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닐 대신 천 장바구니
비닐 대신 천 장바구니
  • 승인 2018.12.03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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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란
주부
고래가 죽었다. 일회용 플라스틱 컵 115개, 형체 판독 불가의 플라스틱 조각 1천여개, 단단한 플라스틱 19개, 플라스틱병 4개, 플라스틱 백 25개 등 플라스틱 무더기였다. 나일론 가방 1개와 샌들 2개도 나왔다. 또 한 마리의 고래가 죽었다. 구조돼 치료받다 나흘 만에 죽은 돌고래의 뱃속에는 비닐 80여장이 들어 있었다. 고래의 뱃속이 쓰레기로 가득 차서 죽었다는 것은 지구의 환경이 매우 오염되었다는 것을 가리키는 것이다.

인간에게 고래는 친숙하다. 신석기시대 때부터 고래가 우리 민족의 생활과 깊은 관련을 맺고 있었다는 것은 울주 반구대의 바위조각에서 볼 수 있다. 동물·물고기를 비롯하여 사냥·고기잡이 등 많은 장면들이 가득 조각되어 있는데, 그 중 고래와 관련된 장면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어릴 적 읽었던 ‘피노키오의 모험’은 피노키오가 거짓말을 하면 코가 길어지는 이야기다. 거짓말을 하면 코가 길어진다는 것도 동심을 자극하지만, 할아버지를 구하러 고래의 뱃속에 들어가는 내용은 환상적이었다. 입안으로 들어간 할아버지가 살아있는 것도 신기했고, 횃불을 들고 들어가니 동굴처럼 생긴 고래뱃속은 그야말로 환상이었다. <피노키오>에 나오는 고래의 실체는 고래상어라고 한다. 고래상어는 몸길이가 약 12~15m에 이르고 무게는 12톤을 넘을 것으로 추정되는 세계에서 가장 큰 물고기이다. 고래상어에게는 때때로 뱃속의 위를 뒤집어 음식물을 입 밖으로 내놓는 버릇이 있다. 소화되지 않는 먹이를 먹었거나, 뭔가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하는 행동이다. ‘어쩌면 순한 성격의 고래상어가 피노키오를 다치지 않게 삼켰다가, 뱉어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 이야기에 삽입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동물 중에 돌고래 쇼는 우리에게 친숙하다. 어린아이들이나 어른들 모두 돌고래는 소리와 쇼를 보며 탄성을 지르고 박수를 보낸다. 인간조련사와 교감하는 모습의 장면이 영화에서도 많이 나온다. 전문가에 따르면 돌고래는 돌고래끼리도 완벽한 소리의 이미지를 다른 돌고래의 마음에 직접 전달함으로써 교감을 나눈다고 한다. 소와 같은 울음소리를 내고, 사투리로 말을 하고 노래도 부른다고 한다. 강한 자들의 싸움에 끼여 약자가 피해를 볼 때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고 하고, 기대하였던 바와는 달리 성과가 별로 없을 때 ‘고래 그물에 새우가 걸렸다.’는 속담을 쓴다.

이처럼 고래는 해양동물 중 인간에게 가장 친숙하고 환상의 세계로 인도해 준다. 그러한 고래가 인간이 버린 플라스틱과 비닐봉지로 죽음을 당했다. 지구의 환경문제가 심각함을 알려주는 징표다. 고래 뿐이 아니라 해양동물들이 점점 인간이 버린 쓰레기와 오물에 오염되어 언젠가는 인간의 입으로 되돌아 오는 부메랑이 될 것이다.

홍희는 일상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한다. 되도록 플라스틱 컵이나 일회용 컵을 사용하지 않고 머그컵을 사용하고, 퇴근길에 반찬거리를 사기 위해서 핸드백에 늘 천으로 만든 장바구니를 넣어다닌다. 사용한 플라스틱, 비닐 등은 분리하여 분리수거함에 넣는다. 소비자의 노력만큼이나 생산자들도 제품포장이나 용기사용에 플라스틱 대신에 재활용이 가능한 폴리프로필렌 용기를 사용하는 곳도 있다. 생분해성 플라스틱 포장지를 사용한 식료품도 생겼다. 또다른 고래의 죽음을 막기 위해선 플라스틱, 비닐 사용을 줄여야 할 것 같다. 생산자도 줄이고 소비자도 줄이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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