌었던 사진작가 양성철이다.

40여년간 사진 표현의 독립성을 지켜온 양성철(67·사진)의 개인전이 내달 14일까지 포토스페이스 방천에서 열리고 있다. ‘2014 광주비엔날레’ 초대작이자 1984년부터 88년까지 작업한 ‘CUT-IN’ 시리즈 30여점을 전시기간 중에 돌아가며 걸고 있다.

전시작인 ‘CUT-IN’ 시리즈는 카메라의 뷰파인더를 통해 본 자신의 손을 댄 이미지는 보여주고 있다. 손가락은 작가의 눈이 신체적으로 확장된 것으로, 경관의 일부를 이루면서 장면의 여러 측면을 강조하고 있다. 일종의 초현실이다.

양성철은 기성의 사진 관념이나 형식에서 벗어나 실험적이고 혁신적인 사진을 추구해온 2세대 사진작가다. 사진을 시작하고 대구현대 사진의 출발기인 1980년대를 지나 지금까지 사진에 대한 자신만의 시선을 일관되게 고수해왔다. “사진을 시작할때부터 좀 다른 시각을 가졌던 것 같아요. 이유는 모르지만 그냥 그랬어요. 1979년애 매일화랑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는데, 사람들이 작품 감상에 대한 이야기보다 ‘인화지는 뭐썼노, 노출은 얼마나 했나, 니가 작업했나’ 이런 질문들을 쏟아냈어요. 파격적이었다는 것이었죠.”

그가 작업할 시기 사진은 피사체를 비틈없이 정직하게 대면하는 방식이 대세였다. 하지만 그는 비틀고, 뒤집고, 돌렸다.

피사체를 응시하는 카메라에 손가락을 얹어 사진을 찍었으며, 바지를 벗은 하체만을 렌즈에 담았다. 인물사진은 함께 술을 마시며 음주사진을 찍었고, 하나의 사진을 잘라 연결하는가 하면, 자르는 인화지 위에 과다 노출과 노출 부족의 메커니즘을 통해 한 화면에 두 가지 느낌을 담았다. 지금은 불상에 매달리고 있다. 그 또한 거룩한 존재로서의 불상이라는 관념을 뒤집고 인간과 동일시한 시점의 불상 얼굴에 집중하고 있다.

지금이야 대세가 됐다지만 40여년 전부터 그는 이미 회화와 사진의 경계를 넘나들었다. 그의 오래된 사진들이 지금 젊은 작가들의 작업과 비고해도 현대성에서 전혀 밀리지 않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번 전시작인 80년대 초반작품인 ‘CUT-IN’시리즈가 2014년 광주사진비엔날레에 초대되며 시간의 굴레를 훌쩍 뛰어넘을 수 있었던 것도 사진속에 깔려있는 그의 이단아적인 태도가 있었다.

“작가는 미쳐서 작업을 해야 좋은 사진이 나오는데 단순한 사진찍기는 그런 에너지가 나오지 않아요. 창조하는 희열이 없어서 그래요. 원래 풍경과 다른 형상을 만들고 없는 이야기를 만들어 내며 스스로 창조자가 될때 미친듯한 열정이 끓어오르지요. 저는 사진에 기꺼이 창조자를 자처했어요.”

그는 현재 20여년간 몸담았던 교수직과 조직위원과 집행위원 사무국장 등을 맡으며 대구사진의 성장을 이끌어왔던 대구사진비엔날레 일을 내려놓고 김광석길 바로 옆 골목 안 허름한 2층 양옥집 1층을 빌려 전시장과 카페를 겸하는 문화공간 포토스페이스 방천을 운영하며 사진 작업을 겸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자신의 작품만 전시해 왔지만 앞으로는 다른 작가의 전시도 할 계획이다. 단, 그와 ‘성향이 맞아야 한다’는 전제가 달린다.

82~84년 사이에 중앙파출소 앞에서 국내 최초 사진카페를 경영하고 77~82년 사이 향촌동에서 ‘영남음악방송’이라는 유선음악방송국도 운영한 그의 포토스페이스 방천에는 전시 뿐만 아니라 100여개가 넘는 장난감 카레라와 토크쇼 형식의 ‘포토콘서트’도 선보이고 있다. 주인장이 선곡하는 끝내주는 명곡들과 그를 닮은 칼칼하면서도 향 깊은 커피는 덤이다.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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