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7' 1600명의 목숨을 짊어진 그의 질주
'1917' 1600명의 목숨을 짊어진 그의 질주
  • 배수경
  • 승인 2020.02.20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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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병사에 내려진 막중한 임무
심리 변화·외부적 위험 다뤄
‘원 컨티뉴어스 숏’ 기법 촬영
전쟁 참상 더욱 가깝게 와닿아
음악 통해 긴장감 업그레이드
1917

1917년은 제 1차 세계대전이 막바지를 향해 가던 때다. 프랑스에 주둔 중이던 영국군 8대대 소속의 스코필드(조지 맥케이)와 블레이크(딘-찰스 채프먼)는 갑작스런 지휘관의 호출을 받는다.

에린 무어 장군(콜린 퍼스)이 그들에게 내린 임무는 통신이 두절된 2대대에게 공격 중지 명령을 전달하는 것. 이들이 임무를 제대로 완수하지 못하면 1600여명에 이르는 부대는 몰살의 위험에 처하게 된다.

“지옥으로 가든 천국으로 가든 홀로가는 자가 가장 빠르다”는 장군의 철학으로 중요한 임무를 맡은 이는 달랑 두사람 뿐이다. 그들은 총 하나와 수류탄 몇 개에 의지해서 적이 철수했다는 확실하지 않은 정보만을 믿고 목표지점을 향해 가야한다. 다음날 새벽까지 도착해야 하니 생각을 정리하거나 숨을 고를 시간도 없다.

정예요원도 아닌 듯 보이는 그들이 선택된 것이 블레이크가 지도를 잘 판독하고 친형이 2대대에 속해 있다는 단순한 이유라는 것도 놀랍다.

일단은 형을 살려야 한다는 목적이 있는 블레이크는 머뭇거릴 틈이 없다. 그래서 망설이지 않고 앞을 향해 달려간다. 그렇지만 얼떨결에 파트너로 지목된 스코필드는 처음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 심지어 블레이크를 원망하기도 한다. 그런 그의 심리 변화 역시 눈여겨볼 만 하다.

두 병사가 아군참호를 거쳐 적이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곳으로 향해 달려가는 장면은 ‘원 컨티뉴어스 숏’(one continuous shot)으로 촬영되어 긴장감을 극대화시킨다. 이는 한번에 촬영을 하는 ‘원 테이크 숏’(one take shot)과는 달리 나누어 찍은 장면들을 이어붙여 하나의 장면처럼 보이게 만든 기법이다. 이를 위해서는 배우의 동작이나 배경 등이 일치해야 하므로 치밀한 계획과 세심한 연출력이 필요하다.

덕분에 두 병사의 두려움과 막막함을 관객 역시 함께 느끼며 전쟁의 참상에 더욱 가깝게 다가가게 된다. 초반에는 소극적이던 스코필드가 결국에는 1600명의 생명이라는 무거운 짐을 어깨에 얹고 오롯이 혼자만의 질주를 계속하는 모습은 눈물겹다.

영화는 베네딕트 컴버배치와 콜린 퍼스 같은 우리에게 잘 알려진 배우들은 조연으로, 얼굴이 잘 알려지지 않은 배우들을 주연으로 내세워 마치 1917년 당시를 그대로 눈 앞에 되살려 놓은 듯한 분위기를 전해준다.

영화 속에서 긴장감을 극대화시키는 것은 음악의 힘도 크다.

평화로와 보이는 풍경이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파리가 들끓는 말과 사람의 시체가 널부러져 있다. 그것이 바로 전쟁이다. 트럭을 타고 가던 병사들이 나누는 이야기나 전쟁의 와중에도 묵묵히 꽃도 피우고 자신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자연을 보면 ‘도대체 무엇을 위한 전쟁인가’에 대한 의문이 생겨난다.

지난 2월 9일(현지시간) 열린 제 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1917’은 작품상과 감독상을 비롯한 총 10개부문 후보로 이름을 올렸으나 촬영상, 음향효과상, 시각효과상 등 3개 부문을 수상하는데 그쳤다. ‘기생충’이라는 강적을 만난 까닭이다. 제 77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는 감독상과 작품상을 수상했다.

배수경기자 micbae@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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