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수 경제칼럼] 팬데믹 대비해 생산기반 붕괴 방지하고, 취약계층 보호하라
[이효수 경제칼럼] 팬데믹 대비해 생산기반 붕괴 방지하고, 취약계층 보호하라
  • 승인 2020.03.22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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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수 전 영남대 총장·경제학 박사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 세계적으로 번지면서, 이른바 팬데믹 현상이 진행되고 있다. 팬데믹 현상이 앞으로 2~3개월 이내에 종식되어도 한국경제는 0%대 성장에 그치는 등 심각한 경기 침체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이효수 경세제민 76’은 만약 팬데믹이 6개월 이상 지속되면 생산 기반이 붕괴되고 극심한 유효수요 부족 현상이 교호적으로 일어나면서 ‘축소지향적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되어, 세계경제는 ‘제2의 경제 대공황’에 빠져들 위험성이 높다는 점을 경고하고 있다.

우리는 여기서 두 가지 의문을 제기한다. 하나는 팬데믹이 얼마나 지속될까? 다른 하나는 밀려오고 있는 경제 위기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이다. 팬데믹을 조기에 종식 시킬 수 있는 길은 백신 및 치료제를 하루빨리 개발하는 것이다. 미국, 중국 등 여러 나라가 백신 및 치료제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지만, 얼마나 빨리 개발될 수 있을지는 현재로서는 아무도 모른다.

정부는 경제 위기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미국에서는 모든 국민에게 1인당 1천달러를 무차별적으로 지불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의 일부 정치인들도 모든 국민에게 1인당 100만 원씩 지급하는 재난 기본소득제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것은 올바른 처방이 아니다. 팬데믹에 의해 촉발될 수 있는 세계경제 대공황은 1920년대 말에 일어난 세계경제 대공황과 병인이 다르므로 처방이 달라야 한다. 세계경제 대공황의 발생 원인에 대해서는 학자들 사이에 논란이 있지만, 분명한 것은 경제 내적 메커니즘의 불균형에 의한 유효수요 부족이었다.

팬데믹에 의한 경제 위기는 단순한 유효수요 부족의 문제가 아니다. 팬데믹 공포로 사람들이 이동과 대면접촉을 금하거나 피하면서 경제 사회 활동이 급속히 축소되어, 생산활동과 소비활동이 모두 멈추어가는 현상이다. 지난 20세기 후반에 세계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세계는 국경을 초월하여 그야말로 하나의 시장이 되었다. 세계적 기업들의 가치사슬을 보면, 자본과 노동, 지식과 기술, 부품 업체 등이 국경을 초월하여 거미줄처럼 얽혀 있어 이른바 생산과정의 국제분업체계로 형성되어 있다. 우리나라에서 코로나가 진정되어도 중국이나 미국, 유럽 어느 지역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가 확산되면, 부품 공급이 중단되면서 국내 업체가 생산라인을 세울 수밖에 없다.

유효수요 부족도 내면적으로 보면 세계경제 대공황의 경우와 다르다. 세계경제 대공황기에 유효수요 부족은 구매의사는 있지만 구매능력이 없어 발생한 문제이다. 무조건 돈을 풀면 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현재 유효수요 부족은 대면 공포로 인해 구매의사 자체가 없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돈을 풀어도 쓰지 못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단순히 무차별적으로 돈을 풀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미국처럼 모든 국민에게 돈을 무차별적으로 푸는 재난 기본소득제 도입에 대한 논의가 많다. 이것은 매우 신중을 기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유럽에 비해 국가채무비율이 낮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주장도 있다. 나랏빚에는 국가채무(D1), 일반 정부 부채(D2), 공공부문 부채(D3)가 있다. 국가채무가 40%에 달하고, 국가가 책임을 져야 하는 공공부문 부채 등을 포함하면 이미 60%를 넘는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인구 격감기에 진입하고 있어 내년부터는 재정지출을 줄이지 않으면 적자재정이 누적적으로 확대될 수 있다. 특히 한국은 세계 기축통화인 달러를 발행하는 미국과 다르다. 국가부채가 과다해지면 과도한 가계부채 등과 맞물리면서 달러 유출을 불러 금융위기에 빠질 수 있다. 경제공황이 얼마나 깊고 장기화될지도 모르는 위중한 상황이다. 그래서 정부는 국민 기본소득제 방식으로 돈을 무차별적으로 풀거나 선거를 의식하여 선심용 현금살포로 재정을 함부로 낭비하여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구조를 만들면 안 된다. 경제 대공황이 발생하면 재정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므로, 정부는 재정을 매우 효율적으로 집행하면서 경제 대공황에 대비해야 한다.

정부 재정정책은 두 가지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하나는 생산기반 붕괴를 최대한 막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대기업 중심으로 원하청구조가 형성되어 있어 대기업이 파산하면 가치사슬을 따라 연쇄적으로 무너지면서 대량실업이 발생한다. 특히 주력산업의 붕괴는 한국경제를 치명적 위기에 빠뜨릴 수 있다. 도산 위험이 높은 중소기업의 생존 지원책도 물론 중요하지만, 대기업도 스스로 감당할 수 없는 위기 상황에 빠질 수 있다. 정부는 생산기반 점검팀을 만들어 생산기반 붕괴 위험 업체에 대해서는 대기업 중소기업을 가리지 말고 법인세 감면, 인건비 부분 지원 등으로, 기업들이 위기에서 벗어날 시간을 벌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치열한 세계 경쟁에서 주력산업의 생산기반이 한번 붕괴되면 회복하기 어렵다.

다른 하나는 취약계층의 생계를 보장하는 것이다. 영세 자영업자의 생계가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고, 도산 후 다시 일어나기도 어렵다. 영세 자영업자를 보호하고, 소득이 없는 장기 실업자의 생계대책을 치밀하게 강구해야 한다.

정부가 현재 부동산 투기 억제를 내세워 부동산 보유세를 급격하게 인상하고 있다. 이것은 내수시장을 더욱 얼어붙게 만들고, 잘못하여 심각한 경기후퇴와 맞물려 부동산 공황으로 이어지면 가계부채비중이 높은 상황에서 금융기관 부실화를 부채질할 수 있다. 중산층의 붕괴를 막아야 내수시장의 붕괴를 막을 수 있다.

정부는 돈을 무차별적으로 살포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재정의 효율적 집행을 통해 생산기반 붕괴를 막고, 취약계층의 생계를 안정적으로 보장하는데 집중해야 한다. 미증유의 위기에서 정부가 잘못된 선택을 하면 한국 경제는 회복하기 어려운 위기에 빠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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