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척수장애인을 아십니까?
[칼럼]척수장애인을 아십니까?
  • 승인 2020.05.26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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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김시종
김시종 대구시척수장애인협회회장
대부분의 사람들은 장애, 장애인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 해 본적이 없을 것이며, 장애인은 나와는 다른 사람들이라는 생각으로 평범한 일상을 지내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척수장애인들은 건강한 사회인으로 지내다가 불의의 사고(교통사고, 추락, 낙상, 다이빙, 산업재해 등)로 척수장애라는 생소한 낙인을 받고 부정-분노-타협-좌절-수용의 단계를 짧은 시간에 극복하고 장애를 수용하는 사람과 평생을 수용하지 못하고 괴로워하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두 유형의 사람들은 장애를 수용하는 과정 느끼는 좌절감과 분노는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매년 2천명 이상이 중도의 사고, 질환 등으로 척수손상환자로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병원에서 해줄 수 있는 수술 등 의료적인 처치는 몇 개월 만에 끝나지만 해당 척수장애인들은 바로 귀가하여 사회로 돌아가지 못한 채 이 병원, 저 병원을 전전하며 돌아다니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불필요한 의료비 지출과 많은 인적 자원들의 시간 낭비로 척수장애인 개인적으로도 큰 손해이자 비극이지만, 사회적으로도 큰 손실일 것이다.

척수장애인들은 재활난민이 되어 정처없이 좀비처럼 병원을 떠돌아다니면서 2년 이상의 시간을 뒷걸음치듯 보내버린다. 장애의 몸으로 세상과 함께 살아갈 ‘장애수용’의 단계를 그 누구도 가르쳐 주지 않는다. 의료적 치료에만 몰두하는 병원은 심리적, 사회적, 직업적 재활과 가족지원에는 손을 쓸 수가 없다. 더욱이, 수가와 전문 인력이 없는 현실에서 영리를 추구하는 병원을 향해 사회적 책임만을 강요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들의 가족들은 경제적 어려움과 심리적 불안함, 과도한 육체적 소모로 황폐해져가는데 그렇다고 가정으로 돌아갈 준비 없이 무조건 병원에서 내몰 수도 없다. 휠체어 사용으로 집의 접근성이 떨어져 들어가면 나올 수도, 나오면 들어가기도 어려운 현실로 사회적 입원을 하는 척수장애인들도 상당 수 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에서 재활난민 해소와 지역사회복귀 촉진을 위해 ‘재활전문병원’을 운영하고 있지만 혁신이라고 하기에는 뭔가가 아쉽기 때문이다. 그래서 척수장애인협회에서는 장애 이후의 삶을 준비하고 개척할 수 있도록 병원과 지역이 함께 연결되는 구조인 사회복귀를 위한 연계시스템 “일상홈”을 구축했다.

평균 2~3년 재활기간동안 4~5곳의 병원을 전전하면서 사회적 고립과 자존감 상실 등의 문제까지 발생되는 척수장애인들에게 병원과 지역의 연결고리에 다양한 사회복귀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장애수용과 정체성 확립을 위해 능동적인 일상생활 삶을 설계할 수 있도록 연결고리의 역할을 해 주는 것이다.

장애 이후 32%가 자살시도를 경험하고, 장애 이후 이혼의 경험이 75%가 되고, 장애 이후 무직이 되는 비율은 70%가 되는 참담한 현실을 보여준다. 척수장애인들의 삶은 타 장애유형들과는 달리 운동신경과 감각신경 마비가 되어 걸을 수 없기에 휠체어를 꼭 타야하고, 욕창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으며, 대·소변 문제, 성기능 문제와 통증 등 종합적인 문제를 평생 걱정하며 살아가야 한다.

가장 좋은 사회복귀훈련은 자신감을 회복하는 것이다. 휠체어를 타야하는 하지· 사지마비의 척수장애인이 되어도 사람들의 시선이 두렵지 않고 당당함을 갖게 되며, 장애이전의 삶을 사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당사자의 처지와 환경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적 재활에 필요한 정보 및 경험을 제공하고, 사회복귀에 필요한 맞춤형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전문 인력 ‘일상생활코치’를 통해 일상생활훈련, 생활체육, 문화·여가프로그램, 상담 프로그램 등 개인별 맞춤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지역사회 구성원으로 당당히 생활 할 수 있는 척수장애인 전환 재활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위해 재정과 사회인식 등의 현실적인 장벽과 부딪히면서도 앞으로 한걸음 더 나아가고자 한다.

택시기사의 실수로 척수손상을 경험한 25년 전 나의 삶보다는 후배 척수장애인들에게는 어제보다 더 나은 오늘,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이 펼쳐지길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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