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왜곡금지법 = 역사왜곡법
역사왜곡금지법 = 역사왜곡법
  • 승인 2020.06.18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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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진
대구 형사·부동산 전문 변호사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과반수 의석 확보를 바탕으로 ‘일제강점기 전쟁범죄, 5·18 민주화운동, 4·16 세월호 참사’ 등 특정 역사문제에 국한하여 역사적 사실을 부인·왜곡하고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모욕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역사왜곡처벌법’ 입법화를 추진하고 있다. 위 법안에는 역사적 사실을 왜곡해 폄훼하거나 피해자 등을 모욕하는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위 법안은 표현의 자유, 학문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법은 1970년대의 박정희 정권에서도 생각하지 않았던 법으로 전체주의 독재 국가에서나 있을 법한 ‘위헌적 발상’에 가깝기 때문에 사법농단을 엄청나게 주장하는 판사 출신들이 많이 있는 여당에서 이와 같은 법안 발의를 검토한다는 자체만으로 법률전문가 입장에서는 너무나 염려되고, 나라를 이끌고 있는 여당이 도대체 어떻게 이런 발상을 하게 됐는지 그 자체로 놀랍다.

역사란 과거와 현재 간의 ‘끊임없는 대화’로서 계속적으로 새롭게 해석되고 새로 쓰여지는 것으로 역사적 사실은 확정적이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0년 기준으로 어느 특정 정파의 판단으로 가지고 ‘역사적 사실은 무엇이다’라고 정의하고 그에 어긋나는 주장을 처벌대상으로 한다는 것은 명백한 표현의 자유 및 학문의 자유 침해임은 깊이 생각해볼 필요 조차 없다. 1970년대 이후 ‘김일성 항일독립운동설’에 대하여 대학생들 및 일반인 사이에서도 이에 관한 말들이 있었지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시절에도 이를 금지하는 법이 만들어진 적은 없다. 현재까지 밝혀진 역사적 사실이 무슨 ‘만고불변’의 진실이 아닐 수 있는데 그것에 어긋나는 주장을 하면 법으로 처벌하겠다는 것은 상식에 비추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법안의 촛점은 5.18. 항쟁 및 세월호 참사에 관한 부정적인 언급을 금지하려는 의도이지만 위 사건들은 이제 5~20년 안쪽에 불과한 사건들로 아직 실체적 진실이 드러나지 않았다.

역사는 역사가들의 연구의 대상이지 법이나 정치가 관여할 대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결론에 어긋나는 주장을 처벌하는 것은 결국 학문의 자유 침해에 다름 아니고, 결국 현재 집권 여당이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역사적 주장과 일치하게 ‘재갈’을 물려 영구불변의 역사로 고정시키려는 시도라고 볼 수 밖에 없고, 이를 심하게 표현하면 유신독재 시절 긴급조치로써 유신헌법을 비판하는 행위 자체를 처벌하려는 시도와 동일하다.

학문적 연구의 경우 처벌대상이 아니라는 단서조항이 첨부되겠지만 순수한 아마추어적 입장에서 역사적 사실을 비판하는 것이 학문적 연구의 자유와 동일 개념이 아니라는 점에서 이는 눈가리고 아웅하는 조항에 불과할 것이다.

또한, 실제 수사 및 재판에서 경찰관, 검사, 판사가 역사 판단을 하여야 하는데 이들의 역사적 판단능력을 역사 학자 이상으로 요구하는 것이 되어 생각만 해도 엉망인 수사 및 재판이 될 것이다.

여당이 주장하는 역사적 사실만을 처벌대상으로 하고 ‘6.25. 남침 부인, 천안함 북한 폭파 부인’ 등은 당연히 위 법에서 제외될 것이므로 특정 사안에 대해서만 적용되는 법을 만드는 것 자체도 법의 기본원칙에도 어긋난다.

헌법상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라면서 국가보안법 상 찬양고무죄 등의 폐지를 위해 투쟁해 온 분들이 현재 여당 국회의원 또는 지도부에 많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들은 과거로 돌아가 자신들이 국가보안법 투쟁을 할 때의 시각으로 이 문제를 다시 한 번 바라보았으면 하고, 그렇지 않으면 권위주의 정권을 비난하면서 결국 자신들은 권위주의 정권으로 회귀한 것이 되는 것이다. 여당은 선거의 승리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 이성을 차리고 역사를 좀 더 열린 유연한 시각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역사왜곡처벌법‘이 ’역사왜곡법’이 될까 심히 염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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