杜口呑聲 <두구탄성:입을 막고, 그래도 나오는 소리는 삼킨다>
杜口呑聲 <두구탄성:입을 막고, 그래도 나오는 소리는 삼킨다>
  • 승인 2020.05.21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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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태
김원태

 

風塵斷處疫傳何 (풍진단처역전하)

세상일과 멀어진 곳 병까지 퍼지니 어떠하리

寂壓孤庭自禁呿 (적압고정자금거)

적막이 눌러버린 외로운 집이라 스스로 막은 입이라도

偏狹未寬浸世念 (편협미관침세념)

편협하고 참지 못하여 세상일에 빠져든다

汚聲添巷儘堪過 (오성첨항진감과)

더러운 소리가 난무하여 차마 지나칠 수 없다

◇김원태= 1957년 경북 안동生. 경북고 졸업, 물리학 Ph.D 뉴멕시코주립대 재직 후 개인사업. 현재 미국 라스크루시스 거주하며 生活詩作중.

<해설> 역병이 사그러져가니, 그 역병에 가려서 미처 살피지 못한 더러움이 스물스물 피어오른다. 초초함으로 역병이 퍼지는 소식을 기다리는 것은 오히려 사치에 가깝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니 그나마 믿는 구석이 있어서이다. 의료진들이고 행정력이 혼연일체가 되어 열심히 구제작업을 하고, 사람들도 불편을 감수하면서도 묵묵히 따라주었는 것이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을 다하는 것, 盡人事일 것이고, 그 혼연일체가 된 노력으로 하늘을 감동시킬 수 있는 것이라 믿기에 그렇다(지성이면 감천至誠感天이다) 간혹 말 안듣는 이들이 있어서 그 역병이 재 창궐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일이 벌어져도, 그다지 걱정이 안되는 것은 다수의 사람들이 한결같이 바라고, 그래서 따라주었던 것이 있기에 그러한 작은 일탈은 충분히 이겨낼 것이라고 믿어서이다. 그 와중에도 조금씩 불안한 것은 이러한 공을 온전히 가로채어서 떠드는 입방정이 그 정성을 오히려 가리고, 말 안듣고자하는 생각 자체도 없는 이들까지 방심하게 만드는 것은 아닌가하는 것이었다. 그 가벼움을 실증이라도 해야 하는 무슨 의무감이 있는 것처럼 참 시기도 적절하게 혼자서 자랑질에, 자아도취의 경지에까지 이르는 행위를 서슴치 않고 있어서, 초조함에 약간의 징분까지 더해지는 상황이지만, 뭐 공헌한 것도 없는 몸이라 입닫고 짐짓 음풍농월의 여유로서 초조함과 징분을 억누르자 작정하였다. 두구탄성杜口呑聲이다. 입을 막고, 그래도 나오는 소리는 삼킨다는 뜻이다. 불쑥 불쑥 입으로 터져나오는 것을 조금은 뒤늦었지만 주어담으려 노력하는 미성숙의 태도를 이른 말이니, 내 처지에 바로 해당하는 글귀이다. -성군경(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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