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숭숭한 세상
그 한 켠에서는
태어나고
시집 장가가고
늙어 간다
새싹 움트고
뻐꾹새 울고
개구리 뛴다
넘쳐나리라
아이들 웃음 소리
엄마들 잔소리
봄 깊어지면
예전처럼 다시
◇조정찬= 1955년 전남 보성군 출생. 서울법대 및 대학원졸업. 21회 행시합격. 법령정보원장역임. 저서:신헌법해설, 국민건강보험법, 북한법제개요(공저) 등
<해설> 슬프고 거룩한 생이여, 어쩌자고 이리 뜨겁고 그리 차가울까. 삶에 가장 큰 위로는 술 한 잔이 있는 저녁일 수도 있다. 디오니소스는 삶의 고통과 번뇌 즉 원초적 존재의 모순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대가인 존재적 고통을 이기기 위해, 한 손엔 지팡이 다른 한 손엔 뿔 같은 술잔을 들었다. 사람들은 험한 세상을 고래심줄 같은 맨 정신으로 버티다가 지치는 법을 채 깨닫지 못하면, 가끔 술심을 빌어 넘어간다. 뜨거워진 속을 그렇게라도 달래지 못하면 얼마나 서러울까. 신비주의자와 독재자가 득세하면 신나게 떠들다가도 문득 침울해진다. 어제 옷으로 오늘 외출 하는 나를 발견하면, 길고양이가 다니는 골목의 밤 깊이를 이해할 수 있다. 그것은 “사라지는 것이 매우 일관되었다는 것과 무언가 떠올리는 삶을 살아가다가 이제는 그렇게 살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두보의 춘망에는 그 시대의 아픔이 고스란히 담겨 있지만, 우리의 춘망은 가장 자유로운 상상과 가장 목적이 없는 이미지를 담고 싶다. -성군경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