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호 경영칼럼] 코로나 이후의 치유마케팅
[박명호 경영칼럼] 코로나 이후의 치유마케팅
  • 승인 2020.05.24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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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호 계명대학교 석좌교수, 전 계명문화대학교 총장
“그 사막에서 그는
너무도 외로워
때로는 뒷걸음질로 걸었다.
자기 앞에 찍힌 발자국을 보려고.”

파리 지하철공사에서 공모한 시 콩쿠르에서 8천 편의 응모작 중 1등으로 당선된 ‘사막’이란 제목의 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처하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가족 간 거리두기로 이어지고 있다. 홀로계신 부모님이나 멀리 떨어져있는 자녀들과의 만남이 어려워진 지금의 사회는 사막과 다름 아니다. 특히 홀로지내는 사람은 육신의 건강이야 그럭저럭 유지할지 몰라도 텅 빈 마음은 사막보다도 더 삭막하다. 코로나19로 인한 신체적 질병 못지않게 우리 가운데 이미 만연된 마음의 병은 쉽게 보이지도 않고 치유되기도 어렵다. 또한 코로나에 감염되어 완치되고 나서도 정신적인 후유증을 호소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마음의 병을 진단하고 치유하려면 무엇이 가장 우선되어야 할까. ‘공감이 먼저다’라는 책을 펴낸 장정빈 원장은 “내가 느끼는 감정에 대해 알지 못하고 그것이 보내는 신호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할 때 우리는 ‘마음의 병’을 앓게 된다”고 한다. 따라서 자신의 감정에 대해 제대로 알고 대처해야만 감정을 잘 다스릴 수가 있고 마음의 건강상태를 유지하게 된다. 유연하지 않고, 따뜻하지 않으며, 사람의 마음을 알고 반응할 수 없는 사람은 이 시대에 경쟁력이 없다는 것이다.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도 그의 저서 ‘공감의 시대’에서 인류의 역사는 공감의식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왔다고 주장하였다.

마케팅에서도 소비자와의 공감이 강조되고 있다. 소비자의 마음을 읽는 것에 그치지 않고 소비자의 마음의 문제를 치유하는 마케팅을 요구한다. 고객의 소비패턴이 품질중심에서 품격중심으로 이행하게 되면서, 기업이 단지 가격을 낮추거나 품질을 높이는 것만으로는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하기가 매우 어렵게 되었다. 그래서 소비문화의 본질과 트렌드를 철저히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마케팅전략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코로나 이후의 소비문화 트렌드는 어떤 모습으로 바뀔까? 파이낸셜 타임즈의 칼럼니스트인 리처드 톰킨스는 “일류기업들이 시장에서 팔고 있는 것은 상품 자체보다는 차별화된 감성, 아이디어 그리고 신념”이라고 규정했다. 소비에서 이성보다는 감성, 물질보다는 마음과 정신이 중요하게 고려되고 있다. 소비자들의 가치인식이 합리적, 논리적, 이성적인 사고를 통한 판단에 근거하기보다, 감성적·문화적 차원에서의 구매의사결정이 지배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넥스트 그룹의 멜린다 데이비스에 의해 1996년부터 시작된 “인간욕망 프로젝트(Human Desire Project)”에서는 마케팅의 새로운 관점을 보여주고 있다. 그녀는 “진정한 차별화는 제품 자체에서가 아니라, 당신이 치료받고자 하는 고객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달려있다. … 이것은 새로운 의무다. 마케팅 담당자는 이제 치료자가 되어야만 한다”고 주장하였다. 새 봄의 따뜻함을 알리는 부드러운 안개처럼 사랑과 치료가 마케팅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고객들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것은 ‘즉각적 대체상태’, ‘더욱 풍부한 인간결속’, ‘더 확고한 자아감’, ‘나아갈 길에 대한 더욱 명확한 비전’,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더 큰 내면적 기쁨’이다. 이렇듯 우리는 외면이 아닌 내면적 자아에 집중된 자신을 중요시 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마케터가 고객을 형이상학적 차원의 보살핌을 필요로 하는 환자로 생각하고, 공감하며, 또 그들의 진정한 필요와 욕구를 더 잘 이해해야 하는 이유다.

오늘날 고객들은 새로운 기술이 아니라 오히려 쉽고도 단순한 기술이 만들어내는 신비한 체험을 원하며, 이를 통한 최적의 마음상태를 성취하기를 바란다. 멜린다 데이비스가 그의 저서 ‘욕망의 진화’에서 강조한대로 소비자들은 정신적 안정과 만족을 주는 사람들과 결속하는 것을 원하고, 불확실한 세상을 헤쳐 나갈 수 있는 보다 확실한 제안을 기대한다. 경영학의 대가인 윤석철 교수는 그의 책 ‘경영학의 진리체계’에서 고객의 필요와 아픔을 파악할 수 있는 경영자의 인식능력을 강조하였다. 위대한 제품을 만들어내는 원동력은 바로 고객의 마음을 헤아리며, 공감하며, 치유하는데서 나오기 때문이다.

미국영화계에서 최고의 공감기술자는 왕년의 명배우 게리 쿠퍼다. 그는 ‘설마’, ‘정말로’, ‘그건 처음 듣는 말인데’라는 공감하는 세 마디로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끌었고, 주위의 사람들에게 행복감을 심어주었다고 한다. 프란시스코 교황도 “인생은 당신이 행복할 때 좋습니다. 그러나 더 좋은 것은 당신 때문에 다른 사람이 행복할 때입니다”라고 했다. 외롭거나 슬퍼하거나 고통당하는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위로와 치유다. 행복한 사람들의 곁에는 늘 행복한 사람이 있다. 그가 치유의 마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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