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클럽발 감염이 우리에게 이야기하는 것
이태원 클럽발 감염이 우리에게 이야기하는 것
  • 승인 2020.05.14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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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견숙
경북대학교사범대학 부설초등학교 교사


이태원 클럽의 집단감염 확진자가 전국에 130명을 훌쩍 넘어섰다. 클럽에 출입한 고교생도 있는가 하면, 이태원을 출입했던 원어민 과외교사 때문에 학생 확진자가 생기기도 했다. 그 여파로 등교개학은 1주 더 물러났지만, 사실 앞으로 벌어질 일은 그 누구도 알 수가 없다.

코로나로 인해 학교는 많이 바뀌었다. 아니, 완전히 달라졌다. 학생도, 교사도 난생 처음인 온라인 개학 이후 한 달여의 시간이 지나갔다. 어느새 나는 출근 후에 아이들이 제출한 어제의 출석과제를 확인하고 한 명씩 피드백해서 다시 보내어 주는 것이 일과의 시작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컴퓨터는 잘 다루지 못하지만 구글 클래스룸을 기반으로 저학년 아이들이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온라인 수업의 시간을 구상하는 것 역시 조금은 어색하지 않아졌다. 컴퓨터 화면에 보이는 모든 아이들 얼굴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 통에 혹시 어떤 친구만 발표를 시켜주지 않은 게 아닐까, 아이들이 내 말을 듣고 있을까 등의 별의별 걱정을 하면서 손에 땀을 쥐었던 첫 화상 만남을 생각해 보면, 이제는 다소 편하게 학생들과 화상채팅으로 정기적인 아침 만남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아이들 역시 15일 남짓한 기간 동안 온라인 개학에 꽤 능숙해졌다. 교실 플랫폼에 매일 출석 체크를 하고, 일일학습내용을 살펴보면서 EBS나 영상으로 수업에 참여한다. 화상 만남 시간에도 자기가 발표를 해야 할 때만 스피커를 켜서 발표를 할 줄 알게 되었고, 다른 친구들의 발표를 듣고 몸으로 동의, 격려, 응원 등을 표현하게 되었다. 어린 학생들이라 아직 도움을 받을지도 모르지만 플랫폼에 제시된 과제를 온라인으로 제출하고, 나의 피드백을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아이들이 이렇게 되기까지는 각 가정의 학부모님들의 지대한 도움이 있었을 것이다. 온라인개학이 제대로 이루어지는 데 부모님의 역할은 교사의 역할과 대등할 정도로 중요했다. 거의 모든 부모님이 아이의 학습이 안착되도록 정성으로 살펴주시고 계신다. 아이의 학습에 이 정도의 관심을 쏟은 일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교육공동체 모두가 협력한 시간이었다.

이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학습에 있어서, 학급 운영에 있어서 더 보완해야 할 부분, 교육적으로 적용하고 싶은 내용들이 생기는 것을 조금씩 발견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사실 ‘온라인 개학’이라는 게 제대로 될 수 있을까 반신반의했다. 사실 지금도 100% 잘 되고 있다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는 조금씩 그 체계를 잡아가고 있다는 생각이다. 언젠가 코로나가 끝나고 아이들이 교정에서 마음껏 뛰놀며 함께 얼굴을 마주보면서 공부를 하더라도, 온라인으로 학습할 수 있는 어떤 체제들은 남아 있을 것이다. 부모님의 관심 역시 마찬가지다. 그래서 이러한 요소들이 앞으로의 학교와 가정을 잇고 더불어 소통하게 만드는 교육적 방안으로 충분히 활용될 것이라는 예상을 해 본다.

이번 무더기 확진 사태 역시 근본적으로는 이태원의 클럽 출입자 때문만으로는 보기 어려울지 모른다. 사실상 사람이 모여 있는 곳이라면, 그리고 조금이라도 부주의하다면 그 곳이 어디든지, 언제든지, 그리고 누구든지 전염과 전파의 우려가 있다는 사실의 확인일 것이다. 이는 결국 우리가 코로나19 이전의 삶으로는 살아가서는 안 되고, 이제는 그럴 수도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더 이상 옛 교육방식, 혹은 지금의 교육방식의 틀을 고집할 수는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이들이 새로운 학습에 적응하듯이, 교육 역시 이러한 변화에 즉각적으로, 그리고 장기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만약 내가 어릴 때 이런 일이 생겼더라면 지금의 교육은 지금 그대로의 모습이었을까, 생각해 본다. 아마도 달라졌을 것이다. 교육부 누구 장관 세대의 교육이니, 몇 차 교육과정의 교육이니, 한자를 배웠느니 어쩌니 하면서 이제까지 무수히 바뀌어 온 교육과정들에 대해서 이야기해 왔었지만, 교육의 기본 틀 자체가 이 정도의 극심한 변화를 겪은 적은 없었다. 그리고 두렵지만 앞으로도 이런 위기들은 어떤 방식으로든지 몇 번이고 닥쳐올 것을 누구나, 어느 정도는 예상할 것이다. 그런 때마다 교육은 아이들을 가장 먼저 생각하면서 그 변화에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이렇게 변화하는 교육 속에서 우리 아이들은 앞으로 우리와는 정말로 다른 모습의 삶을 살아가리라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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