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호 경영칼럼] 사랑한다면, 러브 경영
[박명호 경영칼럼] 사랑한다면, 러브 경영
  • 승인 2020.06.07 20:3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명호 계명대학교 석좌교수, 전 계명문화대학교 총장
대구시가 지난달부터 매달 25일을 ‘착한 소비자의 날’로 정하고, 해당 주간을 ‘착한 소비주간’으로 지정했다. 지역경제를 활성하기 위해 공공부문에서 펼치고 있는 ‘선결제·선구매’ 운동을 민간에 확대한 것이다. 평소 자주 이용하는 음식점 등에 사용할 금액을 미리 결제하고 재방문을 약속하면서 소중한 이웃인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을 덜어주려는 착한 소비자 운동이다. 코로나19 경제위기를 지혜롭게 극복하기 위한 이 운동의 기본 요건은 이웃사랑과 공동선의 실천이다.

우리의 이웃은 누구인가. 프랑스 종교개혁가 장 칼뱅은 이웃이란 가장 멀리 있는 사람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며, 이웃사랑이란 성서의 사마리아인 비유에서 보듯이 ‘그야말로 전혀 모르는 사람’까지 포용하는 보편적 사랑을 뜻한다고 했다. 그는 보상이나 답례로 혹은 자기유익을 위해 이웃을 돌보는 사랑은 진정한 사랑이 아니며, 설령 사랑받을 가치가 없는 이웃에게도 사랑을 베풀어야 그것이 진정 공동선을 위한 사랑이라고 강조했다. 인도 콜카타의 마더 테레사 본부 벽에 붙어있는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제목의 시의 마지막 구절은 이렇다. “당신이 가진 최고의 것을 세상과 나누라. 언제나 부족해 보일지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고의 것을 세상에 주라.”

지구상의 모든 종교는 사랑을 강조한다. 특히 성서에서는 사랑이 가장 위대하다고 가르친다. 사랑이 없으면 어떤 선한 것도 아무런 가치가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사랑의 실천은 쉽지 않다. 이웃사랑에는 인내와 겸손과 이타적 자세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타자 중심의 생각과 자세와 행동이 동반되어야 한다. 그리고 사랑을 베푸는 이는 당연히 자신의 불편함과 희생도 각오해야한다.

이윤추구를 목표로 하는 기업 경영에서도 사랑이 기본 가치가 되어야 한다.『러브 매니지먼트』의 저자인 제임스 오트리는 “사랑이 이익을 낳는다. 그러므로 보살핌의 리더십을 실천하라”고 강조한다. 인간은 섬김의 대상이며 따라서 존중, 존경, 사랑해야 하는 존재라는 의미다. 상대에 대한 관심과 배려, 다시 말해 진정한 사랑은 행복감을 안겨준다. 그러므로 고객, 종업원, 투자자, 공급업체 등 이해당사자들로부터 지지를 얻으려면 강한 기업을 넘어서 ‘사랑받는 기업’이 되어야 한다.

라젠드라 시소디어 교수는 『위대한 기업을 넘어 사랑받는 기업으로』에서 ‘사랑받는 기업’들의 탁월한 성과를 연구했다. 가장 중요한 점은 이 기업들이 주요 이해당사자들은 물론 지역사회 모두를 고려하는 앞선 비전을 갖고 기업을 경영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또 철저한 자기 인식과 정직함과 성숙함을 실천한다. 그 결과 모든 이해당사자들이 이런 기업과 이들이 생산하는 상품에 보기 드문 신뢰를 보내며, 진정한 애정을 키워가게 됨으로써, 마침내 글자 그대로 ‘사랑받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사랑받는 기업’의 전형인 홀푸드(Whole Food)의 기업 목표도 ‘모든 이해당사자들을 만족시키는 것’이다. 따라서 모든 이해당사자들의 이익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참여와 의사소통을 통해 갈등을 조절하면서 상생의 해결책을 찾는다. 이해당사자들을 이용 대상이 아니라 파트너로 섬기며, 강력한 결속으로 이웃의식을 형성하고, 사랑으로 공동체를 이끈다. 이것이 모든 ‘사랑받는 기업’들의 장기적 성공 관건이다.

오늘날 마케팅의 핵심은 고객의 마음과 사랑을 확보하는 것이다. 소비자의 지갑만을 노리는 구태의연한 마케팅방식은 이제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사치앤사치의 CEO 케빈 로버츠도 “사랑이 모든 마케팅의 토대가 되어야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기업은 고객을 향한 열정을 가지고, 고객 개개인에 대한 존중을 보여주며, 사회적 책임감으로 무장해야 한다. 인본주의적 영혼, 재미, 성실성, 사랑은 고객들이 그 회사를 신뢰하며 단골고객이 되게 한다. 이처럼 ‘사랑받는 기업’의 리더십은 섬김 리더십(servant leadership)이다. 1세기 전, 도산 안창호 선생은 진정으로 ‘섬기는 리더’에게는 책임 있는 주인의식과, 나를 사랑하고 나를 사랑하듯 남을 사랑하는 애기애타(愛己愛他) 정신이 요구된다고 했다. 그는 정(情)과 사랑이야말로 성공의 기본 요건임을 애써 강조하였다.

그러므로 기업의 성공지표는 재무성과만이 아니다. 이해당사자들의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고, 그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에 공헌하며, 사회적 가치를 더 해야 한다. 그들의 “P&L은 ‘손익계산서(profit and loss)’가 아니라 ‘사람과 사랑(people and love)’이다.” 미국 최고의 비즈니스 우먼, 메리 케이 애시 회장의 말이다. 사랑하는 힘보다 강한 것은 없다.

우분트(UBUNTU), “당신이 있어 내가 있다”는 말을 실천해야 할 때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