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진 않아도 효심 깊어 조선화가 마음 훔쳤네
아름답진 않아도 효심 깊어 조선화가 마음 훔쳤네
  • 박승온
  • 승인 2020.05.07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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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온의 민화 이야기] 팔가조도(八哥鳥圖)
검은털 삐죽삐죽 난 팔가조
중국 조류로 화보 통해 유입
어미 먹여 살리는 습성 때문에
당시 하나의 장르로 자리매김
한 폭에 담긴 팔가조와 모란
‘효도하는 자식·부귀한 삶’ 뜻
작년 이맘때 내년 봄이 시작되면 희보춘선(喜報春先)을 주제로 봄을 알리는 새를 그려 개인전을 하자고 다짐을 했었는데...쩝! 핑계는 늘 남의 몫이라 세상이 어수선해 내년으로 미루기로 했다. 그래도 계절은 소란도 없이 질서 정연하게 꽃을 피우고 지저귀는 새 소리에 우리의 삶도 그럭저럭 이어져가는 듯하다.

상투적 표현으로 계절의 여왕 5월이 되었다. 날씨도 좋고 내 주위를 챙겨야 할 일도 많아졌다. 앗!!! 오늘은 어버이날 이내 . 나이 들어 부모님 앞에서 재롱잔치도 힘들고 쑥스럽게 부모님께 감사하다고 고백하기도 멋쩍고 난감하내...

오늘은 검은 새 이야기로 시작해보자.

팔가조(八哥鳥)

팔가조는 까마귀과에 속하는 새이지만 사촌쯤 되려나 생김새가 구관조와도 비슷하지만 좀 생태가 둔하다고 알려져 있다.

많은 새들이 민화 속에 등장하지만 대부분 화려한 색상에 우아한 모습이지만 뜬금없이 검은 새 라니 그것도 검은 털에 까까머리처럼 부리 쪽으로 검은 털이 삐죽삐죽하니 볼품없고 아름다워 보이지도 않는다.

그래도 조선 시대 화가들은 검은색을 나쁘게 보지 않았다. 수묵화는 그야말로 검은색 하나만 사용하는 그림이다. 또한 검은색의 액체를 뿜는 연체동물을 단지 검은 액체가 먹물과 닮았다는 이유 때문에 ‘학문을 하는 생명체’라는 뜻의 ‘문어(文魚)’가 되었을 정도였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싶다.
 

김홍도 팔가조
<그림1> 팔가조(八哥鳥)김홍도 종이에 담채 25×21.5㎝ 화제: 樹裏窺人半在空 (공중의 나무 위에서 사람을 바라보네.)

<그림 1>

속도감 있는 필치로 화면을 가로지른 나뭇가지 위에 팔가조가 앉아 있다. 출품작의 화면 중앙에 위치한 팔가조(八哥鳥)는 중국의 조류로, 화보 등을 통해 그 도상이 들어 온 것으로 추정되며 여러 문인 화가들의 작품이나 민화, 도자 등에 종종 등장하는 소재다.

부모가 늙으면 모이를 물어와 봉양하는 습성을 가진 탓에 효(孝)를 상징하기도 한다. 화보를 통해 익힌 도상이지만 먹의 변화를 조절하는 운용법과 비교적 세밀한 획으로 새의 특징을 잡아낸 묘사력에서 단원의 실력이 두드러져 보인다. 둥그런 필치로 쓴 전서의 화제에서 이야기하듯, 팔가조는 몸을 앞으로 기울여 나무 아래 사람을 내려다보는 듯한 자세를 취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새의 발이 앞으로 꺾인 모양이다.

어쩌다 이 검은새가 효의 상징이 되었을까?

반포지효(反哺之孝)에서 유래한 의미로 까마귀의 습성에 대한 다음과 같은 내용이 실려 있다. 까마귀는 부화한 지 60일 동안은 어미가 새끼에게 먹이를 물어다 주지만 이후 새끼가 다 자라면 먹이 사냥에 힘이 부친 어미를 먹여 살린다고 한다. 그리하여 이 까마귀를 자오(慈烏:인자한 까마귀) 또는 반포조(反哺鳥)라 한다. 곧 까마귀가 어미를 되먹이는 습성을 반포(反哺)라고 하는데 이는 극진한 효도를 의미하기도 한다. 이런 연유로 반포지효는 어버이의 은혜에 대한 자식의 지극한 효도를 뜻한다.

그럼에도 민화에 한 장르로 존재하는 이유는 팔가조 특유의 행동과 습성 때문이다.

팔가조는 부모에게 먹이를 물어다 주는 까마귀를 특별히 ‘팔가조(八哥鳥)’라고 부른다.

한자 풀이만으로는 그 뜻을 알기 어렵고 유래된 뜻도 잘 모르겠다.

팔가조와 목련, 해당화를 그린 그림은 목련은 옥(玉,) 해당화(海棠花)는 당(堂)의 뜻을 나타낸다. 이는 ‘옥당제조(玉堂啼鳥)’, 귀댁에서 새가 운다는 뜻인데, ‘효를 아는 새가 울다’라는 뜻으로 효자가 난다는 뜻이 된다.

또한, 팔가조는 보통 모란과 함께 많이 그린다. 민화에서 모란은 ‘부귀영화, 부귀옥당’이라는 뜻으로 사용하기에 팔가조와 모란이 함께 그려지면 ‘부귀한 집안과 효도하는 자식, 효도하는 자식과 함께 부귀한 삶을 누리다.’라는 뜻이 된다.
 

팔가조도-김동란
<그림2> 김동란 작 팔가조도 지본채색 40X100cm

<그림 2>

팔가조도에 관한 글을 쓰면서 어릴 적 명심보감 효행 편의 한 구절을 외우던 기억이 났다.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참새 세끼처럼 입만 쩍쩍 벌리고 소리 지르던 그 어릴 적 울 엄니는 인간이면 꼭 지켜야 하는 도리라고 했다.

詩曰 父兮生我 母兮鞠我 哀哀父母 生我?勞 欲報深恩 昊天罔極/ 시왈 부혜생아 모혜국아 애애부모 생아구로 욕보심은 호천망극 아버지 날 낳으시고 어머니 날 기르시니 슬프고 슬프도다 어버이시어, 나를 낳아 기르시느라고 애쓰셨도다. 그 깊은 은혜를 갚고 자 할 진데 넓은 하늘과 같이 끝이 없느니라.”

어버이날! 하는 일이 많아 택배 아저씨가 자식의 일손을 덜어주시고, 계좌이체로 호천망극을 대신하자니.. 뒤통수가 영 뜨겁다. “바쁘면 안와도 된다”는 기운 없는 목소리가 영 마음에 걸린다.

마음은 표현하지 않으면 모른다 했는데 그래도 오늘만큼은 표현해 봐야겠지요?

“낳아주시고 길러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은혜 늘 마음 속에 담고 살겠습니다.”

<사단법인 한국현대민화협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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