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실용서화의 정수 유튜브로 계승·전파
전통·실용서화의 정수 유튜브로 계승·전파
  • 황인옥
  • 승인 2020.04.01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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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화계 실버 유튜버 ’ 문강 류재학
‘서예아카데미 문강TV’ 채널 개설
1년간 이론·실기강좌 500개 업로드
50년 서화인생 노하우 오롯이 옮겨
문인화 등 좁아진 전통미술의 입지
동영상 서비스 매체 활용 활로 열어
캘리 등 미래 서화 실용적 비전 제시
문강류재학-2
문강 류재학이 “시공간을 초월하는 유튜브가 전통미술을 전승하는 좋은 매체가 될 것”이라며 유뷰트 예찬론을 펼쳤다.
 
문강작-요산요수
문강 작 ‘요산요수’((樂山樂水).

콘텐츠만 있으면 유튜브로 달려가고, 틈만 나면 유튜브 동영상을 재생한다. 바야흐로 유튜브 전성시대. 서화가 문강 류재학 선생이 전통 서화미술을 후대로 계승하기 위한 매체로 주목한 것도 유튜브다. 그는 유튜브의 △현대사회의 대세 매체 △시간과 공간의 초월성 등에 주목하고 유튜브 채널을 개설, 운영해했다. “후대들이 유튜브를 보고 잊혀져 가는 전통서화를 공부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채널을 개설하게 되었어요.”

유튜브 채널을 개설한 것은 지난해 4월 1일, 이제 막 1년이 되었다. ‘문강서예아카데미(문강TV)’라는 이름으로 채널을 개설하고, 지금까지 500여개의 동영상을 업로드 하고 있다. 평균 하루 1.5개의 강좌를 올린 셈. 강좌는 이론과 실기로 구성되며, 이론은 5분~10분, 실기는 15분~20분 정도 소요된다. 강의 수준은 초보부터 전문가 과정까지 다양하다.

그의 유튜브 강의는 1인 강좌다. 하지만 1인 강좌인가 의구심이 들 만틈 내용과 형식에서 광범위하다. 대학 강의에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체계적이고 전문적이다. 사실 그는 30여년 동안 경북대와 영남대 그리고 원광대학교 대학원 등에서 이론과 실기 양면에 걸쳐 오랫동안 후학을 지도해 왔다. 대학 강의에서의 경험과 노하우는 유튜브 강의에 오롯이 드러나고 있다. “각 대학의 동양화과가 폐과되고, 서실 운영도 내리막길을 걷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대에 유튜브는 혁신적이고 효과적 매체라고 생각해요.”

직장에서 퇴직할 나이인 65세, 온라인 매체가 낯선 세대다. 하지만 그는 과감하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가 호기롭게 도전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오래된 제자였다. 평소에 스승인 문강의 서예술에 대한 열정과 실험정신, 그리고 학문에 대한 믿음이 컸던 제자가 동영상 촬영과 유튜브 업로드 기술을 지원하겠다고 제안을 해 온라인 시대를 열게 됐다. “제자가 많은 시간을 들여 동영상 촬영과 유튜브 업로드 작업을 도와주고 있어 이 작업을 계속할 수 있었습니다. 고마운 마음이 큽니다.”

그의 유튜브 강의는 그야말로 다채롭다. 서예, 문인화, 서각, 전각 등의 순수 전통미술로부터 현판, 명패, 캘리그라피 등 서화의 현실적 적용이라는 실용서화까지 아우른다. 국내는 물론 서화예술 선진국으로 인식되는 중국과 일본에서도 전통 서화 예술이라는 콘텐츠로 유튜브 강좌를 운영하는 서화가는 다수 존재하지만 문강 만큼 전통 서화에서 실용서화까지 전 영역을 이론과 실기까지 아우르는 유튜버는 드물다. 이같은 폭넓은 영역을 소화할 수 있었던 배경에 그의 서화 인생 50년이 있다.

그는 5살이라는 비교적 이른 나이에 그림과 글씨를 접하며 서화예술의 길로 접어들었다. 어린 나이에 서화와 인연을 맺게 한 장본인은 그의 큰 누나인 혜정 류영희 선생이다. “저 보다 13살 위인 누님이 사범학교를 마치고 교사로 재직하셨는데, 그때 저는 초등학교 입학 전이었어요. 누나의 학교를 따라 다니며 그림과 글씨를 접할 수 있었지요.”

고등학교 때부터는 향토 서예계의 어른이셨던 소헌 김만호 선생을 사사하기 시작한 그는 영남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와 동대학원을 거쳐, 홍익대학교 대학원 미술사학과 졸업한 뒤 지금까지 26회의 개인전과 28편의 논고를 남겼다. 50년간 서화가로 외길 인생을 살아온 그는 전통서화의 현대적 적용이라는 독자적인 화풍을 정립해왔다. 서(書)ㆍ화(畵)ㆍ각(刻)이 하나의 작품 속에서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있다. 이른바 인문학과 서화예술의 융합이다. 예컨대 요산요수(樂山樂水)라는 작품에서 문자의 회화성을 바탕으로 하고 한글과 한자가 혼용되면서 전각과 서각은 물론 조각적 영역이 하나로 융합하는 식이다.

그는 “서화는 시를 글씨와 그림으로 표현한 장르지요. 시를 음표로 표현하면 음악이고, 글씨로 표현하면 서예가 됩니다. 서예에 그림까지 더하면 서화가 되지요. 저는 시를 회화적으로 풀어놓은 서화의 본질에 충실하며 저만의 화풍을 정립해 왔습니다.”

서예나 문인화를 기반으로 하는 전통미술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대학에서 전통미술을 외면하고, 전통서화에 대한 일반의 관심은 점점 희미해져 가고 있다. 그는 “문자를 기반으로 하는 서예의 현실적 가능성을 믿고 있다”고 했다. 인간 정신의 정수를 담아놓은 문자를 기반으로 한 서예는 결코 소멸되지 않을 것이며 미래 산업사회에서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자리할 것이라는 믿음이었다.

“문학이 내용이라면 서예는 예술적인 형식에 해당되죠. 보통은 내용을 중시하고 형식은 가볍게 생각하는데 그 둘은 동일한 무게로 중요하다고 봅니다.”

전통미술은 고루하다는 편견이 만연해 있고, 순수전통미술은 현실적 적응과 장래성이 없다는 인식도 높은 것이 현실이다. 적어도 10년은 해야 기초를 다졌다 할 수 있을 정도로 기나긴 수련 시간도 요한다. 이런 이유로 전통서화의 길을 지망하는 사람은 점점 줄고 있다. 그러나 그는 “서예술이 절망적인 것만은 아니”라고 역설하며 서화예술의 중요성과 실용적 비전을 제시했다.

“현판, 사인, 캘리그라피 등 우리사회에서 문자로 활용되는 영역은 생각보다 넓어요. 서양의 타이포그라피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분야로 동양의 서예술을 지목할 수 있죠. 실용서화의 분야는 무궁무진합니다.”

전통 순수 서예술로부터 실용서화까지 아우르는 그의 유튜브 채널의 구독자는 현재 3,500여명을 넘어서고 있다. 업로드한 동영상은 적게는 수 백회에서 많게는 수만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주된 구독자층은 주로 50대부터 70대다. 정년퇴직한 일반인이 취미로 그의 강좌를 구독하는 경우가 가장 많은데 앞으로 젊은 독자들을 위한 다양한 컨텐츠를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그의 유튜브 강좌는 서화예술의 세계화라는 가능성을 점치는 실험적인 무대가 되고 있다. 유튜브로 인연을 맺은 구독자 중에서 오프라인 제자가 되는 경우도 있고, 매체의 성격상 국내는 물론 외국에서의 독자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 “지난 50년간의 자료와 업적을 유튜브라는 매체에 담아낼 수 있어 행복합니다. 앞으로 시간이 닿는 한 유튜브를 통해 저의 모든 것을 정리해 나가면서 이것이 미래 서화예술 계승과 발전에 하나의 밀알이 될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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