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작은 기쁨에 대하여
[문화칼럼] 작은 기쁨에 대하여
  • 승인 2020.05.27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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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국
수성아트피아 관장
최근 여러 가지로 머리가 복잡할 때, 두 권의 책으로부터 작은 위안을 받게 됐다. 박웅현의 ‘책은 도끼다’ 와 정신과 전문의 이근후가 쓴 ‘백 살까지 유쾌하게 나이 드는 법’ 이 두 책은 읽는 재미와 더불어, 책을 대하는 자세를 다시금 여미게 하고 생각의 지평을 넓혀 주는 것 같다. 베스트셀러라면 왠지 읽어야만 할 것 같아 사놓고는 그냥 묵혀두는 나의 이상한 습관. 미루고 미루다가 부채감을 덜고자 읽은 책이 박웅현의 글이고, 하나는 며칠 전 선물로 받은 것인데 따뜻한 시선으로 가득한 이근후의 책이다.

책은 도끼다 는 ‘책을 읽음으로 감동과 울림이 있어야 하지 않겠나. 그렇기 위해서 나는 이렇게 읽는다’는 내용인데 늘 줄거리가(만?) 궁금한 나 같은 사람으로서는 이 책으로 인해 반성하는 바가 적지 않다. 여기에 소개되는 책들 중 나도 이미 읽은 것이 다수 있지만 저자는 내가 보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한다. 어차피 책이든 다른 예술 작품이든 알파와 오메가를 다 파헤칠 수는 없을 것이다. 내가 어떻게 느끼든 그것도 아주 소중하고, 거기서 하나씩 쌓아 가면 된다는 것이 평소 나의 생각인데 박웅현의 시선은 아주 세심하고 깊어 새로운 지평을 보여준다.

저자가 지적 했지만 독서의 양에 집착하는 이들 중 한 명인 나 같은 사람(그렇다고 절대 많이 읽는 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마음의 장식용에 가깝다)의 자세로는 주마간산의 한계를 벗어 날 수 없다는 것을 다시금 느꼈다. 이런 식으로는 시간을 들여 봐야 남는 게 별로다. 몇 권을, 무엇을 읽었다는 것이 중요 한 게 아니라 무엇을 발견하고 깨달은 지가 더 중요 하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지사다. 양적인 욕심을 버리고 깊이 들여다보며 읽는 자세도 습관을 들이기 나름일 것 같다.

개인적 경험으로는 실용서적보다는 고전이나 인문학 책을 읽을 때 오히려 실용적인 아이디어가 더 많이 떠오른다. 그래서 이런 책을 읽을 때는 대체로 메모장을 가까이 둔다. 읽는 사이사이 떠오르는 생각들을 적는다. 어떻게 보면 잡생각을 하는 것과 비슷하지만 이렇게 떠오르는 단상들을 나는 소중히 여긴다. 그런데 전자책을 읽었을 때는 이런 경험을 한 적이 별로 없다. e북은 스토리는 기억나지만 읽는 과정에서 창의적인 사고는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것 같다. 그리고 읽고 싶은 책은 꼭 산다. 빌려서 읽는 것도 전자책을 읽을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세계적 연주자의 공연이라 할지라도 초대받아 보는 것과 티켓을 사서 관람하는 것의 사이에는 감동의 질이 다른 것과 같다. 아무튼 매우 개인적인 성향이지만 나로서는 이런 현상은 분명하다.

‘백 살까지 유쾌하게 나이 드는 법.’ 제목이 시사하는 것처럼 저자는 85세 때 이 책을 썼다. 그러니까 나이 드는 법에 관한 말을 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춘 분이다. 정신과 전문의로 대학에서 정년을 마친 후 무려 40만 부나 팔린 베스트셀러를 쓰기도 했다. 유쾌하게 나이 드는 법에 관해 피력하는 노년의 시선이 여느 젊은이 못지않게 건강하고 따뜻하다. “인생은 필연보다 우연에 의해 좌우됐다” “인생의 슬픔은 일상의 작은 기쁨으로 인해 회복 된다”는 말에 깊이 공감한다.

의지만으로 되지 않는 인생. 그래서 산다는 것이 슬프지만 이를 이겨낼 수 있는 작은 기쁨들을 찾아내는 능력이 탁월한 분이다. 이 책에는 이러한 것들로 가득하다. 나는 언젠가 ‘슬픔에 대하여’ 라는 글을 쓴 적이 있다. 사람은 슬플 때 가장 선해진다. 그리고 그 슬픔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다면 슬픔은 너무나 허망하다는 생각이었다. 여기에 더해 저자는 슬픔을 이기는 작은 기쁨들에 관한 세세한 눈을 보여준다. 나이 들어서도 여전한 죽음에 대한 두려움. 이는 극복할 수 없는 대상이지만 오늘 주어진 새로운 하루에 감사하며, 긍정적으로 작은 기쁨을 찾아내고야 만다.

한 어른께서 세상을 떠나기 전 자식들에게 이런 말씀을 남기셨다. “한세상 사는 거 만만찮데이---” 정말 만만찮다. 한고비 지나면 또 다른 고비가 닥친다. 불행은 왜 나에게만! 이라고 생각되는 순간도 있다. 내가 겪은 세월을 돌이켜 보면 어떻게 그 시절을 지나왔지?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렇지만 살다보니 또 견디게 되고 그런 시간 속에서도 불쑥 찾아온 작은 기쁨으로 인해 위로받으며 지나온 것 같다.

깊이 들여다보고, 작은 기쁨을 찾아내는 것에 대해 이 두 책은 알려준다. 과거에도 그랬지만 특히 지금 같은 시절에는 더욱 더 중요한 가치다. 주변 정리를 깨끗이 하고 한 끼 밥을 정성스레 차려먹은 휴일 한 낮, 햇살 가득한 마루에 앉아 책과 마주하는 시간은 그 자체로 작은 기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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