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수 경제칼럼] 코로나 팬데믹 공포가 실업대란 공포를 몰고 오고 있다
[이효수 경제칼럼] 코로나 팬데믹 공포가 실업대란 공포를 몰고 오고 있다
  • 승인 2020.04.0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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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수 전 영남대 총장·경제학 박사
코로나 바이러스가 지난해 11월 중국 우한에서 발병한 이후 약간의 시차를 두고, 한국, 유럽, 미국 등 전 세계로 급속히 확산되면서 팬데믹 현상을 일으키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4월 5일 11시 기준으로 210개국에 확산되어 있고, 전 세계 코로나 확진자 수는 120만2천155명이고, 사망자 수도 6만4천721명에 달하고 있고, 치사율도 5.38%다. 한국도 1만237명이 감염됐고, 183명이 사망했고, 치사율은 1.79%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발생 4개월여만에 감염자 수가 120만 명이 넘을 정도로 확산 속도가 빠르고, 치사율도 5.4%에 달한다. 특히 이탈리아 12.3%, 스페인 9.5%, 영국 10.3%, 프랑스 8.4% 등의 치사율은 10% 전후에 달한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빠른 감염속도’와 ‘높은 치사율’로 인해 세계는 현재 ‘팬데믹 공포’에 빠져 있다.

팬데믹 공포는 이제 ‘실업대란 공포’를 불러오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에 의한 실업대란의 공포를 가장 빠르게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나라는 미국이다. 미국의 경우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이 본격화된 지난 2주 사이에 신규 실업수당 신청 건수가 무려 995만 명으로 1천만 명에 육박하고 있는데, 이는 2009년 금융위기 당시 6개월간 실업수당 신청 건수와 맞먹는 숫자이다. 미국 노동부에 의하면 3월 넷째주의 신규 실업수당 신청 건수는 665만 건으로, 셋째주의 334만 건의 2배가 넘는 숫자로 실업자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블로그에서 이코노미스터 찰스 게스콘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고용에 미칠 영향에 대한 분석에서 2018년 기준 미국 총 취업자 1억 4천473만 명 가운데 무려 46%에 달하는 6천679만 명이 ‘일시해고’의 위험성이 매우 높은 ‘고위험 직업군’에 종사하고 있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고위험 직업군은 대면접촉이 필요한 ‘식품 준비 및 서빙 관련 직업’, ‘영업 및 관련 직업’, ‘생산 직업’, ‘설치, 유지 보수 및 수리 작업’ 등의 직업군이다. ‘고위험 직업군’의 13%가 ‘일시해고’ 되면, 미국 실업률은 9%로 증가하고, 50%가 ‘일시해고’ 되면 미국 실업률은 24%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미국을 급습하기 직전인 2월의 미국 실업률이 3.5%로 거의 완전고용 수준에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코로나 바이러스가 고용에 얼마나 급격하고 심각한 타격을 입히고 있는가를 알 수 있다.

실업대란의 공포가 미국 전역을 강타하고 있다. 미국에서 실업이 불과 1개월 사이에 이렇게 충격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은 ‘팬데믹 공포’와 ‘일시해고’ 고용 시스템에 기인한다. 미국의 각 지방정부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잇달아 자가격리, 사회적 거리 두기 지침을 강화하고, 위반 때 처벌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제화하면, 대면접촉 경제활동을 해야 하는 고위험 직업군의 비즈니스는 사실상 멈춰 서게 된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기업이 경영난에 직면하면 최근에 고용한 사람들을 순차적으로 해고하고, 경기가 회복되면 최근에 해고된 종업원부터 우선적으로 다시 고용하는 ‘일시해고’ 제도를 갖고 있다. 이러한 고용 시스템을 갖고 있는 미국에서 팬데믹 공포 확산으로 비즈니스 활동이 급속히 위축되자, 기업들은 곧바로 ‘일시해고’에 들어가면서 실업이 짧은 시간에 급증하게 된 것이다.

한국은 이러한 ‘일시해고’ 제도가 없고, ‘경영상 해고’가 사실상 쉽지 않다. 한국에서는 ‘경영상 해고’를 하려면,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 합리적이고 공정한 해고 기준에 따른 대상자 선정,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 및 해고 기준 등에 관해 해고일 50일 전까지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조 또는 노조가 없는 경우 근로자 과반수 대표와 성실하게 협의해야 한다. 미국의 일시해고 제도와 비교하면, 한국에서 경영상의 해고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알 수 있다. 이런 이유로 한국은 미국에 비하여 코로나 팬데믹과 같은 경제외적 충격이 고용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느리게 나타난다.

문제는 팬데믹의 장기화로 국제 공급 사슬 및 생산 시스템이 붕괴되는 경우이다. 20세기 후반에 신자유주의 물결 속에서 공정 간 국제분업이 고도로 발달하였다. 하나의 상품을 생산하는데, 다양한 국가의 자본, 노동, 기술, 부품 등이 결합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공정 간에도 복잡한 국제분업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팬데믹이 장기화되면 각국 소비활동 축소에 따른 수출 감소는 물론 국제분업체계에서 국제공급사슬 붕괴로 인한 생산 시스템 붕괴가 일어날 수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의한 실업이 ‘1차적 실업 파고’라고 하면, ‘2차적 실업 파고’는 팬데믹 조기 종식 실패에 의한 생산 시스템 붕괴의 형태로 나타날 것이다. ‘2차적 실업 파고’는 기업의 연쇄도산에 의한 것이므로,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비롯된 일시적 감량경영에 의한 ‘1차적 실업 파고’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충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다.

한국은 ‘경영상 해고’가 매우 어려운 고용 시스템으로 인해 ‘1차적 실업 파고’는 미국에 비해 낮게 나타난다. 그러나 한국은 해외 의존도가 매우 높고, 대기업 중심의 원·하청구조를 갖고 있고, 고용 유연성이 매우 낮기 때문에 ‘2차적 실업 파고’에는 미국에 비해서도 훨씬 취약하다. 팬데믹 조기 종식에 실패할 경우, 팬데믹 공포보다 더 무서운 실업 공포가 세계는 물론 한국에도 엄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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