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 피의자에 대한 보호장비 해제 및 변호인 참여권
구속 피의자에 대한 보호장비 해제 및 변호인 참여권
  • 승인 2020.04.09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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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진
대구 형사·부동산 전문 변호사


과거에는 구속된 피의자가 검찰 수사 시 수갑을 차고 조사를 받는 것이 적법한지 및 변호사 입회권이 어느 정도 보장되는지를 두고 뚜렷한 기준이 없어 수사 검사의 재량에 따라 처리하였다.

인권보장이 강화된 현 정부 법무부는 2019년 9월 이에 대하여 더 명확한 기준을 정하여 ‘구속 피의자 등 조사 시 보호장비 해제 및 사용에 관한 지침’을 제정하여 명확한 기준을 마련하였다. 피의자가 수갑을 차고 검사 앞에서 조사를 개시할 경우 ① 원칙적으로 교도관은 수갑이나 포승을 풀어주어야 할 의무가 있고, ② 교도관이 수갑이나 포승줄을 풀어주지 않을 경우 검사는 반드시 교도관에게 수갑을 풀어주지 않는 사유를 청취하여야 하며, ③ 그 결과 특별한 사정이 없는 경우 검사는 수갑을 풀도록 조치하여야 한다. 예외적으로 자해 위험, 정신질환, 폭력성을 동반한 중대한 범죄, 도주 전력 등이 있는 경우 수갑을 풀지 않고 조사하여도 된다. 또한, 변호인의 참여로 인하여 신문 방해, 수사기밀 누설 등 수사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피의자에 대한 신문에 변호인을 참여하게 해야 하고, 변호인의 자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반드시 피의자의 옆 자리에 마련하여야 한다.

이와 같은 기준이 없는 시절에는 검사가 자의적으로 수갑을 풀어줄지 말지를 결정하고 또 변호인의 동석 위치 및 퇴장 여부를 마음대로 결정하였다. 현재는 위와 같이 명확한 규정을 정하였으므로 검사는 자의적으로 결정할 수 없고 의무적으로 위 내용을 준수하여야 한다는 점에서 구속된 피의자의 인권보장이라는 차원에서 진일보하였다.

2015년 경 검사가 구속된 피의자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조사 시작 전에 변호사가 검사에게 ‘수갑을 풀어 달라’고 요구하였고 검사는 ‘인정 신문(피의자의 인적사항을 일단 물어보는 절차)를 거치고 수갑을 풀지 여부를 결정 하겠다’고 하였다. 이에 변호사가 강력 반발하여 수갑 푸는 문제로 약 15분간 계속하여 항의하자 검사는 ‘변호사가 수사를 방해 한다’는 이유로 변호사까지 강제로 퇴실시킨 후 조사를 시작하였고, 이후 수갑을 풀어주었다. 이러한 검사의 결정이 위법한지 여부를 두고 재판이 진행되었다. 위 사건 당시에는 앞서 언급한 지침이 제정되지 않았다.

위 사건에서 대법원은 ‘헌법은 무죄추정을 원칙으로 하고 있고, 신체의 자유와 적법절차의 보장을 강조하고 있다. 구속된 피의자가 도주·자해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검사가 조사실에서 피의자를 신문할 때 피의자가 신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위축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기의 방어권을 충분히 행사할 수 있도록 피의자에게 수갑 등 보호장비를 사용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특히 검사가 인정 신문을 마친 뒤 곧바로 교도관에게 수갑 해제를 요청한 점에 비춰보면 인정 신문 전에 수갑을 착용하도록 강제할 사유가 있었다고 보기는 더욱 어렵다. 당시 변호사의 주장은 검사의 위법한 조치에 대한 적법한 이의 제기이다.’라는 이유로 검사가 수갑을 풀어주지 않은 행위 및 변호사를 퇴장시킨 행위를 위법으로 인정하였다.

다 같이 법을 배워 누구는 변호사가 되고, 누구는 검사가 되고 누구는 판사가 되지만 2,3년이 지나면 형사사건에서 피의자, 피고인의 인권을 바라보는 시각은 완전히 달라진다. 변호사, 판사, 검사 순으로 인권을 존중하는 것 같다. 검사는 가급적 피의자를 범인으로 만들고, 판사는 가급적 검사의 말을 믿어주는 ‘유죄추정의 원칙’이 적용되는 것 같다. 위 사건에서 대부분의 변호사는 검사의 결정이 잘못되었다고 비난할 것이지만 반대로 검사는 ‘조금만 기다렸다가 검사가 판단하면 되는데 왜 자꾸 변호인이 기다리지 못하고 보채느냐’는 식을 생각할 것이다. 굳이 헌법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형사절차의 대원칙이 ‘무죄추정의 원칙’이고 무죄가 추정되는 사람은 당연히 수갑을 차지 않고 수사를 받을 권리가 있고, 그 점을 항의하는 변호사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고 심지어 퇴장을 시켰다고 하니 해당 검사의 조치는 이해되지 않는다.

현재 기준으로 검사가 그와 같이 행동하였다면 당연히 직권남용죄에 해당하고 구속된 피의자 및 퇴정당한 변호사에 대한 손해배상책임까지 발생할 수 있다. 무죄추정의 원칙은 아무리 강조되어도 지나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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