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온 뒤의 김천 직지사
비로전 앞
에버랜드로
못 가고
부모 따라 절에 온 아이들
소풍 나온 지렁이와 놀고 있다
“지렁아! 어디가?”
계집아이 코맹맹이 소리
비눗방울처럼 퐁퐁 날린다
사내아이는
손나발을 하고 소리친다
“에버랜드 가?”
까맣게 잊어버렸던
푸른 별들의 말
팔랑개비 같은 아이들
지렁이 뒤를 따르고
귀 쫑긋 세운 비로전 동자상
문을 박차고 뛰어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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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호: 난향. 1962년 경남 창녕, 문병란 시인에게 師事. 한국시민문학협회 정회원, 낙동강문학 시 부분 신인상 수상, 낙동강문학 편집위원
어른들을 따라 절에 왔지만 마음은 에버랜드에 가 있다. 아이들은 이미 부처와 같은 심성을 가졌으니, 절에 있은들 재미있을 리 만무하다. 비로전 동자상이 뛰어 나온 건 아마도 함께 에버랜드에 가기 위함일 것이다.
-해설 김연창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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