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대하듯 교감…도자기만의 고유한 미감 포착
사람 대하듯 교감…도자기만의 고유한 미감 포착
  • 황인옥
  • 승인 2018.12.20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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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갤러리 부산점 첫 기획전
구본창展 내년 2월 17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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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창’전이 국제갤러리 부산점에서 내년 2월 17일까지 열린다. 국제갤러리 부산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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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창 作 ‘OM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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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창 作 ‘OM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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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창 作 ‘OM 14’.

시간 초월 조선도공과 합일
실체·허상 경계 없애고 수렴
실물 백자의 결 고스란히 담아
신작 ‘청화백자·황금’ 소개도
인화지 대신 한지·조명 장치 등
새로운 접근 사진계 ‘센세이션’

국제갤러리가 부산시 수영구 옛 고려제강 자리 F1963에 부산점을 개관한 이후 첫 기획전으로 ‘Koo Bohnchang’(구본창)전을 열고 있다. 지난 2006년과 2011년, 개인전에 이어 7년 만에 열리는 작가의 국제에서의 개인전이다. 이번 전시는 작가 작품 전반을 아우른다는 의미 외에도 전시장과 작품 사이의 정서적 맥을 함께 한다는 점도 돋보인다. 50여년 동안 와이어 생산공장과 창고로 사용됐던 고려제강 자리에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한 공간에 들어선 국제갤러리 부산점의 전시공간과 오래된 것들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하는 작가의 작업이 자연스럽게 닮아 있는 것.

특히 이번 전시에는 그의 대표작 ‘백자’ 연작 11점과 새롭게 선보이는 ‘청화백자’ 연작 11점, 대형 ‘제기’, ‘연적’ 등 총 30여점의 도자기 작품을 선보인다.

‘백자’ 연작은 1960년대 말 우연히 잡지에서 영국인 도예가 루시가 달항아리 옆에 앉아있는 사진을 보고 시작했다. 시간의 먼지가 켜켜이 쌓여 사람들의 의식에서 멀어져간 조선의 백자를 새롭게 재해석해 현재의 존재로 드러내고 싶었던 배경이 있었다. 작가가 “모든 사진은 존재와 부재의 갈림길”이라고 했다.  “백자를 단순히 시각적으로 재현하거나 서술하는 것에 그치지 않아요. 백자의 형태를 빌어 존재 자체를 담아내려 하죠.” 백자라는 유물에 상상이 개입할 여지를 제공해 백자의 이미지와 실체 간의 경계를 없애고자 하는 것.

‘백자’ 연작은 다분히 비현실적이다. 흡사 환영같다. 미색 한지를 배경으로 은은한 붉은빛이나 부드러운 회색톤의 조명으로 처리하거나 수평선을 설정해 공간성을 확보하는 등의 장치로 현실과 비현실을 동시에 수렴한다. “수평선을 통해 공간감을 확보하거나 은은한 조명으로 환영처럼 처리하는 것은 차가운 도자기에 따뜻한 온기를 들여놓기 위해서죠.”

작가의 ‘백자’ 연작에는 두 예술가의 그림자가 스며있다. 백자를 빚은 조선의 도공이 최초의 예술가라면, 구본창은 조선 도공이 담아놓은 겸손과 절제의 정신을 재창조하는 최후의 예술가다. 적어도 그의 사진에서는 그렇다. 이때 중요한 것이 긴 시간차로 만나는 두 예술가의 교감이다. 작가의 감정이입이 조선 도공의 정신과 합치할 때 실물 백자의 결을 제대로 담을 수 있다. 교감을 위한 방법론으로 작가가 ‘의인화’를 지목했다.

“악보를 보고 봄을 연주하는 경우와 봄을 상상하면서 연주할 때의 소리는 분명히 달라요. 도자기와도 음악처럼 교감하는 장치가 있어야 한다고 봐요. 그것이 의인화에요. 도자기의 생김생김과 다소곳하게 서있는 자태를 사람을 대하듯 관찰하며 교감하고 있어요.”

세계 각지에 흩어진 조선 백자를 찾아 사진에 담아왔다. 굳이 촬영이 어려운 해외 곳곳의 박물관에 소장된 조선 백자를 고집하는 이유는 있다. “사람들의 애정과 사랑이 담긴 도자기를 만나기 위해”서다. 몇 백년에 걸쳐 왕실이나 양반가의 부엌에서 귀중히 쓰이고 살아남은 조선 백자에 본능적으로 온기를 느끼기 때문이다.

“박물관에 소장된 조선 백자들은 긴 세월을 견디고 살아남은 도자기죠. 형태와 색이 좋아 사랑을 많이 받았다는 의미죠.”

사실 백자 연작을 발표할 초기만 해도 촬영이 쉽지 않았다. 해외박물관 소장 백자 촬영을 허가받기 위해 많은 시간과 공을 들여야 했다. 그러나 15년 정도 흐른 지금은 해외박물관에서 먼저 프로포즈를 해올 정도다. 그가 백자의 아름다움에 대한 재발견, 백자 붐을 일으켰다는 이야기다. 지금은 다른 작가의 회화 작품이나 사진에서도 도자기는 심심찮게 목도된다.

이번 전시에는 ‘청화백자’ 연작과 ‘황금’ 연작을 새롭게 소개한다. 청아하고 소박하며 간결한 아름다움에 매료돼 청화백자 연작을, 시대를 초월해 사랑받아온 황금의 아름다움을 탐구하기 위해 ‘황금’연작을 시도했다. “모든 사물은 그 시대의 언어지만, 지금 유물들을 눈 앞에 두고 현재의 언어로 다시 읽다 보니 오래된 것들의 힘에 절로 감복하게 되죠. 백자를 하다보면 청화백자나 황금 그릇들에 눈이 가는 것은 그런 이유겠죠.”

강렬한 흡입력은 예술의 추동력이다. 사람들의 관심이 높을수록 어떤 형태로든 세상의 변화에 영향을 미치며, 이는 결국 예술이 한 뼘 성장하는 에너지원이 된다. 사진작가 구본창의 탁월성은 흡입력에 있다.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던 대상에 구본창의 시선이 머물면 새롭게 꽃을 피워내고 향기를 들여놓게 된다. 새 생명을 얻는 것이다. 도자기 연작들은 구본창의 탁월성을 입증한 대표작들이다.

강렬한 흡입력으로 발표하는 작품들마다 주목받았던 구본창의 사회적 위상은 사진을 현대미술의 범주로 격상시켰다는데 있다. 그는 인화지 대신 한지를 사용하거나 인위적으로 설정한 사진을 찍거나, 인화한 사진을 대형 인화지에 바느질하는 방식의 작업으로 센세이션을 불러왔다. “내 사진의 일관된 흐름은 가려진 것에 대한 관심이에요. 가려져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것을 포착하는 것이 내 사진예술의 지향점이죠.” 전시는 내년 2월 17일까지.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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