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또한 지나가리라
이 또한 지나가리라
  • 승인 2020.02.26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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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호 사람향기 라이프디자인 연구소장
요즘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휴대폰을 열고 ‘코로나’ 관련 소식을 살피는 일이다. 오늘은 확진자가 더 늘었나? 사망자는?

개인적으로 나는 겁이 대체로 없는 편이다. 그런데 이런 호들갑을 떠는 이유는 함께 살고 있는 우리 아버지. 92세 되신 아버지 때문이다. 바이러스 때문에 위험한 상황이 닥치는 일은 없길 바라기 때문이다. 물론 질병이 모두에게 위험하지만 특히 연세 드신 노인들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으니 더욱 조심스럽다. 하지만 걱정이 걱정으로 해결된다면 무슨 걱정이겠는가? 걱정한다고 될 일이 아님을 이내 또 알아차린다. 우리는 우리 할 일을 열심히 해야 할 뿐이다.

아침에 마당에 동물들 살피러 나가니 목련 꽃이 망울을 터트렸다. 참 감사한 일이다. 모든 학교의 개강이 늦어지고, 강의도 취소되고, 각종 종교 단체 예배도 취소되는 이런 시국에도 자연은 자기 할 일을 하고 있었다. 때가 되면 그때에 맞게 자신의 일을 하는 자연의 모습을 보면서 또 하나 배운다. 자연은 늘 자연스럽다. 억지로 힘을 쓰지 않는다. 어떤 상황에서도 탓을 하지 않고 자기 일을 묵묵히 해나가는 자연이다. 자연은 알고 있다. 억지로 붙든다고 붙들리지 않고, 억지로 보낸다고 보내지지 않는다는 것을. 때가 되면 모두 지나간다는 것을.

그래, 모든 것은 지나가는 법이다. 가을이 가고 겨울이오며, 다시 겨울이 가고 봄이 온다. 한 세대가 가고 다음 한 세대가 온다. 그렇게 모든 것은 지나간다. 그래서 지금의 이런 힘든 시기도 지나갈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하나의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This, too, shall pass away“ 지금 우리에게 딱 필요한 말이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말의 유래는 이렇다. 옛날 다윗 왕이 전쟁 승리를 거두고 돌아온 날 승리의 기쁨을 오래 간직하고, 또한 기념하고 싶어서 보석 세공인을 시켜 반지를 제작하라고 명령을 내렸다. 그리고 이런 주문도 했다고 한다. ”내가 항상 지니고 다닐 만한 반지를 하나 만들고 그 반지에 글귀를 새겨 넣으라. 내가 전쟁에서 승리하거나 위대한 일을 이루었을 때 그 글귀를 보고 우쭐해하지 않고 겸손해질 수 있어야 하며, 또한 견디기 힘든 절망에 빠졌을 때 용기를 주는 글귀여야 한다.“ 이 말을 들은 보석 세공인은 걱정에 빠졌다. 반지를 만드는 것은 문제가 없었는데 반지 안에 새겨질 좋은 글귀가 떠오르지 않았다. 몇 날을 걱정하다가 솔로몬 왕자를 찾아 갔다. 솔로몬 왕자가 다윗 왕의 반지 안에 새길 글귀를 알려주었는데 그 문구가 바로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말이다.

세상사 모든 것은 지나간다. 하지만 그런 간단한 진리의 말도 우리는 잊고 살 때가 많다. 좋은 일이 생기고, 작은 성공을 경험하면 우리는 우쭐하기 바쁘다. 세상 무서울 것이 없어진다. 그러다가 만약 작은 실패나 넘어짐을 경험하면 바닥을 기어 다닌다.

잘 될 때 우리는 교만하기 쉽다. 그 자리가 영원하고, 평생 잘 될 것이란 생각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평생 한 결 같이 유지되기는 힘들다. 마치 산길에 난 오솔길처럼 오르막 내리막을 반복하는 것이 우리네 인생이다. 그래서 잘 될 때 늘 생각해야 할 것은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말이다. 또한 일이 잘 풀리지 않고 실패를 거듭할 때 낮아지는 것을 넘어 비굴해지기 쉽다. 나락(奈落)으로 떨어졌다고 생각하고, 더 이상 희망도 없기에 한 없이 비굴해진다. 이 때도 우리가 떠올려야 할 말은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말이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 했다. 이 말을 달리 생각해보면 골이 깊으니 산이 높다는 말이다. 내려간 만큼 이제 올라갈 일이 남았다는 말이다.

모든 건, 지나간다. 죽을 만큼 힘든 날이라도 그날도 지나가고 다시 새 날이 곧 찾아온다. 지금 우리에게 닥친 시련, 어려움은 그냥 어려움으로 끝낼 수 없다. 쉼의 시간도 가지고, 재정비의 시간도 가져서 우리는 다시 비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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