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자치의 무게중심은 어디에?
주민자치의 무게중심은 어디에?
  • 승인 2020.06.10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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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희 젠더와 자치분권 연구소장
오뚜기가 넘어져도 일어날 수 있는 것은 무게중심이 아래에 있기 때문이다. 주민자치는 이러한 원리로 국가를 운영하고자하는 공동체의 생존본능이다.

우리 모두의 삶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조직으로서, 국가는 소수 엘리트에 의한 지배가 지속되어왔다.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 모두 그러했다. 좋은 행정(good administration)은 시간과 장소에 따라 달라진다. 개발도상국이나 성장기의 발전행정은 민심을 결집하고 외자를 들여와 대규모 사업을 추진하고 각종 지원정책을 통해 민생 전반을 선도하는 행정이 좋은 행정이다.

다수가 문맹, 컴맹이던 시절의 국가운영 방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권력과 자본, 정보가 소수의 엘리트에게 집중되어 생기는 모순은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현 정부는 중앙의 권한을 지방에 대폭 이양하는 분권과 자치를 우선 공약으로 내세웠다. 지방은 주민들 스스로 지역의 현안문제를 해결하면서 주체적으로 살림살이를 하라는 의미다. 중앙집권의 폐해를 충분히 경험하였기에 더없이 반가운 소식이다.

중앙이 지방에 위임했던 사무가 지방의 자치사무로 이관되어 지방자치의 틀을 마련하는데 속도를 붙여왔다. 하지만 개헌에 실패하면서 추진동력은 힘을 잃었고 여당의 무관심과 야당의 질책이 이어지는 가운데 주민 다수의 관심은 여전히 미미하다.

지방자치의 두 흐름에서 볼 때 단체자치는 수순을 밟는 듯이 보이나 주민자치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주민자치의 성공여부는 자발적인 참여와 해당 자치역량 및 자주재원이 관건이다. 그런 점에서 중앙차원의 제도개선과 더불어 지자체의 전방위적인 노력이 담보되지 않는 한 분권과 자치의 미래는 수사에 불과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성주류화 전략이 모든 정책의 전 과정에 성인지적 관점으로 접근하자는 국가전략이듯이 모든 행정의 자치주류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행정편의로 주민자치 과정을 특정 부서에서 전담하고, 특정 단체에 위탁 후 제대로 모니터링 하지 않는다면 자치의 왜곡은 쉽게 발생한다. 제2공화국 시기 잠깐 동안의 혼란스러운 경험 이후 처음 경험하는 주민자치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소수지배, 중앙집권의 문제를 해결하고자하는 계획은 늦었지만 옳다. 국가는 원칙적으로 외교·국방·질서만 담당하고 그 나머지 사무는 모두 마을로 이양한다는 원칙하에 자치거버넌스를 폭넓게 형성하여 원칙을 되새기며, 하나씩 준비해가야 한다. 그래야 국가에게 집중된 권력, 자본, 정보가 전국의 마을로 고루 분배되면서 엘리트의 지배가 최소화된다. 만약 그 방법이 기존의 행정방식, 또 다른 옥상옥에 기댄다면 문제의 원인으로 돌아가게 된다. 자치분권이 자칫 지방집권을 만들 수도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각 동에 주민자치위원회가 있고 주민자치회로 전환하는 활동이 진행되고 있다. 139개 동 중에서 6개 동에서 주민자치회 전환사업이 진행되고 있어 추이를 지켜봐야겠지만 단기간의 성과를 기대해서는 안된다. 수백 년 집권을 해체하는 일은 적어도 수년이라는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는 일이다.

동 단위에서 주민들이 모여 학습하고 토론하며 원칙적인 문제제기와 함께 지역성에 기반한 해결방안들이 만들어져야함에도 현장에서의 움직임은 크지 않다. 하지만 자치로 나아가는 현장임에는 틀림없다. 거듭 말하지만 주민자치 활동이 현장이 아닌 테이블에서, 이제까지 해왔던 ‘우리가 주도하는 활동’으로 제한되거나, 옥상옥이 된다면 또 다른 집권이 될 가능성이 높다.

행정과 주민대표는 항상 주민자치 원칙을 염두에 두어야한다. 대구광역시와 각 구청은 마을이 스스로 풀 수 없는 문제에 한하여 보충적으로 개입하거나 마을 간 갈등을 조정하고 통합하는 사무를 담당하면 된다. 무게 중심을 국가에서 마을로 바꾸는 과정은 권력의 집중을 막아 각종 폐해를 없애는 효과만 아니라 공동체를 구성하는 주민들이 성장하는 기회를 가지게 된다는 점이 중요하다.

현 시점에서 본다면 평생교육의 필요성이 여기에 있지 않을까 싶다. 학창시절 배우지 못했지만 지금 절실히 필요하기 때문이다. 교육은 배워서 장롱에 모셔두는 것이 아니라 함께 우리가 필요한 것을 만드는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주민들이 마을의 문제해결을 위한 작은 권한을 가진다면, 그 권한은 주민을 한없이 성장하게 만들 것이다. 우리 모두 자치를 위한 권한을 가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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