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배장이
도배장이
  • 승인 2020.06.14 20:5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인숙

왜 벽만 보이는 걸까

벽이 내 앞을 가로막아 설 때마다

활짝 웃는 장미꽃무늬 벽지를 바른다

간혹 다 떼어내지 못한 가시발톱이

줄을 세우기도 하지만

무작정 그 위에 연꽃 도배지를 눌러 바른다

삶이 뿌리는 저 검은 그림자들

앞을 보나, 뒤돌아보나 벽이 길 막고 서 있다

사랑하는 이들 사이 애증과

꽃과 꽃가시 사이

해맑은 웃음과 눈물 사이

모든 틈새에 벽지를 발라 위장해야 한다며

없는 벽, 쌓기도 하는 난 허술하고도

시시한 시, 도배장이

◇정인숙= 경산 자인 출생. 경북대 문리대 국어 국문학과 졸업. 경주 월성 중학교 전직 국어교사.1993년 계간지<시와시학>으로 신인상 수상. 시와시학시인회 회장역임. 현대불교문인협회 대구지회 회장 역임. 포엠토피아. 시마을 , 서부도서관, 청도도서관, 북부도서관 시강의. 지금 본리도서관, 대구문학아카데미 현대시 창작반 강의. 범물 시니어 복지회관에서 내 인생의 꽃에 대한 강의. 2019년 대구칼라풀축제에서 대구문인협회 주최로 정 숙 극본 ‘봄날은 간다1’ 시극공연. 만해 ‘님’ 시인 작품상 수상 시집<바람다비제>(10).대구시인 협회상 수상(15).경맥문학상(20).시집: 연인, 있어요(20)외 다수

<해설> 인(仁)은 인간이라면 가지고 있어야 하는 가장 기본적인 정서로서, 그것은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인간의 본질이자 인간의 존재 근거로서 기능한다. 의(義)는 인(仁)이라는 인간의 본질이 잘 실현되도록 하기 위한 행위의 규칙이자 판단의 근거이다. 우리에게 가장 상처가 되는 말은 무엇일까? 왜 그 말에 상처받을까? 그 말이 사실이라서? 아니면, 사실이 아니라서? 아니면 사실인지 아닌지도 몰라 혼돈스러워서? 우리가 살아오면서 가장 상처가 된 말은 “먼저 인간이 되라”, “능력 있으면 뭐해, 돈 많으면 뭐해, 높은 자리에 있으면 뭐해” 등등 이다. 이것은 맞다고도 틀리다고도 할 수 없어서, 평생 악하게는 보이지 않기 위해 고민하며 산다. 우린 이미 인간이지만, 착하고 완전한 사람은 당연히 아니다. 우리는 모두 수많은 평가와 비난, 알 수 없는 냉담과 판단에 상처받아온 한 사람일 뿐이다. 결국 사람은 다 다른 듯 똑같다. 다만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의 선택이 있을 뿐이다. 나를 사랑할 것인가 포기할 것인가 고민하다가도, 스스로를 사랑하며 자신을 돌아보고 정리하며 살아간다. 너와 내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여기는 많은 불완전함은, 또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는 보이지 않는다. 일어나지도 않은 일과 지나간 과거를 위해,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살아야 한다. 때때로 자만심을 포기하는 것이 진정한 자존심을 얻는 것이기도 하다. 가슴과 입은 한 뼘 차이밖에 안되는데, 가슴에 담아둔 말을 꺼내놓는 건 힘들다. 태생부터 인간이 평생 느끼는 결핍감은 외로움이다. -성군경(시인)-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