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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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3.24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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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향아

기지개 켜듯 허공에 두 팔을 쳐들면

손가락 끝마다 싹이 돋을 듯

흙 묻은 뒤꿈치에 실뿌리도 돋아날 듯

마른버짐 시나브로 번지던 얼굴에는

정오 지난 볕살에 엽록소가 피어나고

집집마다 아궁이에 군불을 지폈는지

아른아른 훈김이 들판까지 자욱해

종달새도 한나절 지저귀다 가네

내일 아침 둔덕에는 토끼풀 머윗잎이

뽑아도 다시 솟는 쇠뜨기며 질경이가

왁자지껄 고개를 흔들어댈 것이네

머리칼도 한 치쯤 자라 있을 것이네

◇이향아= 1938년 충남 서천 출생으로 1963년 경희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하고, 동년도에 전주기술전문여자고등학교 교사로 재직했다. 1966년에 현대문학에 찻길, 가을은, 설경으로 등단을 하면서 시인 활동을 시작하였다. 기전여고 재직 당시부터 최명희를 가르쳤으며, 추후 작가로 키우고 돌봐주었다. 서울 서대문중학교(1972), 성동여자고등학교(1976), 영등포여자고등학교(1981) 교사로 교단에 섰다. 1983년에는 본교인 경희대학교로 돌아가 강사로 활동한 뒤에 1987년 동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해설> 인간은 위험을 무릅쓰고 히말라야에 오른다.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기어이 원정길에 나선다. 일 보다 노는 것이 재밌는 건 세상이 다 안다. 사람들은 종종 “왜 일하는 게 노는 거만큼 재미가 없을까?”되물으며 산다.

사람들은 자신을 얼마나 만족하며 살까. 내 삶을 얼마나 흡족해하며 살아갈까. 가족과 타인 그리고 반복적 일상으로부터 만족을 느끼기란 말처럼 쉽지 않다. 일상의 스트레스는 ?무언가를 좋아하거나 혹은 좋아하지 않는 마음 때문일 수도 있는, 그렇고 그런 이유들이 수없이 많다. 인간은 삶의 많은 요소들을, 스스로 선택하지 못하면 끊임없이 누군가를 탓하거나 원망한다. 세상의 중심이 자기가 아니라고 느끼면, 수동적인 존재로 전락하는 것에 대한 반감의 표시로 화내고 분노한다. 악한 일을 행할지라도, 자기의 선택이라면, 행동의 주인이 된다. 모든 일들이 내 선택이 되려면 그에 따른 도덕은 자신에게서 나와야 한다. 이는 자유의 의미를 진정으로 이해해야만 가능하다. 세상의 중심은 자기다. -성군경(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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