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정신을 놓고 살면
<대구논단> 정신을 놓고 살면
  • 승인 2010.05.19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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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후섭 아동문학가 · 교육학박사

내일은 부처님이 이 세상을 구원하러 오신 날이다. 아니 이 세상은 이미 구원되어 있는데 아무것도 모르고 부질없는 짓을 하고 있는 중생들을 깨우치러 오신 날이다.

불가에 의하면 사람은 몸(신체)과 마음(정신)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정신을 놓고 살면 그것은 벌레의 삶과 다르지 않다고 가르쳤다. 이에 대해 법유경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로 우리들을 가르치고 있다.

옛날 부처가 사위국(舍衛國) 기수정사(祇樹精舍기원정사)에 있을 때의 일이라고 한다. 부처가 여러 비구들에게 말하기를 “마땅히 부지런히 도를 닦아 음개(陰蓋: 번뇌의 일종)를 제거해 버려야 한다. 마음이 밝고 정신이 안정되면 온갖 괴로움을 면할 수 있느니라.”고 하였다.

그때 어떤 비구는 그 뜻을 밝게 통달하지 못하여, 늘 배불리 밥을 먹고 방에 들어가 늘 잠만 자고 있었다. 그는 몸의 안일함만 좇아 마음의 쾌락만 추구할 뿐 덧없음(非常)을 관찰하지 않고, 아득한 어둠 속에서 밤낮없이 게으름만 부리고 있었다.

그런데 이레 뒤에는 그 목숨이 끝나게 되어 있었다. 그런데 정작 그는 자신의 운명을 알지 못하였다. 여러 차례 신호가 있었지만 그저 멍하니 정신을 놓고 있었기에 그는 알아채지 못하였던 것이다.

이에 부처는 그를 가엾게 여기고 또 나쁜 길(惡道)에 떨어질 것을 염려하여, 그의 방에 들어가 그를 깨우며 말하였다. “깨어나라, 어째서 잠만 자는가. 벌·소라고동·조개·좀벌레 따위는 온갖 더러운 것 덮어 숨기고서 미혹하여 제 몸이라 생각한다.

어찌 상처를 입었으랴만 마음이 마치 큰 병에 걸린 듯 고통스러워 갖가지 재앙과 어려움 만나도 도리어 잠만 자고 있구나. 깊이 생각하고 방일하지 않으며 인(仁)을 행하고 인의 자취 배우면 이로 말미암아 근심이 없어지리니 늘 기억하여 제 욕심 없애야 하네. 바른 견해를 배워 불어나도록 힘쓰면 이것이 세간의 등불(明)이 되고 몇 천 배의 복이 생겨 마침내 나쁜 길에 떨어지지 않으리.”
아득한 꿈속에서 섬광 같은 가르침을 들은 이 비구는 그 제서야 문득 깨달은 바가 있어 벌떡 일어나 앉았다.

부처가 그 비구에게 물었다. “너는 자신의 전생이 무엇이었는지 아느냐?” “음개에 덮여 스스로 알지 못합니다.” “너는 옛날 유위불(維衛佛) 때에 일찍이 출가했으나, 네 몸의 편안함만 탐하고 경전이나 계율을 생각하지 않았으며, 배불리 먹고는 물러가 잠만 자고 목숨의 덧없음을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목숨을 마치고는 영혼은 벌(蜂)로 태어나 5만 년을 지냈고, 거기서 목숨이 다하여서는 다시 소라와 조개와 나무속의 좀벌레가 되어 각각 5만 년을 지냈다. 어둠속에서 이 네 가지 벌레로 생장(生長)하는 동안 몸을 탐하고 목숨을 사랑하며 그윽한 곳을 즐기며 살았다. 그리하여 어둠으로 집을 삼아 광명을 좋아하지 않고, 한 번 잠이 들면 백 년이 지나서야 비로소 깨어났다.

죄의 그물 속에 쌓여 있으면서 벗어나는 방법을 구하지 않다가, 이제야 비로소 그 죄가 다하여 사문이 되었거늘 어찌 아직도 잠에 빠져 만족할 줄을 모르느냐?” 그러자 비구는 더욱 화들짝 놀라며 다시 머리를 조아렸다. “아, 정녕 부끄럽습니다. 당장 정신을 차리겠습니다.” 이리하여 이 비구는 마침내 깨달음을 얻어 아라한이 되었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오늘날 자신의 안일함만을 좇아 게으름을 부리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이다. 불가에서는 정신을 놓고 사는 이를 가리켜 `옷걸이(衣架)’라고도 했고 `밥통(飯筒)’이라고도 했다. `밥통’과 `밥보(밥을 싸는 보자기)’는 서로 통하는 말이다. 오늘날 우리가 자주 입에 올리는 `바보’는 따지고 보면 `밥보’에서 비롯되었고, 이것은 결국 `밥통’과 통하는 것이다.

더욱 심한 비유도 있으니 그것은 `주육(走肉)’ 즉 `달리는 고깃덩어리’이다. 우리가 정신을 놓치고 살면 우리는 다만 고깃덩어리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이 얼마나 준열한 가르침인가? 그러나 우리는 늘 정신을 놓고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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