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쌀한 어느 가을날
한적한 시골길을 달리다
우연히 차를 세운 건너편에 시선이 머문다
햇볕 내리쬐는 양지바른 곳
누런 소들과 수십 마리의 흑염소
한가롭게 풀을 뜯으며 즐거이 노닐고
토종닭 가족들 하얀 오리와 어울려 쫄래쫄래 술래잡기 한다
정겨운 풍경을 멀거니 바라보다 시선이 고정된 곳
동물들의 발이다
네발과 두발로 사는 동물들의 공통점은
모두 신발을 신지 않는다는 것이다
빈손과 맨발인 것이다
킬리만자로에 표범이 맨발로 그 높은 곳까지
무엇 때문에 어떻게 올라갔을까
정말 제 발로 오르긴 한 걸까
가만히 내 발을 내려다보았다
삭막한 도시그림을 연출하는 두발들의
한 치 양보 없는 싸움에서
모든 것을 잃어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인식할 수 없으니 비어 있을 수밖에 없는
네 발 생명들의 한가로움을 보며
늘 무엇엔가 쫓기듯 살아가는 일상에서
옭아 메고 있던 굴레의 느슨한 틈 속으로
잠시 나를 밀어 넣어 본다
1962년 경북 상주 출생, 낙동강문학 초대 편집위원장 역임, 현, 낙동강문학 주필 및 심사부 간사, 현, 대구작가회의 회원, 시집 『멸치를 따다 』외 다수
가끔은 나를 둘러싸고 있는 포장들을 벗어버리고 싶을 때가 있다. 삭막한 도시생활을 벗어나 한적한 곳에서 마음의 여유를 찾고 싶을 때, 문득 눈에 띄었던 동물들의 실체. 아무것도 걸친 게 없었다.
하지만 여러 종의 그들도 서로 어울리며 정겹게 놀고 있는 모습이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허덕이는 인간사회와 대조되었다. 가진 게 없으니 욕심도 없을 것 같았고, 말없이 서로 어우러지는 조화를 보며 굴레 속에 갇힌 인간사회의 따스함 같은 게 그리워 졌다.
저작권자 © 대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