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로 와야 군위가 산다” vs “비안·소보 백년대계 설계”
“우보로 와야 군위가 산다” vs “비안·소보 백년대계 설계”
  • 강나리
  • 승인 2020.01.12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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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통합신공항’ 막바지 유치 열기 고조
“투표·찬성률 100% 달성 독려

대구경북통합신공항 이전지 선정을 위한 주민투표가 약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후보지역인 군위군과 의성군의 막판 유치 열기가 고조되고 있다.

군위군 중심지의 경우 군 단위로 똘똘 뭉쳐 단독 후보지인 우보 지역 유치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는 입장이 대다수였고, 의성군 중심지 역시 공동 후보지인 비안·소보 지역 찬성 의견이 우세했다. 다만 군위·의성 후보지 사이에 낀 군위군 소보면 지역에서는 찬반 의견이 엇비슷하게 갈렸다. 주민 투표일을 10여일 앞두고 있는 현지 분위기를 살펴본다.

 
우보(군위)후보지2-1
군위군 우보면의 통합신공항 후보지 전경.

군위군
 

“외부자금 유입, 후손에 이득
소보에 오면 반쪽짜리 공항
용지 두 장 모두 위에 투표를”
“내 재산이 개발제한구역 묶여
가까운 국가 외에 갈데 없어”


○…지난 9일 찾은 군위군 우보면 일원에는 통합신공항 우보 유치와 주민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내용의 현수막과 함께 공항 유치 시 전투기 소음, 비행안전구역 설정에 따른 재산권 침해를 우려하는 현수막이 혼재했다.

군위 우보면 이화리에서 나고 자랐다는 박모(89)씨는 “아무래도 소음 문제 때문에 곤란한 부분이 있고, 우리같이 나이 많은 사람 입장에선 크게 득되는 게 없다”면서도 “공항이 있으면 지역 홍보면에서나 동네 수준면에서 차이가 클테니 우보 유치에 찬성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군위 우보면에서 5년간 장사를 해왔다는 A(65)씨도 “여기는 개발을 너무 안해서 문제다. 발전이 필요하다”며 “일단 공항이 들어오면 눈앞에 당장 드러나는 이익은 없어도 외부 자금이 많이 유입되니 후손들 입장에선 좋지 않겠나 싶다. 우보지역 찬성률은 한 70% 정도 되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공항 소음 피해를 우려해 우보 유치를 반대하는 입장도 있었다. 우보면 거리 곳곳에 ‘내 재산이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진다’며 전술항공기지 비행안전구역을 표시한 현수막이 내걸리기도 했다.

군위 우보면 이화리 한 방앗간 점주 최모(44)씨는 가게 앞에 공항 이전 반대 현수막을 걸고 장사 중이었다. 최씨는 “공무원들은 군민들 의견을 제대로 안 듣고 유치하면 좋다고만 한다. 대구가 공항을 이전시키는 첫 번째 이유가 소음이 아니냐”고 강조하면서 “신공항은 말이 국제공항이지 동남아, 일본 등 가까운 국가 말고는 갈 수 있는 데가 없다. 지금도 해외를 가면 인천이나 김해를 가지 대구공항은 안 간다”고 말했다.

○…같은 날 찾은 군위읍 군위군청 주변에도 ‘우보 찬성 100%, 소보 반대 100%’라고 적힌 현수막이 도로 양쪽 끝까지 내걸려 있었다. 군청로 양 옆 게시대에 ‘희망의 새하늘길 우보가 정답’, ‘대구 민·군 통합공항 우보 유치 군민의 힘으로’, ‘통합신공항이 우보로 오면 군위가 확 바뀝니다’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 수십 장이 붙어 있었다. 군위읍 중앙길 상가 외벽에도 사전 투표일과 투표 용지를 안내하며 ‘두 장 모두 위에 찍자’고 적힌 현수막이 나붙었다.
 

군위군에걸린유치신청관련현수막
군위군에 걸린 유치신청 관련 현수막.

○…단독 후보지(우보)와 공동 후보지(소보·비안) 사이에 낀 군위군 소보면에서는 주민 의견이 가장 엇갈렸다. 같은 날 오전 11시께 송원리 소보면사무소 앞 송원교 입구에는 ‘지하철·고속철도 소보공항과 연결된다’, ‘공항은 소보로, 문화관광은 우보로’, ‘민·군 통합공항 우보유치 군민의 힘으로’ 등 우보 지지와 소보 지지 현수막이 섞여 걸려 있었다.

이날 소보면사무소 인근에서 만난 이모 할머니는 “(공항이)우보로 가면 온전한 군위 것이지만, 소보에 오면 반쪽짜리 공항이 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군위군 발전을 위해 우보로 가는 건 찬성, 소보에 오는 건 반대”라고 말했다.

반면 송원리 한 철물점 점주 최모(여·68)씨는 “우보에 생기나 소보·비안에 생기나 소보는 똑같이 시끄러울 것”이라며 “우보에 들어오면 그쪽만 발전할 테니 소보는 시끄러워도 발전하는 건 없을 것이고, 소보가 활성화되려면 공동 후보지에 들어오는 것이 낫지 않겠냐”고 말했다. 복성리 마을회관에서 만난 주민 남모(76)씨는 “처음에는 거의 100%가 소보에 들어오는 것에 반대하고 우보를 지지했는데 지금은 70~80% 정도로 줄었다”며 “연세가 많아 농사를 못 짓는 사람 중 보상받아서 집이나 짓고 살면 좋겠다고 하는 사람이 갈수록 많아진다”고 전했다.

 

비안(의성)후보지
의성군 비안면의 통합신공항 후보지 전경. 전영호기자 riki17@idaegu.co.kr

 

의성군
 

“투표·찬성률 100% 달성 독려
지방소멸 위험지역 우려 해소
탈락지 인근도 함께 발전 기대”
“소음 피해 귀농귀촌인 다 떠나
땅값 폭락…우려의 목소리도”


○…지난 9일 오전 10시께 경북 의성 비안면사무소로 들어서는 길목. 도로 왼쪽에 ‘신공항 유치 찬성’ 현수막이 나붙었다. 이두1리 주민 일동이 건 현수막이었다. ‘여러분의 투표가 미래를 바꿉니다’, ‘투표율·찬성률 100% 달성하자’ 등 주민투표를 독려하는 문구가 상당수였다. 비안파출소 앞부터 비안우체국까지 700m 남짓한 강변길에는 신공항 유치 찬·반 의사를 나타낸 현수막 20여 장이 나붙었다.

이두1리 일대 가게는 집집이 유치 찬성 현수막을 하나씩 걸었다. 이들 사이로 ‘땅값폭락 K2 군공항 이전 반대’, ‘군공항 소음피해 귀농귀촌인 다 떠난다’ 등 반대 현수막도 보였다.

비안면사무소 인근 한 식당 점주 전영경(65)씨는 사비로 현수막을 제작해 건물 외벽에 걸었다. 전씨는 “공항이 오게 되면 의성군과 비안면이 발전할 수 있으니 유치에 찬성한다. 의성이 지방소멸 위험지역 1위고 인구가 줄어들고 있어서 경제적 발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동 후보지로 신공항 이전 시 활주로가 들어설 비안면 도암리 주민 김모(63)씨는 신공항 유치 시 이사를 가야 할 형편인데도 유치에 찬성한다고 했다. 김씨는 “나 같은 사람은 고향이 없어지니까 손해지만 대승적 차원에서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해야 한다. 보상을 받아도 그 정도 땅을 다른 지역에서는 절대로 못 산다”며 “하지만 나이가 좀 있는 사람들은 100년 뒤 후손들을 생각해 (공항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성읍사진1
의성군의 한 건물에 걸린 유치신청 현수막.

○…이날 오후 2시께 의성읍 일대에서도 신공항 유치를 바라는 주민 염원을 느낄 수 있었다. 의성군청 주변까지 이동하자 유치 열기가 더욱 달아올랐다. 후죽리 의성군청 앞 거리에는 “‘통합신공항 이전은 의성이 딱 좋아’, ‘비(행기가) 안(전하게 이·착륙하는 곳)’, ‘투표·찬성으로 보여주자. 의성 마늘의 힘!’, ‘내 손해나도 꼭 찬성, 발전된 의성이 알아주고 보상합니다!’, ‘비안·소보가 함께 백년대계 설계합시다’ 등의 다양한 현수막이 내걸려 눈길을 끌었다. 주변 점포들도 ‘도청 유치 못 했어도 공항 유치하고 만다’, ‘독립운동은 못했어도 공항유치운동은 한다’ 등 현수막을 건물 외벽에 걸고 유치 활동에 동참했다.

의성군청 앞에서 만난 상리리 주민 이모(여·45)씨는 유치 찬성 의사를 밝히고 “의성이 경제적으로 침체해 공항이 들어오면 활성화되지 않을까 기대한다”며 “공항 근처에 사는 사람은 소음 걱정도 있겠지만 의성 전체적으로 봤을 때 유치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군청 인근 상가에서 만난 김성동(54·의성군 봉양면)씨도 “소음 때문에 시끄러워서 손해를 보긴 하겠지만 지역 발전에는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주민투표 이후 두 지자체 간 갈등을 줄이는 한편 침체된 지역 경제를 함께 살리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특히 둘 중 어느 곳이 선정되든 지역 갈등이나 반목은 없어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의성군청 인근 부동산 직원 A씨는 “매스컴에서 만약 군위로 공항이 이전되더라도 인근 지역인 의성도 내버려두지 않고 함께 발전시키겠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탈락 지역 인근도 경제적으로 상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병태·강나리·정은빈·박용규·김수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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