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월드의 흥망성쇠, 마침표를 잘 찍는 것도 기업의 의무
싸이월드의 흥망성쇠, 마침표를 잘 찍는 것도 기업의 의무
  • 승인 2020.06.08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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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경 한국애드 대표
2000년대 누구나 하나쯤 가져보았을 미니홈피로 대표되는 싸이월드가 지난 5월 26일 폐업했다. (폐업 신고가 아닌 국세청의 직권으로 등록이 말소되었다고 한다.) 지난해 10월 접속 불가 사태로 이용자들의 청와대 국민청원이 네 차례나 있었던 싸이월드는 이번에도 이렇다 할 공지 없이 폐업했고 사이트는 한동안 접속이 되지 않았다. 한때 3,200만 회원을 보유했었고, 2010년 급격한 하락세 이후에도 싸이월드는 여전히 많은 이들의 과거를 품고 있었다. 지난 몇 년간 레트로 트렌드에 힘입어 싸이월드와 도토리가 회자 되었고, 서로의 과거를 공유할 때 싸이월드에 올려둔 사진이 등장하는 등 싸이월드는 이용자들에게 과거의 기억을 소구하는 채널이었다. 하지만 별다른 공지 없이 싸이월드의 접속이 차단되었을 때, 데이터백업을 하지 못한 이용자들이 송두리째 과거의 기록을 잃었다는 생각에 망연자실했다.

싸이월드는 한때 국내 SNS 생태계를 지배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니홈피 아이템 구매를 위해 사용한 ‘도토리’로 사이버머니 체계를 자연스럽게 대중화시켰다. ‘일촌맺기’로 온라인으로 맺어지는 관계에 신뢰를 더했다. 또 이렇게 맺어진 ‘일촌’들과 실시간으로 대화가 가능했던 메신저인 ‘네이트온’ 서비스까지 흥행하면서 대한민국 SNS 생태계의 한 시절을 대표한 서비스였다. 이렇게 한 시대를 대표했던 서비스가 사라지는 것이니만큼 이용자들의 아쉬움도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용자 개인의 아쉬움으로 기업이 지속될 수는 없다. 특히 수년간 접속을 하지 않다가 사이트가 열리지 않는다는 소식에 몰려온 이용자들을 위해 다시 서비스를 이어가야 한다는 것은 이용자들의 욕심이다. 하루에도 많은 서비스와 콘텐츠가 생겨나고 사라진다. 한때 주목받았던 서비스라 하더라도 변화에 따라가지 못해 사라지는 경우는 허다하다. 경쟁력을 잃으면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건 어느 산업에나 있는 일이다.

안타까운 것은 싸이월드의 태도다.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대, 싸이월드를 이용한 고객과의 소통은 무엇보다 필요하다. 시작하는 것보다 마침표를 찍는 것이 더 어려운 것은 누구에게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임금체납으로 직원들이 떠나고, 사무실 임대료도 밀렸으니 사무실을 비우는 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다. 싸이월드의 안정적인 서비스가 불가능 하다는 것 또한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을 이용자들에게 알리는 것 또한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싸이월드를 이용한 이용자들도 싸이월드와 이별할 수 있는 시간을 주어야 한다. 이는 단순히 데이터 백업의 여부와는 다른 의미다. 이미 지난해 10월 사이트 접속 불가와 재오픈 사태를 겪으면서, 또 싸이월드의 폐업설이 돌면서 많은 이용자는 이미 그들의 과거 자료를 백업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며, 이미 많은 이들은 그들의 자료를 다른 저장소로 옮겨두었을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한 시대를 함께 살아온 고객이 함께 과정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싸이월드의 도메인 주소 만료는 오는 11월 12일이다. 사이트 폐지를 위해서는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폐지 30일 전에 사이트 이용자에게 알리고, 폐지 예정일 15일 전까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그 사실을 알려야 하는 행정절차도 있다. (아직 싸이월드는 사이트의 폐지 신청을 하지 않았다.) 6월 8일 현재 싸이월드 메인 홈페이지에는 일부 이용자들의 로그인이 가능하다. 또, 싸이월드의 하위 페이지인 ‘싸이월드 클럽(club.cyworld.com)’을 통해 접속하면 사진 등 데이터 열람이 가능하다. 데이터 백업을 위한 다양한 방법도 온라인으로 공유되고 있다. 로그인만 되면 일일이 저장할 수도 있으며, 싸이월드의 ‘싸이북 서비스’를 이용할 수도 있다. 이렇게, 많은 이용자는 각자의 방식으로 그들의 과거를 저장하고 있고, 싸이월드의 오늘을 기억하고 있다.

이제 남은 것은 싸이월드의 노력이다. 싸이월드는 지금의 이 상황이 마침표든, 쉼표든 아니면 또 다른 무엇이든 이용자들이 정확하게 알고 기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시인 정현종은 그의 시 ‘방문객’에서 ‘사람이 온다는 건 실로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싸이월드에게 이용자가 그러했고, 이용자에게 싸이월드도 그러했다. 함께 쌓은 시간의 무게를 공유하는 이들에게 싸이월드는 더 이상 침묵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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