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봄은 오는가?
우리에게 봄은 오는가?
  • 승인 2020.03.23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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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윤 SQ힉스아카데미 대표, 경영학 박사
춘분이 지났다. 따스한 햇살과 화사한 꽃들, 봄은 이미 우리 곁에 성큼 다가 왔다. 그러나 아직 ‘코로나 19’로 인한 냉기는 쉬 가시지 않고 우리를 움츠리게 한다.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코로나 19’가 순식간에 대구의 일이 되었고, 대구의 일인가 했더니 금세 전국의 문제가 되었고, 이제는 전 지구촌의 문제가 되고 말았다.

지구촌 이곳저곳에 흩어져 있던 지인들의 소식이 전화기를 통해 끊임없이 이어진다. 작년 12월에 딸아이가 독일로 유학을 가기 위해 직장에 사표를 내겠다고 했다. 친구도 영국으로 유학을 가려 한다며 같이 준비하겠다고 하니 말릴 수도 없었다.

그러나 막상 사표를 내니 직장에서 만류를 하여 그냥 다니고 있는 중에 ‘코로나 19’ 사태를 맞은 것이다. 사표를 내었더라면 독일로 가야할 시점인데 ‘코로나 19’로 인하여 현지 유학생들이 도리어 귀국하는 상황이 되었다.

실제로 딸아이의 친구는 영국으로의 유학이 어렵게 되었다. 지난주에는 영국에서 유학하던 친구의 아들이 급히 귀국했다. 귀국할 때 검진하니 ‘코로나 19’ 확진자로 판정이 되어 격리 수용되어 치료를 받고 있다. 청년들의 미래가 파열음을 내고 있다. 이런 것을 지켜보는 우리 부모들의 마음은 안타깝다.

한 지인의 아들은 뉴질랜드에서 다니던 학교를 휴학하고 하와이 모 대학의 특별과정에서 공부하고 있던 중에 출국조치를 당했다 한다. 이수 중인 과정을 마무리하지 못한 것도 안타까운데, 당장의 문제는 뉴질랜드에서 모든 짐을 정리하고 왔기 때문에 돌아갈 곳이 없다는 것이다. 숙박할 곳이 없어서 급히 빌린 차 안에서 생활하고 있는 아들을 염려하는 지인에게 함께 기도하겠다고 위로했다.

코로나 19로 인하여 왕래가 끊어지고 공공시설이 문을 닫게 되니 어르신들의 삶들도 훨씬 고되어진다. 사람들의 왕래가 줄어들고 복지관도 문을 닫으니 운신의 폭이 훨씬 줄어 든 것이다. 아흔을 바라보는 모친의 삶도 힘든 것이 역력하다. 얼굴에 외로움과 고통이 짙게 배여 있다. 틈틈이 들렀던 복지관에도 갈 수 없고, 사회활동을 하고 있는 자녀들이 감염을 고려하여 방문을 자제하다 보니 몸과 마음이 수축된 것이 완연하게 보인다.

“당분간 예배를 드리기가 쉽지 않겠지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목사들도 모일 때 마다 걱정을 나누며 방안을 구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코로나 19’가 사라지는 것 외에 마땅한 해결책이 없다.

“오랜만입니다. 와 주셔서 고맙습니다.”

오랜만에 단골 식당에 들렀더니 식당 사장이 반갑게 인사를 한다.

“손님이 많이 줄었지요?”

나도 걱정스러워하는 마음으로 함께 인사를 건넸더니 그래도 이제 좀 나아지지 않겠느냐며 웃는다.

춘분은 지났는데 우리에게 정말 봄은 오는 것일까? 늦은 밤인데 친구 의사에게서 문자가 왔다. 열어보니 지난 몇 주간, 병원 문을 닫고 ‘코로나 19’ 방역 현장에서 봉사한 사진과 영상들이다. 노모와 아내의 걱정을 뒤로하고 현장으로 뛰어가 봉사하고 있는 친구와 함께 하는 여러 의사 분들의 모습에 눈물이 난다. 추운 냉기 속에서 그들의 방역복과 땀에서 봄 향기가 솔솔 나는 듯하다.

“국가에서 허락한 휴가라고 생각하고 편히 쉬고 있어요. 의사 선생님들과 간호사님들이 정말 친절하게 잘 해 주시네요. 식사도 잘 나오고요. 그래도 우리나라, 정말 좋은 나라에요.”

‘코로나 19’에 감염되어 2주 가까이 격리되어 치료받고 있는 청년들이 소식을 전해 온다. 감염 경로를 조사하는 분들과 직장 동료들에게 ‘죄송하다’ 했더니,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며 빨리 회복하라신다.’며 고마워한다.

겨울의 냉기가 여전하지만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린다. 봄은 새색시처럼 조심스럽고 조용하게 우리에게 오고 있다. 생업을 내려놓고 현장에 뛰어든 분들의 땀 냄새 속에서, 힘들어하면서도 결코 낙담하지 않는 분들의 모습 속에서, 답답한 현실 속에서도 우리나라를 자랑스러워하는 청년들의 밝은 모습 가운데 조심스럽게 다가오는 봄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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