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애, 사랑의 원리
박애, 사랑의 원리
  • 승인 2020.02.10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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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윤 SQ힉스아카데미 대표, 경영학 박사
자유와 평등 그리고 박애를 혁명 이념으로 하는 프랑스 혁명은 프랑스에만 국한된 역사적 사건이 아니라 아직도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재적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1789년에 일어난 프랑스 혁명은 자유와 평등 그리고 박애를 이념으로 모든 사람이 저마다 동등하게 주인이 되는 시민사회의 도래를 촉발하게 한 사건이었다.

그러나 인류는 20세기에 자유와 평등이라는 두 가지 이념만으로 첨예하게 대립했다. 그 결과, 세계는 자본주의 진영과 사회주의 진영으로 양분되었고, 우리나라는 남과 북으로 갈라졌으며, 우리 사회는 극단적 진영 대립으로 양분되었다.

이 두 이념의 대립 과정에서 우리가 잊고 있었던 것은 ‘박애’라는 이념이다. 만일 박애가 자본주의의 지나친 사적 소유를 억제할 수 있었다면, 동시에 박애가 사회주의의 획일적인 평등주의를 억제할 수 있었다면 양 진영의 치열한 대립과 갈등은 최소화되었을 것이다. 또 남북 분단이라는 우리나라의 참담한 현실과 현재 양극화된 우리 사회의 첨예한 이념적 대립과 갈등도 없었을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자유와 평등 그리고 박애를 이념으로 하는 프랑스 혁명은 세계의 모든 곳과 사회 각 곳에서 더욱 활발하게 진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혁명의 중심적 이념은 ‘박애’가 되어야 한다. 박애에는 자유와 평등이 양분되지 않고 양립할 수 있게 하는 억제력이 있기 때문이다.

1862년에 출간된 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은 인간의 내면을 획일적으로 재단하는 과도한 평등주의나 모든 것을 자신의 소유물로 만들려고 하는 과도한 자유주의를 넘어서려면 박애, 곧 사랑의 원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 주는 감동적인 이야기이다.

‘레 미제라블’의 주인공 장 발장은 굶주리고 있는 일곱 조카를 위해 유리창을 부수고 빵 한 조각을 훔친다. 그 죄로 그는 흐느끼고 떨면서 형무소에 들어갔고, 19년 후 무감정한 사람이 되어 거기서 나왔다. 이런 비참한 사람이자 ‘박애의 대상’이었던 그가 어느 날 ‘박애의 주체’로 거듭나고 마침내 ‘박애의 화신’으로 변화한다. 인문학자 강신주 박사는 그의 책, ‘감정수업’에서 이렇게 묻는다.

“그는 거기에 절망하여 들어갔고 거기서 침울해져서 나왔다. 이 사람의 영혼 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었을까?”

이미 잘 알려진 이야기이지만 장 발장은 19년간 옥살이 하고 나온 그에게 묵을 곳을 제공해 준 미리엘 신부의 은 식기를 훔친다. 남루한 그가 은 식기를 가지고 있던 것을 수상하게 여긴 경찰은 그를 미리엘 신부와 대질시킨다. 그 때, 미리엘 신부는 은 식기는 자신이 선물로 준 것이라며 은촛대마저 장 발장에게 내어 준다. 악을 선을 갚은 미리엘 신부의 박애가 장 발장을 다시 살아나게 만든다. 사람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얼어붙게 하기도 하고 또 얼어붙은 마음을 녹이기도 한다.

미리엘 신부의 박애에서 삶의 희망을 발견한 장 발장은 고아 소녀 코제트를 거두어들이며 그의 속내를 다음과 같이 술회한다. 코제트는 박애의 대상이었던 장 발장이 박애의 주체로 변화하는 분기점이었던 것이다.

“나에게도 평범한 사람들이 품는 마음이 있다는 것쯤은 당신도 헤아릴 수 있을 게요. 코제트는 고아였소. 아버지도 어머니도 없었소. 코제트는 내가 필요했소. 그런 까닭에 나는 그 아이를 사랑하기 시작한 것이오.”

어려움을 겪어 본 사람만이 자신과 유사한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 수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하여 온 세계에 비상이 걸렸다. 그 와중에 진천, 아산 주민 분들이 우한에서 귀국한 우리 교민들을 수용하기로 했다는 따뜻한 소식이 들려왔다. 쉽지 않은 결정인데 진천, 아산 주민들의 박애의 마음에 사랑의 훈기를 느낀다. 곤란을 당하고 있는 중국 유학생과 어려움에 처한 중국인에게까지 이 마음이 확장되면 더욱 좋겠다. 어려움을 당해 본 사람만이 박애를 베풀 능력이 있다. 우리 민족에게 그런 역량이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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