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종, 9회 말 마무리 활약
두산 1점차 맹추격 따돌려
김민식이 2017년 KBO리그의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는 순간, KIA 타이거즈 팬이 점령한 서울 잠실구장 왼편은 말 그대로 끓어올랐다.
몇몇 팬은 눈을 가린 채 떨리는 마음으로 9회 말 수비를 지켜보다가 KIA 우승이 확정되자 옆 사람과 부둥켜안고 환호했다.
사상 첫 ‘단군 매치’가 성사된 KIA와 두산 베어스의 한국시리즈는 4승 1패, KIA의 우승으로 마무리됐다.
KIA는 3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5차전에서 7-6으로 승리하고 2017년 야구에 문을 닫았다.
정규시즌 홈 관중 100만명을 넘은 두 팀이 만났으니 뜨거운 응원전은 불을 보듯 뻔했다.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1차전과 2차전(1만9천600석),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3∼5차전(2만5천명) 모두 가볍게 매진을 달성했다.
KIA가 3승 1패로 앞선 채 맞이한 5차전 잠실구장은 우승을 기대하는 KIA 팬의 목소리가 좀 더 크게 울렸다.
애칭이 ‘단무지’인 노란색 응원봉과 응원 수건으로 무장한 KIA 팬은 쌀쌀한 날씨를 녹이려는 듯 뜨거운 응원전을 펼쳤다.
‘25번 이범호’ 유니폼을 입고 응원 중이던 한 남성 팬은 “저랑 이범호 선수랑 나이가 같아서 더 간절하게 응원한다. 그동안 부진하다가 오늘 만루홈런으로 ‘내가 이범호야’라고 말하는 거 같아서 너무 기쁘다”면서 “원래 오늘 부서 회식인데, 집안에 일이 있다고 둘러대고 나온 거라 기사에 이름이 나가면 안 된다”며 웃었다.
잠실구장 나머지 절반을 메운 두산 팬들은 경기 중반 점수 차가 크게 벌어졌지만, 마지막까지 응원봉과 깃발을 흔들며 저물어가는 한 시즌의 끝을 필사적으로 붙들었다.
두산 응원단장은 마지막까지 “우리의 큰 목소리에서부터 반격이 시작된다. 큰 목소리로 외쳐달라”고 목놓아 소리쳤다.
무기력하던 두산 타선은 이 목소리를 들은 것처럼 7회 말 연속 안타로 대거 6득점, 마지막까지 경기 결과를 알 수 없게 만들었다.
그러나 두산은 9회 말 등판한 양현종을 공략하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 1사 만루 기회를 잡았지만, 박세혁과 김재호가 허무하게 물러났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