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체육회장 시대 안착할 수 있도록 지자체 지원해야
민선 체육회장 시대 안착할 수 있도록 지자체 지원해야
  • 승인 2020.02.1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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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환
부국장
출범한지 두달도 채 안된 지방 체육회의 민선 체육회장 시대가 제대로 안착할 수 있을지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1월 출범한 지방 체육회의 민선회장 시대는 애초부터 전적으로 지자체에 의존해야하는 재정 문제와 해당 지자체장과의 관계를 우려하는 시각이 컸다.

지방 체육회는 최근 수년간 급격한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 정치와 체육의 분리, 체육의 독립성과 자율성 확립 등의 취지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가 만든 지방 자치단체장의 체육회장 겸직 금지법(국민체육진흥법 43조 2항 신설)이 발효되면서 전국 17개 광역 시·도 체육회와 228개 시·군·구 체육회는 대부분 민선 체육회장을 선출했다. 지방 체육회는 2016년 국민체육진흥법에 따라 체육회와 생활체육회가 통합돼 단일 체육회로 출범한 뒤 3년여 만에 다시 민선회장시대라는 변화를 맞았다.

민선 시대를 맞은 지방 체육회의 가장 큰 과제는 안정적인 예산 확보다. 체육인들은 이런 점을 우려해 정치권과 대한체육회에 지방체육의 재정과 시설의 안정성 확보를 위해 국민체육진흥법령속에 지방체육 분야를 신설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방 체육회에선 민선 회장 시대 출범을 앞둔 지난해 체육회의 안정적 지위와 재원 확보를 위한 법적 근거 마련이 이뤄져야 한다는 취지의 건의문을 대한체육회에 전달했다. 지방 체육계에선 정부와 국회에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을 통해 지방체육회에 안정적인 예산 지원이 의무화될 수 있도록 법적 근거 마련과 자치단체가 출자·출연한 재단법인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해 줄 것을 희망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지방체육회는 지자체의 예산에 전적으로 의존해 왔다. 대한체육회가 집계한 2017년 17개 시도체육회 예산(5천 172억 원)과 228개 시군구 체육회 예산(4천896억 원)은 1조원에 이른다. 1962년 국민체육진흥법 제정 이래 지자체장은 그동안 당연직 체육회장을 맡으면서 우리나라 엘리트 체육의 중흥을 이끌어 왔다. 아울러 지자체장은 체육회장을 겸직하면서 체육단체와 체육인들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선거 등에서 상당한 후광(?)을 누려온 것도 부인하지는 못할 것이다. 이런 이유로 민선 회장에 취임한 지방체육회장들은 체육회의 독립성을 보장받기 위해선 자치단체가 출자·출연한 재단법인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실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문제다. 민선 체육회장은 지자체장을 무시하고 독단적인 권한을 행사하기도 어려운 게 현실이다. 지자체장이 예산만 주고 모든 권한을 포기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민선 시대를 맞은 경북체육회가 이런 문제로 경북도와 출범 초부터 갈등을 표출하고 있다. 경북체육회는 민선 회장 취임 후 지난 6일 처음 열린 이사회에서 도 공무원 출신인 현 박의식 사무처장의 거취문제를 두고 도와 한차례 홍역을 치렀다. 신임 회장에 이날로 임기가 만료된 임원진의 구성을 위해 사퇴해야한다는 체육인들의 목소리와는 달리 임기를 보장해야 한다는 도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파열음을 냈다. 김하영 경북체육회장이 이와 관련해 “법리 해석을 받아보고 원칙적으로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일단락됐지만 갈등의 소지는 여전히 남게 됐다.

경북체육회 사무처장 자리는 그동안 도의 ‘낙하산 인사’가 관행이었다. 도지사가 당연직으로 체육회장을 맡을 당시 퇴직한 측근 고위 공무원들을 보은차원에서 선임하는 폐해가 관례처럼 이어져왔다. 대구시체육회의 경우는 지난해 공개모집를 통해 비 공무원출신인 현 신재득 사무처장을 선임해 그동안의 ‘낙한산 인사’의 관행을 깨고 민선 시대에 걸맞은 토양을 만들었다.

이사회에 참석한 경북도 관계자는 안건인 규약개정을 두고 마찰을 빚은 뒤 올해 직원 인건비 예산 대폭 삭감으로 체육회를 압박했다. 체육회와 도간의 보이지 않는 힘겨루기 양상은 결국 직원들의 인건비 삭감이라는 부메랑이 되고 만 셈이다. 체육인들은 도가 체육회 길들이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다. 예산을 지원하는 도로서는 체육회 운영 전반에 간섭을 하려 할 것이 뻔하다. 이 때문에 체육인들은 이번 일은 시작에 불과하다고 우려하고 있다.

결국 태생적으로 안고 있는 재정 자립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에는 해당 지자체의 직간접적인 간섭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처럼 기회와 위기의 갈림길에 선 민선 체육회장 시대가 당초 목적대로 정치와 체육의 분리, 체육의 독립성과 자율성 확립의 취지를 잘 살려내 안정적으로 안착할 수 있는 제도적인 지원책이 마련될때 까지 정부와 지자체는 조건없는 지원을 하는 것이 바람직 할 것이다. 아울러 민선 시대를 맞은 지방 체육회도 그동안의 관행과 관습을 과감하게 벗어 던지는 변화와 혁신을 하는 모습을 보여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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