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에 새긴 선조 얼굴 렌즈로 조명
돌에 새긴 선조 얼굴 렌즈로 조명
  • 황인옥
  • 승인 2020.03.03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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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길중 작품집 출간 기념전
아트스페이스 루모스서 선봬
전국 곳곳 촬영 석인상·석장승
전통한지 위 사진 인화로 풀어
인간적 욕망 예술적 경지 승화
칼라-윤길중작stoneman25
윤길중 작 ‘stone man 25’

석인상은 돌에 사람의 형상을 조각해 무덤 옆에 세웠던 수호석이었고, 석장승은 마이나 사찰을 나쁜 기운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세워진 상징물이었다. 선조들을 돌에 인간의 형상을 조각하고 생명을 불어넣고 기원의 대상으로 삼았고, 선조들의 토속신앙의 역사가 석인상과 석장승에 아로새겨져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다.

사진작가 윤길중은 전국 곳곳에 산재해 있는 석인상과 석장승을 촬영하기 위해 5년 동안 800여 곳을 찾아 다녔다. 사료적인 가치에서의 접근이었다기 보다 조각상들의 표정과 형태와 세워진 장소 등을 통해 선조들의 삶을 조명해 보고 싶다는 이유로 카메라를 짊어지고 전국 방방곡곡을 누볐다.

“1천700장 가까이 촬영한 돌에 새겨진 얼굴 표정에서 우리 선조들의 삶 속에 깃든 애환과 해학을 엿볼 수 있었어요.”

대구 아트스페이스 루모스는 작가 윤길중의 작품집 출간 기념전인 ‘인간적 욕망(Human Desire)전’을 열고 있다. 전시는 루모스와 일본 아카아카가 공동으로 작품집을 출간, 이를 기념한 행사로 기획됐다. 선조들의 염원이 담긴 석인상 40장과 석장승 30장 등 총 70장의 작품을 출품했다.

1천700여장의 석인, 석장승을 촬영하면서 놀라운 사실 하나를 발견했다. 그 많은 석인상의 표정들이 하나같이 달랐던 것. 부피감 있는 얼굴, 크고 넉넉한 귀, 세밀한 수염, 입가에 머문 옅은 미소까지 각기 다른 세세하고 풍부한 표정들이 차가운 돌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었다.

그가 “부릅뜬 퉁방울 눈, 분노에 벌름거리는 펑퍼짐한 코, 미소를 머금게 하는 재미난 입 모양을 한 정겨운 얼굴들은 그대로 민중의 자화상이었다”고 했다. “전통적인 미의식을 파괴하는 그들의 거칠고 자유분방한 얼굴에서 전통 질서에 대한 민중의 저항과 힘을 느낄 수 있었어요.”

녹록하지 않은 삶 속에서 위안을 얻고 미래의 희망을 기원하고자 석장승에 새겼던 간정한 염원, 죽어서도 자신의 영혼을 영원히 남기고 싶었던 영생에 대한 선조들의 인간적인 욕망을 예술적인 경지로까지 승화시키기 위해 윤 작가는 어떤 표현법을 구사했을까? 해결책은 한지에 있었다. 작가는 전통한지 위에 사진을 인화했다.

“모노톤 위의 한지에 자연스레 서있는 듯한 석인, 석장승의 모습은 우리 선조들과 함께 오랜 세월 꿋꿋하게 버텨온 굳센 의지와 더불어 가장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동시에 선사하는 것 같아요.”

한편 윤길중의 사진집 ‘Human Desire’는 ‘2019 파리 포토’의 포토북 페어인 ‘Poly Copies’에 처음 소개됐다. 전시는 4월 19일까지. 문의 010-9995-9976

황인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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