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스무 살, 작열하는 태양같이 뜨겁고
시큼한 설익은 냄새 가득한
비틀거리던 그 스무 살로 돌아가고프다 한다.
난 지금이 좋다.
마흔 하고도 중반에 이른 지금이 참 좋다.
높은 곳에 올라 먼 산
겹겹이 색다른 푸름을 감지할 수 있는
혜안이 있어 이 나이가 좋다.
내 작은 집과 농장, 더불어 작은 텃밭이 있어
싱그러움 한 가득 베어 먹을 수 있는
푸성귀가 지천인 이 산골이 있는 지금이 너무 좋다.
내가 가지고자 했던 모든 것들이 지금 있고
내가 행하고자 했던 많을 일들이 지금 이루어지고 있으며
내가 걷고자 했던 굳은 신념의 길을 지금 걷고 있으니
내 나이 사십하고도 중반인 지금이 너무도 좋다.
죽을 고비도 이겨내고
삶의 터전이 파괴되었던 고난도 이겨내어
앞으로 다가올 그 어떤 사태도 두렵지 않으니
이 평화로운 달콤함이 어디서 오는지 아는
지금 이 나이가 좋다.
누가 내 차를 살짝 부딪쳐 흠집이 나더라도
쓴 웃음 한번으로 괜찮다고 하는
큰 관용이 있어 좋다.
누가 나를 비난하는 말을 들어도
나의 길을 가리라는 좌우명이 있어
괘념치 않을 수 있는 강건함이 성성한
아! 참으로 지금 마흔이 너무 자랑스럽다.
내 아내가 아직 매력 있어 보이고
내 아이들에게 아버지의 신뢰가 굳건하고
배우고 싶고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도
하나씩 이루어 나가는
나이 마흔에 세상 이처럼 행복한 시절
또 올 것 같지 않으니
난 누가 뭐래도
마흔하고도 중반 이 황금 같은 나날이
참으로 좋다.
◇김연창= 1964년 경북 상주출생. 시인 및 생태운동가, 초암논술아카데미 대표역임. 경남 함양 녹색대학 교수역임. 낙동강문학 심사위원.
<해설> 사람의 마음은 허공처럼 자유롭지만 허공과 같지 않다.우리는 자신의 본연의 존재를 느끼는 텅 빈 자각 속에서 자유의 지혜와 무조건적인 사랑이 있음을 안다. 진짜로 실재하는 것은 현재 상태이다. 인간은 오직 현재의 순간을 살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 삶을 온전히 활기 있게, 사물과 현상을 이 순간에 존재하는 그대로 바라보며 살아간다.사람들은 그 누군가의 역사 속에서 기억될만한 한 페이지로 기록되길 바란다.우리는 어쩌면 한 사람의 인생 속에서 역사적 인물로 등장했을 수도 있고, 어쩌면 한 사람의 인생 속에서 위대한 혁명가로 등장했을 수도 있다. 어떤 것이든 괜찮다. 내가 죽으면 장례식에 누가 와줄까.우리 모두는 누군가에겐 잊혀지지 않을 존재다. 낯선 사람으로 태어나 누군가에게 익숙한 사람으로 죽는다면 행복한 생이다. -성군경(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