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원짜리 검정고무신
100만원짜리 검정고무신
  • 승인 2020.04.14 20:4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해남 시인·전 계명대 겸임교수
오늘은 21대 총선입니다. 국민이 주인행세를 하는 날입니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되고, 문재인정부가 들어선지 3년이 되어가는 시점입니다. 그래서 다들 이번선거를 총선보다는 문정부의 심판에 무게를 둡니다. 이런 전제가 붙어서인지 다른 어느 때보다 여·야간 격돌이 불꽃을 튕깁니다. 진흙탕 싸움을 보면서 미래사회의 주역이 될 어린 세대에 민망한 생각이 듭니다. 작년에 날치기로 만든 선거법이 가관입니다. 무슨 날도깨비 같은 ‘4+1 패스트트랙’운운하며, 제1야당의 참여 없이 선거법을 뚝딱 만들어냈습니다. 여당인 민주당이 소수정당의 비례대표 의석수를 늘려준다는 사탕발림에 솔깃해서 4가 “웬 떡이냐” 하고 뛰어들었지요. 그 통에 여당은 헌법기관보다 상위에 있는 무소불위의 ‘공수처’를 만들 수 있었고, 예산도 통합당을 젖혀두고 통과시키지 않았습니까? 여당이 국회선진화법(신속처리 안건상정)을 교묘히 이용한 것이지요. 이런 것을 보면 국회는 머리 좋은 사람이 들어가는 것보다 양심적이고 정직한 사람이 필요한 곳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4개 소수정당에게 내어준다던 비례대표의석 수가 ‘꼼수’의 덫에 딱 걸려버렸지요. 더불어민주당이 돌변한 것입니다. 법망을 교묘히 피해 ‘더불어시민당’, ‘열린민주당’이라는 위성정당을 만들어 비례대표 의석수를 가져갈 요량인 것 같습니다. 정의를 많이 부르짖던 어느 정당은 비례의석수를 늘리기는커녕 조국 전 민정수석의 비리의혹에 바른 소리를 못한 대가까지 치러야할 판입니다. 선거법 개정에 빠져버린 미래통합당은 개정 전에 이미 비례정당을 만든다고 하였으니까 같은 맥락에서 나무라고 싶지는 않습니다. 소수정당 4는 억울하겠지요. 하지만 ‘젯밥’에 양심을 어긴 것을 생각하면 ‘사필귀정(事必歸正)이 아니겠습니까?

선거 날 왜 이런 넋두린가 하시겠지요?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이 예사롭지 않아서입니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일들이 너무 많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10,000명이 넘는 확진자가 나왔고, 200명이 넘는 무고한 국민이 사망했습니다. 6·25전쟁 때도 학교 문은 닫지 않았는데 두 달 가까이 학교 문이 닫혀 있습니다. 전 국민이 마스크를 끼고, 자영업이 빈사상태에 빠졌습니다. 이런 현상이 비단 코로나19 때문만은 아닌 듯합니다.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 탈원전, 소득주도성장, 주52시간제 등 경제정책의 잘못으로 GDP가 작년에 겨우 2%대를 턱걸이 할 정도였으니까요.

올해는 실로 난감합니다. 코로나 영향으로 어쩌면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할지 모릅니다. 그런데 선거 탓인지 포퓰리즘 적인 처방뿐입니다. 재정적자가 산더미처럼 늘어나는데 수조원의 재난지원금을 일률적으로 지급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 코로나19로 인해 곤경에 처한 국민을 선별하여 이들을 살리는데 재정을 투입해야지요. 한 푼이라도 고용을 창출하고 생산을 늘리는데 쏟아 부어도 경제가 살아날지 걱정인데 말입니다. 자칫하면 ‘100만 원짜리 고무신 선거’가 될까 염려됩니다. 이 많은 예산을 1회용 선물로 써버리면 ‘언 발에 오줌 누는 격’이 되고 맙니다. 그 다음은 어떻게 하겠단 말입니까? 이 부분은 야당도 깊이 고민해야 합니다. 빚더미의 나라, 정말 앞이 캄캄합니다.

언론의 코로나19 뉴스를 보면 초기 입국제한을 하지 않은 미국, 일본, 유럽 일색입니다. 우리나라 방역상황을 알려야 하는데 본말이 전도된 느낌입니다. 병실부족과 방호복부족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환자 치료와 유가족 관리, 지역방역 점검 등 보도할 게 샜고 샜는데 말입니다. 설마 입국제한을 하지 않아 초기방역을 실패한 ‘과’를 덮으려는 것은 아니겠지요.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과 일본이 현금으로 코로나 재난지원금을 주는데 너무 포커스가 맞춰 있는 것 같습니다. 미국과 일본만큼 우리의 재정능력이 충분할까요? WHO에서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발표가 있을 때 외환시장이 요동친 것 기억하시지요. 미국과 통화스와프를 하지 않았다면 외환위기를 맞을 뻔 했습니다. 이 와중에 온 국민이 재난지원금 대상이 되느냐? 마느냐? 로 시끌벅적하니 기가 찰 노릇입니다.

이번 선거에서 간과해서는 안 될 일들이 참 많습니다. 조국 전 민정수석 내외의 중대범죄 혐의, 청와대 관련 울산시장 선거부정의혹과 수사검사의 좌천성 전면 교체 등등 아무래도 선거가 아니고는 바로잡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보다 코로나 이후 닥칠 경제불황 쓰나미에 대처하기 위해서라도 정말 투표 잘 해야지요. 우리 국민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아픔보다는 단 한 번이라도 아름다운 경험을 해봤으면 하는 게 꿈입니다.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이 금빛 햇살처럼 번져나가는데 그깟 100만 원짜리 검정고무신 정도야 역사의 강물에 떠내려 보내야지요.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