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호 경영칼럼] 지금, 왜 상도(商道)인가?
[박명호 경영칼럼] 지금, 왜 상도(商道)인가?
  • 승인 2020.04.1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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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호
계명대학교 석좌교수
전 계명문화대학교 총장
일찍이 160년대 무적의 로마군단은 ‘안토니누스’ 역병에 무너졌다. 21세기 미국의 세계 최강 무적함대도 ‘코로나19’ 바이러스 앞에서는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괌에 정박 중인 미 핵 추진 항공모함 루즈벨트호에서 승조원 200여 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되었다. 항공모함 레이건호와 또 다른 두 척의 니미츠급 핵 추진 항모에서도 감염자가 나와 작전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고 한다. ‘코로나19’의 전 지구적 확산으로, 땅의 봉쇄에 이어 하늘 길은 벌써 막혔고, 이제는 바다까지도 보이지 않는 작은 바이러스에 오염되어서 더 이상 안전지대는 없는 듯하다.

이미 40년 전 ‘코로나19’를 예견한 딘 쿤츠의 소설 『어둠의 눈(Eyes of Darkness)』 이 최근에 큰 화제가 되고 있다. 1981년 미국에서 출간된 이 소설에서는 2020년에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만들어진 ‘우한-400’이란 바이러스가 퍼질 것이며 백신은 없다고 설정했다. 소설 속 전염병의 주요 증상까지 ‘코로나19’의 주요 증상인 폐렴이라는 것도 일치한다. 작가의 상상의 산물이 너무나도 정확히 미래를 예견해 많은 이들이 놀라고 있다.

이처럼 미스터리하게 전 세계인에게 갑자기 닥친 이 역병은 우리 인간이란 존재가 얼마나 미약한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나마 우리나라는 혼신의 힘을 다해 바이러스와 사투를 벌여온 의료진과 방역당국의 헌신적 노력 덕분에 감염자수가 줄고 있어 다행이다. 그러나 또 다른 큰 걱정은 나라경제가 위기에 처하게 된 것이다. 대기업은 말할 것도 없고 풀뿌리 경제의 주체인 중소 영세상공인들의 사업기반이 무너져서 재기가 거의 어려운 지경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의 충격으로 경기 침체가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무엇보다도 근로자와 기업을 보호하는 정책이 최우선이다. 속출하는 실업과 휴폐업을 막기 위한 임금보전과 운영자금의 공급이 시급하다. 그러나 핵심은 경제 문제의 근본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여 올바른 대책을 마련하는 일이다. ‘코로나19’가 심각한 경제 곤란의 주범일 수도 있다. 질병을 치료할 때 기저질환의 유무가 중요한 것처럼, 우리 경제의 문제를 진단하는 일에 있어서도 ‘코로나19’ 외의 원인들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일이다.

경제위기의 극복에는 정부의 노력 못지않게 모든 경제주체들의 자발적, 협력적 노력이 필수적이다. 총체적 대응만이 살길이다. 바이러스를 이기기 위해서는 방역의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경제 난국의 해결에도 역시 경제주체들의 ‘기본으로 돌아가는 자세’가 최우선이다. 생산경제의 현장인 장사에도 지켜야 할 기본과 원칙이 있다. 절대로 포기할 수 없고 포기해서는 안 되는 것이 장사의 기본, 곧 상도(商道)다. 우리 기업들의 상도는 무엇이며, 과연 상도가 제대로 지켜져 왔는지를 되짚어 보아야 할 시점이다. 상도란 ‘왜 장사를 하는가?’에 대한 답변이다. 또 무엇이 왜 소중하고, 아름다우며, 보람 있는가 등 가치관에 대한 설명이기도 하다. 나아가 고객들과 함께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겠다는 다짐일 수도 있다.

미국의 석탄 광부들은 지하 탄광에 들어갈 때 카나리아를 데리고 들어갔다고 한다. 그 이유는 이 작은 새가 예민한 호흡기체계를 갖고 있어서 유독한 환경을 광부들보다 쉽게 그리고 더 빨리 알아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카나리아가 기침을 하고 숨 막혀하기 시작하는 것은 곧 위험에 빠지기 전에 광부들이 재빨리 그 탄광을 빠져나와야 한다는 분명한 신호라는 것이다. 짐 월리스는 『가치란 무엇인가』에서 카나리아를 우리 사회의 가난하고 약한 사람들로 상징하고 있다. 따라서 소비경제의 주체인 소비자들도 이 작은 자들의 행복이야말로 사회의 행복을 가늠하는 척도가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대공황을 우려할 만큼 심각한 작금의 경제위기에 대한 경고신호는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의 고통이다. 그러므로 이들과 함께 공동선(共同善)을 이루는 것이 우리 모두에게 최선이다.

사랑, 진실, 정직, 동정, 헌신, 희생, 사명감 등은 인간의 가치를 판단하는 시금석이다. 모성애는 여인의 아름다움보다 귀하고, 작은 기부자가 큰 부자보다 존경받는다. 어거스트 투랙은 『수도원에 간 CEO』에서 “진정한 성공은 대개 자기 자신보다 더 원대한 사명에 몸 바친 것의 부산물”이라고 하였다. 상도를 실천하는 훌륭한 상인은 겉으로 드러나는 장사의 기술이 아니라 그들의 사명감과 헌신으로 남들과 구별된다. 이들과 함께 급한 어려움에 처한 작은 자들에게 좋은 이웃이 된 선한 사마리아인 같은 소비자들이 바로 나라경제를 살리는 사람들이다.

공동선의 추구와 상도의 실천은 경제 위기의 백신이자 치료약이며, 위기가 크고 심각할수록 그 가치는 더욱 더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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