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9월 초 전교생 250명은 무씨를 사각 화분에 심고 배추 모종은 넓은 학급 화분에 심었다.
며칠 후 싹을 틔운 무와 뿌리를 내리는 배추를 들여다보며 잘 크라고 응원의 말을 들려주는 학생들 표정은 밝기만 했다.
어느날 화분을 들여다보던 학생들에게 깜짝 놀랄 일이 생겼다. 전날까지도 잘 자라던 무와 배추 잎에 구멍이 뚫리고 어떤 것은 앙상한 잎줄기만 남았다. 울상을 짓는 1~2학년 화분을 유심히 들여다보던 형들이 원인을 찾았다고 말했다. 까만 점처럼 잎줄기에 붙어 있는 것은 벌레의 똥일 것으로 추측했다. 그 말을 들은 학생들이 너도나도 들여다보더니 잎과 똑같은 색깔의 벌레를 여기저기서 찾아냈다. 학생들이 나무젓가락을 들고 옹기종기 모여 앉아 벌레와의 전쟁을 며칠간 벌였다.
씨앗과 모종을 심은 지 80여 일이 지났다. 제법 굵어진 무를 뽑는 날, 작은 씨앗이 이렇게 자랐다며 학생들은 신기해하고 들뜬 표정이었다. 배추를 어떻게 할 것인지 학생들과 협의한 결과 마을 어른들께 나눠드리자는 결론을 얻었다.
배추 50포기를 마을 어른들께 전달하는 날 5학년 이세희 학생은 “작은 모종이 이렇게 자랐다는 게 신기하고, 할아버지 할머니가 기뻐하시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학생들이 따뜻한 마음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일은 가치 있고 행복한 경험이다. 무와 배추를 가꾸며 정성과 노력이 필요함을 알았고 나눔의 기쁨까지 얻은 소중한 체험이었다. 사공혜원(북비산초 5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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