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vs 구자욱’ 자존심 싸움…팬들만 속 탄다
‘삼성 vs 구자욱’ 자존심 싸움…팬들만 속 탄다
  • 석지윤
  • 승인 2020.02.09 21: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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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협상 장기화 조짐
구단 “올해 삭감 불가피”…선수 “부당한 처사 ”
팬들은 현수막 걸어 구단보다 선수 측 힘 실어
구자욱현수막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 건너편에 구자욱을 응원하는 팬들의 현수막들이 걸려있다. 석지윤기자

삼성 라이온즈와 구자욱(28)은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까.

현재 경산 볼파크에서 잔류조 선수들과 훈련 중인 구자욱은 지난 3일 구단과 연봉협상 테이블에 앉았지만 서로간의 입장차만 확인했다. 양측은 이후 추가 협상없이 관망하고 있는 상황이다. 6일 다시 만남을 가질 것으로 알려졌으나, 사실무근으로 확인됐다.

삼성구단 측은 지난해 연봉 3억원에서 4천만원 삭감한 2억 6천만원을 제시했지만 구자욱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후 구단은 1차 제시안보다 소폭 인상된 수정안(2억 7천만원)을 다시 제시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결렬됐다.

이 때문에 연봉 계약을 하지 못한 구자욱은 지난달 30일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로 떠난 선수단에 합류하지 못했다.

구자욱의 연봉협상이 사실상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현재 상황으로서는 3천만원의 금액보다는 서로간의 입장과 자존심 싸움으로 번지고 있는 형국이다.

이와 관련해 삼성 관계자는 “구자욱과 다시 만나는 일정은 현재로서는 정해진 것이 없다”며 “그동안 구자욱과 충분히 논의했고, 구단의 최종 제시안이 바뀔 가능성은 없다”고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구단은 성적을 바탕으로 한 고과산정 방식에 따라 구자욱의 입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구자욱은 지난시즌 부상 등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여 ‘커리어로우’를 기록하며 삭감 요인이 충분하다는 것. 더구나 고과산정 기준을 무시한 채 연봉을 지급하는 것은 다른 선수들과 형평성 문제가 우려될 수 있기 때문에 연봉 삭감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구단의 설명이다,

구자욱도 구단에 섭섭함을 토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자욱은 그동안 좋은 성적을 거뒀을 때에도 가을야구에 실패한 ‘팀 사정’을 고려해 협상에서 주장을 내세우지 않고 구단의 제시액에 군말없이 따랐다는 입장이다. 때문에 같은 연차의 선수들과 비슷한 성적을 거둬도 작은 인상폭 탓에 비교적 낮은 연봉을 받아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단 한 시즌의 부진으로 대폭 삭감을 제시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구자욱은 협상에 진전이 보이지 않자 지난 4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시된 삼성 관련 게시물을 모두 삭제했다.

이처럼 구단과 선수 모두 좀처럼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구자욱의 오키나와 캠프 합류조차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야구관계자들 사이에선 앞서 과거에 팀과 마찰을 겪었던 다른 선수들의 사례처럼 구자욱이 끝내 스프링캠프에 합류하지 않을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 2008 시즌을 앞둔 당시 두산 소속 홍성흔은 포지션 문제로 구단과 마찰을 겪은 뒤 스프링캠프에 불참하고 국내에서 훈련을 했다.

삼성팬들 사이에서는 구자욱을 ‘연봉 욕심에 눈이 멀어 팀 분위기를 해치는 선수’로 여기기보다 ‘팀에 희생했으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불운한 선수’로 바라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팬들은 구자욱과 구단의 갈등이 불거진 뒤 경산볼파크와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 인근에 구자욱을 응원하는 현수막들을 내걸며 구단보다 선수 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일각에선 삼성의 연봉책정 기준이 불명확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구자욱은 1군 데뷔 첫해인 2015년 116경기에 출장해 타율 3할4푼9리(410타수 143안타) 11홈런 57타점 97득점 17도루를 기록하며 신인왕을 차지했다. 이후 꾸준히 성적으로 기록하며 삼성을 대표하는 선수로 발돋움했다. 지난해 타율 2할6푼7리(475타수 127안타) 15홈런 71타점 66득점으로 다소 부진했다.

하지만 1군에 데뷔한 2015년부터 삼성 타자들 중 구자욱의 누적 WAR(대체선수대비승리기여도) 19.77(스탯티즈 기준) 이상을 기록한 선수는 없다. 한 시즌으로만 따져도 구자욱보다 높은 WAR을 기록했던 타자는 지난 시즌의 이원석, 김상수 둘 뿐이다. ‘커리어로우’를 찍은 와중에도 구자욱의 활약은 팀내 다섯손가락안에 들었다.

연봉협상이 장기화돼 스프링캠프 합류 시기가 늦어질수록 구단과 선수, 양 측 모두 손해다. 하루빨리 시즌 준비에 매진할 수 있도록 양측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석지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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