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접촉의 교육과정을 고민하며
비접촉의 교육과정을 고민하며
  • 승인 2020.06.11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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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견숙
경북대학교사범대학부설초등학교 교사


격일 등교가 시작된 지 5일째다. 2학년인 우리 반의 경우 이미 2주 간의 4부제 안심 등교를 거친 후에 홀짝제 등교로 이어진 셈이다. 그 전에 안심 등교를 해 봐서 그런지 아이들은 열 명 남짓 앉아 있는 교실의 모습이 제법 익숙한 모양새다.

격일 등교에서의 수업은 원격 수업과 대면 수업이 하루씩 번갈아가며 진행되는 형태로 이어진다. 학생과 학부모, 교사 모두 조금씩 현재의 상황에 적응해가고 있지만, 격일제를 하게 되면서 교육과정 운영에 대한 선생님들의 걱정이 더해진 것이 사실이다. 바로 비접촉의 교육과정에 대한 고민이다.

물론 사상초유의 온라인 개학이 시작되었던 때에도 ‘어떻게 수업을 구성해야 할지’, ‘가정에는 어떤 방식으로 설명되어야 할지’ 등 수업에 대한 선생님들의 고민은 많았다. 나 같은 경우에는 학부모님이나 학생들이 얼마나 쉽고 편하게 접근하면서도, 가정 안에서 학습을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주로 했었다. 지금 격일 등교에서도 가정에서 학습하는 원격 수업의 경우는 이러한 고민이 어느 정도는 해소되고, 안착된 듯하다. 모두의 생각보다 훨씬 긴 원격 수업의 기간 동안 학교별로 다양한 해결책을 내놓았고, 가정에서도 적극적으로 학습에 관심을 가져준 덕분이다.

지금부터 새롭게 검토해야 할 부분은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대면 수업에 대한 것이다. 안전한 대면 수업을 위한 수업 재구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이제까지 선생님들은 교과서의 내용을 그대로 답습하기보다는 성취기준에 맞는 다양한 형태의 수업을 재구성해왔다. 그러나 지금은 비접촉을 전제로 하는, 무언가 제한하는 재구성은 정말 처음이다. 그래서 이제까지와는 다른 방식의 수업 재구성이 필요해졌다.

특히나 초등학교의 경우 교육과정에 협동학습이 충분히 반영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정말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관점의 대안을 마련하지 않을 수 없다. 더불어 저학년의 통합교과의 경우에는 활동이 전반적으로 작게라도 신체적인 접촉이 발생하는 놀이가 대부분이다 보니, 교육과정 재구성과 관련해서 고민의 시간이 늘었다. 어쩌면 초등학교 저학년 교육과정뿐만 아니라 사실 전반적인 교육 사조의 흐름이 개별학습보다는 협력학습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에, 제한된 학교급 만의 고민은 아닐지도 모른다. 이미 온라인으로 하는 다양한 수업, 학급운영 등의 방법을 교육청에서 많이 지원하고 있는데, 이제는 대면 학습의 부분도 함께 고민해줬으면 하는 생각도 해 본다.

우리 학교 2학년 학생들은 지금 ‘집’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학습을 이어가고 있다. 며칠 전의 수업에서는 ‘집 놀이’를 해 보는 즐거운 생활 시간이었다. 술래잡기랑 비슷하기에 지금 할 수 있을 리 만무하기에 어떤 놀이를 해야 할까, 나는 며칠 전부터 고민을 하다가 가위바위보 놀이를 변형해 보았다. 칠판 앞에 원 마커 다섯 개를 나란히 놓은 뒤, 한 친구가 시작점에 서서 앉은 친구들과 각각 한 번씩의 가위 바위 보를 한다. 이기면 한 칸, 지면 뒤로 한 칸. 이런 식으로 아홉 번의 경기 끝에 아이가 원 마커의 어느 점까지 가는지 대결하는 놀이였다. 신나게 뛰어야 할 시간에 아홉 명의 친구들은 앉은 채로, 한 명의 친구만 교실 앞에 서서 가위 바위 보만 하는데도 아이들은 참 재미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이 친구들에게 어떻게 비대면이지만 함께하는 즐거움을 가르칠까, 교사가 더 많은 고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앉은 채로 진행한 체육 수업을 마친 교실에서의 점심 식사는 숙연하다. 초등학교 아이들을 맡아서 함께 급식지도를 한 이래로 이렇게 조용한 급식 시간을 맞아보는 건 실상 처음이다. 집에서 몇 번이고 주의를 당부하였을 부모님께 감사드린다. 물어볼 것이 있다며 밥을 먹다말고는 황급히 마스크를 뒤집어쓴 후에야, 내게 이야기를 건네는 아이를 보고 있자니 참, 우리에게 이런 일들도 다 생기는구나, 하는 마음이 절로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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