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하리라
해지고 어두워
오늘이 다하는 책상머리
짐짓 반성할 부끄러움도
칭송받아 마땅할 아름다움도
내것이 아니라는 부당한 세상의 오해
저녁내내 쓸쓸하리라
몸져 누운 아픔의 주변에
천마디 따뜻한 언어도 힘이 없다.
이렇게 하루를 마감하다니
이렇게 한 해를 마감하다니
이렇게 일생을 마감하다니
들판에 피어난 들풀에게
강가에 흘러간 물살에게
길을 막고 물어봐라
저들의 사랑은 단단하지만
뼈가 없어 기쁨에도 흥건히 젖고
아픔에도 마냥 따스하게 스며든다
(이하 생략)
강원도 명주 출생. 본명 박남철. 강릉교육대학, 관동대학 및 한양대학교 대학원 국문과 박사과정 수학. 1983년 `문예중앙’을 통해 등단. 시집으로 『꿈꾸지 않는 자의 행복』 등이 있다.
이 시는 서정적이면서도 주정적이고, 하루의 일상에서부터 한 해와 일생에 이르기까지 삶 자체 속에서 우러나오는 비애와 모순이 시적으로 형상화되고 있다.
`쓸쓸하리라/ 해지고 어두워/ 오늘이 다하는’ 돌이킴의 시간 속에 `저녁내내 쓸쓸하리라’는 시인의 서술은 우리들의 일상에서 만나는 비애와 허무가 형상화돼 있다.
이일기(시인`문학예술’발행인)
저작권자 © 대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