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걸이·부적…감염병 불안감 악용 허위광고 기승
목걸이·부적…감염병 불안감 악용 허위광고 기승
  • 정은빈
  • 승인 2020.03.24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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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몰 30곳 허위 목걸이 판매
‘이산화염소 배출 1m 세균 차단’
‘FDA 안정성 증명’ 등 가짜 문구
전문가 “감염 예방효과 사실무근
오히려 독성 있어 인체에 치명적”
가림막 모자·후드티도 속속 등장
코로나예방용목걸이
최근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코로나19 예방용 목걸이가 이산화염소 기체를 발생해 1m 이내 공간의 바이러스를 없앤다는 광고와 함께 1만∼2만원대 가격으로 온라인쇼핑몰에서 판매되고 있다. 사진은 대구의 한 시민이 구매한 ‘코로나 예방용 목걸이‘ 모습.
전영호기자 riki17@idaegu.co.kr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불안한 심리를 악용한 허위·과장 광고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바이러스 차단 효과가 있다는 거짓 광고에 속아 제품을 사용했다가 부작용을 겪을 수 있어 소비자의 주의가 요구된다.

24일 한 포털사이트에 ‘바이러스 차단 목걸이’를 검색하자 온라인 쇼핑몰 30개가 떴다. 대부분 고체 이산화염소를 담은 케이스를 목에 걸어 사용하는 제품을 파는 곳이었다. 목걸이형 공기청정기도 있었다. 가격대는 1개당 8천원부터 20만원 이상까지 다양했다.

‘코로나 부적’ 판매처도 45개 검색됐다. ‘코로나 접근 금지’ 등 글자를 부적과 유사한 형태로 새긴 종이는 1장당 750원부터 9만원까지 거래됐다. 모자에 투명 가리개를 달고 마스크를 대신할 수 있다고 광고하는 ‘코로나 모자’, 이와 유사한 ‘코로나 후드티’도 최대 9만원대에 팔리고 있다.

문제는 대부분 과학적 근거 없이 감염병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 물건을 파는 점이다. 특히 이산화염소를 넣어 만든 목걸이는 개봉 후 30일 동안 이산화염소 가스가 배출돼 반경 1m의 바이러스를 차단하는 효과가 있다는 식으로 광고되고 있다. “염소제의 약 2.5배 산화력으로 제균에 효과적”, “WHO, FDA에 안정성 증명” 등 문구를 달고 판매되는 경우도 있다.

이산화염소는 락스 등에 쓰는 표백살균제 성분으로 살균 기능이 있지만 기체 상태로 공기 중 바이러스를 죽이는 효과는 입증된 적이 없다. 호흡기에 독성이 있고 폐를 훼손할 수 있어 오히려 인체에 치명적이라는 것이 전문가 설명이다. 이 목걸이는 지난 2014년 메르스(MERS) 유행 때 먼저 등장해 일본 당국이 판매 중단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지난 1달가량 바이러스 차단 목걸이를 사용한 직장인 A(37·대구 동구)씨도 착용 후 부작용을 느꼈다. A씨는 “목걸이에서 화학 약품 같은 냄새가 올라왔고 활동 시 평소보다 숨이 가쁜 느낌이 들었다. 목 주변이 간지러웠고 붉은 반점 같은 것도 생겼다”고 전했다.

환경 당국은 승인·신고를 하지 않거나 승인·신고 내용과 다르게 코로나19 예방용으로 광고·표시한 제품의 유통을 차단한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지난달 중순부터 한달간 부적합 제품으로 의심되는 104개 제품을 적발해 판매·유통 금지를 요청한 데 이어 적법 여부 등을 따져 행정처분을 내릴 방침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이산화염소는 일반용 살균제로 사용할 수 있는 물질이지만 흡입 독성이 있다”며 “가정, 사무실 등에서 가구, 문손잡이 등 물체에 살균, 항균, 소독의 목적으로만 사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한국소비자원도 코로나19 관련 부당 광고를 집중 점검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의 불안 심리를 이용한 마케팅이 증가했다”며 “검증되지 않은 정보에 현혹돼 상품을 구매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정은빈기자 silverbin@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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