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이시하라의 제국주의적 발상
<대구논단> 이시하라의 제국주의적 발상
  • 승인 2009.01.29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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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대 열 (한국정치평론가협회장)

도쿄도지사로 있는 이시하라라는 이름을 가진 `또라이’가 있다. 그의 직책으로 보면 서울시장인 셈인데 이 사람의 장기(長技)는 한국 헐뜯기가 전부다.

도쿄도지사로 당선한 것도 극우적 색채를 드러낸 한국을 잘 씹어서였다고 볼 수 있다. 그는 입만 열면 “일본이 조선을 근대화시켰다” “조선을 병탄한 것은 조선인들이 원해서였다”는 등의 망발을 서슴지 않음으로서 자신의 존재가치를 드러냈다.

게다가 일본의 핵무장을 주장하고 기회만 있으면 자위대를 해외파병함으로서 일본의 대동아공영권이라는 제국주의 시대의 발상을 그대로 옮겨놓고 있다. 일본인들은 양심적인 지성인들을 제외하고는 아직도 군국주의 시대를 그리워하며 그것이 일본의 영화를 대표하는 것처럼 인식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이른바 우익세력이다. 그 중에서도 이시하라는 극우에 속한다.

그는 극우세력과 밀착하여 자신의 정치적 기반을 유지하며 도쿄도지사라는 자리를 이용하여 나름대로의 영향력을 행사한다. 그가 이번에도 기자회견을 통하여 아무도 예상하지 않았던 아이디어를 토해냈다. 인기가 떨어지거나 특별한 이슈가 없을 때에는 의표를 찌르는 기발한 발상을 발표하여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겠다는 객기를 부리는 사람이라 구태여 어떤 논평을 가할만한 가치가 없는 사람이다.

일개 지방의 장에 불과한 그에게 일일이 대꾸해주는 것은 오히려 그의 위상만 높여줄 우려도 있다. 또 정치적 영향력이 미약하기 때문에 만져서 키워줄 필요도 없다. 그래서 국내외 언론들도 모두 잠잠했다. 그런데 연초에 모인 반석회(伴石會) 회장 황경섭이 진지하게 이 문제를 거론했다. 이시하라의 발언은 거들떠 볼 가치가 없긴 하지만 누구라도 한번쯤 규탄하는 것이 옳지 않겠느냐 하는 뜻이었다.

자리를 함께한 동지들도 모두 그의 말에 동조했다. 최동식(갤러리 그림손 대표) 이희원(전 고대 총학생회장) 박영우(윤동주 시사상연구회 회장) 등이다. 세상일이라면 일가견이 있는 사람들이다. 필자 역시 이시하라의 망언을 흘려버리고 마는 것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책무를 다하지 못하는 것으로 판단되었다. 그래서 이 글의 시작부터 그를 `또라이’로 부른 것이다. 정상적으로 상대할 가치가 없는 사람으로 본다는 생각이다.

한국의 언론이 남의 나라 도지사(都知事)를 폄훼했다는 말을 들을 수도 있으나 그가 한국에 저지른 불손함은 진정 `또라이’다. 이제 그의 발언을 정식으로 더듬어보자. 그는 무엄 방자하게도 남의 나라 내정에 간섭했다. 현재 남북이 분열되어 있는 원인이 일본의 한국 강점에 기인한다는 것은 모드 인정하는 역사적 사실이다. 이에 대해서는 아예 모른 체하고 중국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고 있는 북한이 중국으로 편입되어야 한다는 엉뚱한 발상을 편 것이다.

이것은 일본 극우세력에서도 감히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있었던 것을 이시하라의 궤변을 통해서 세상에 내놨다. 덧붙여 남한에서도 이를 환영할 것이라는 견강부회까지 하고 나섰다. 반만년 역사를 자랑하는 한국은 그동안 역부족으로 타국의 침략을 받고 고초를 겪기는 했지만 일본처럼 통째로 빼앗아가지는 않았다. 이러한 전력을 가진 일본인이 한반도 문제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하는 것 자체가 내정간섭이다.

북한에 대해서는 나라를 들어 중국에 바치라는 주문이니 정신병자 아니고서는 어찌 그런 말을 할 수 있을 것인가. 명색이 일본 수도의 최고 책임자라는 자의 수준이 이 정도니 일본인을 가리켜 `경제동물’이라고 지칭하는 게 무리가 아니다. 이시하라는 그의 선조들이 조선에 대해서 저질렀던 고문과 학살의 역사를 미화시키는 사람이니 구태여 그의 언동을 트집 잡는 것이 부질없는 일인걸 모르지 않지만 참으로 한심하다.

이런 발상을 가진 일본인이니 멀쩡한 한국 땅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주장하는 뻔뻔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세종대왕은 왜적들의 해적질을 징치하기 위해서 우리 역사상 처음으로 대마도를 정벌한 바 있다. 이 때 영구적으로 대마도를 조선의 땅으로 편입시킬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세종은 대마도주로부터 “다시는 해적질을 못하게 단속하겠다.”는 항복문서를 받고 깨끗이 퇴각했다.

한국에서 지금이라도 대마도는 한국 땅이라고 주장한다면 일본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천길 만길 길길이 날뛰며 한국을 규탄하고 나설 것 아닌가. 역지사지(易地思之)로 남을 배려할 줄 알아야 선진국이다. 멀쩡한 북한을 중국에 넘기자는 발상은 과거 남의 나라만 침략해서 고통을 주고 파괴를 일삼았던 일본의 진면목을 그대로 나타내는 일이다.

제국주의 시대를 그리워하는 이시하라의 극우적 발상을 일본 자체에서 제거할 수 있어야 경제대국으로서의 일본의 위상을 드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터인데 아직까지 미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가엾은 일이다. 이시하라는 잘못을 뉘우치고 할복자결을 택하는 일본 사무라이의 전통을 살리는 게 어떻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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