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후보자 모두를 경선케 하라
국회의원 후보자 모두를 경선케 하라
  • 승인 2020.03.11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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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복 영진전문대학교 명예교수, 지방자치연구소장
‘정치는 생물’이라고 멋지게 말하는 이가 있지만 ‘정치는 조작적 묘수의 산물’이다. 조국사태 후 청와대와 민주당의 궁극적 정치목표는 검찰개혁과 공수처 설치였다. 관련 법안을 통과시키는 조건으로 제1야당을 재치고 4+1이라는 정치괴물을 만들어 군소야당들이 비례국회의원을 다수 확보 할 수 있도록 선거법을 개정해 주었다. 민주당은 야권을 사분오열시키는 기찬 재주를 가졌다. 언제나 군소야당은 자기편이라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느긋하게 정권연장의 자신감을 가진 그들 앞에 코로나19가 들이닥쳤다. 대통령 탄핵 악재까지 나온 상태다. 이런 와중에도 4·15총선을 향한 집권당의 정치적 의지는 아주 질기다. 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에 대항하기 위해 비례연합정당 창당에 노심초사하고 있다. 이대로 선거를 치루면 미래통합당이 국회 제1당이 된다는 염려 때문이다. 4+1을 다시 가동하려다 그들 마음대로 잘 안 되는지 고심이 많은 것 같다. 같은 당내에서도 비례정당 조성 반대가 있지만 당원투표에 부쳐 결정한다는 꼼수를 또 부린다.

4·15총선은 미래통합당의 입장에서는 정치의 전환점을 노릴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일반적으로 정당이 지역후보자를 선정하는 방법에는 우선추천지역, 단수추천, 후보예비자 간의 경선이 있다. 공천위는 지역후보자를 대상으로 나름의 합리성을 찾으려고 노력했을 것이다. 공천위의 발표가 나오자 탈락된 후보자들의 불만이 봇물 터지듯 걷잡을 수 없다. 후보선정의 3가지 방법이 어떤 잣대에 의해 작동되었는지 의문성을 제기하고 있다. 소속당 중앙위의 결정이니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벗어나지 못해 전전긍긍 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까지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는 일정한 지역에서 선거를 통하여 지역민을 대표하는 인물을 뽑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선거권자가 국회의원이 되겠다는 사람을 평가하고 선택하는 것이 민주주의 선거제도다. TK지역에서 공천을 받게 된 후보들과 탈락 후보자들을 보면서 지역구 선거의 의미를 되씹어 본다. 보수당 중앙위가 후보자를 결정했으니 지역민이 따라야 한다는 생각은 오만이고 민주주의와 상반된다. 공천위의 정치행태를 보면 선거전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라는 명분보다 권위주의 정치냄새가 물씬거린다.

대구·경북지역의 현 의원들과 지역에서 조용히 후보자의 역량을 키워오던 지방정치인의 정치적 앞날이 어둡기만 하다. 낙하산 공천을 안 한다고 하면서 지역민이 알지 못하는 생소한 인사를 지역구 후보자로 내려 보내는 것은 지역후보자 당사자는 물론 지역민을 얕보는 것이다. 하자 없는 현 국회의원이 공천을 못 받을 때 그 참담함을 누가 알까. 그 보다 더 안타까운 것은 수년간 지역에서 정치내공을 쌓아 온 지방정치인이 공천위의 후보자 결정 칼날에 무참히 당한 일이다. 경선의 기회를 얻은 이들은 그래도 좀 낫겠지만 그런 기회조차 없는 이들의 한숨소리가 커지고 있다. 오직 그들의 선택은 당의 결정에 묵묵히 따르거나 재심을 청구해 보거나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길 뿐이다.

공천 속에는 고도의 정치적 술수가 숨어있다. 견제해야 할 인물도 있을 것이고 사천이 짙게 작용한 경우도 있을 것이다. 선거 때 마다 잡음은 늘 있어 왔다. 그러나 그것이 당연한 것이라고 체념할 수는 없는 것이다. 정치개혁을 앞세운 당 소수 권력자의 정치행태가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있다. 선거법이 엉망으로 조잡하게 개정되었지만 그 법으로 선거가 치뤄진다. 보수당의 통합을 원하는 국민들의 생각을 도외시 한 채 공천을 받지 못한 정치인이 탈당하여 무소속으로 출마하겠다는 것은 개인적인 정치여정에도 도움이 못되고 선거민들에게도 좋은 인상을 주지 못한다. 선거권과 피선거권은 국민의 정치적 기본권이다. 중앙당이 힘으로 이를 뭉개서는 안 된다.

중앙당의 재삼 숙고를 바란다. 중앙당이 공천한 후보자들과 지역에서 선거를 준비해 온 예비 후보자들 모두 합쳐서 경선을 치뤄라. 탈락 후보자들을 위무하려는 것이 아니고 그것이 참 민주주의 정도이기 때문이다. 보수를 걱정하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옥중서신도 음미해 볼 일이다. 지역민과 후보자들의 선거 화합을 위해 모든 후보자들이 경선을 통하여 최종 후보자가 나오는 선거 분위기를 만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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