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에 핀 문화공간…지역 예술계 희망 ‘ON’
전통시장에 핀 문화공간…지역 예술계 희망 ‘ON’
  • 황인옥
  • 승인 2020.06.18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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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나갤러리 류지헌 관장
작가 매니지먼트 역할 하고파
1층 복합문화공간· 2층 전시장
미술학도 전시 기회의 場 활용
오픈갤러리 형식 회원제 지향
북 콜렉터서 작가로 변신
스테인드글라스 작업 진행
음악서 받은 영감 형상화
2개 지점 출입구 직접 꾸며
보나갤러리 류지헌 대표
보나갤러리를 작가중심의 갤러리로 운영하겠다는 포부를 밝히는 류지헌 관장이 정태경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보나갤러리 경산점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농산물, 축산물, 수산물, 건어물 등을 취급하는 398개의 공설점포를 지나면 시장 끝자락에 개인점포 지구가 나타난다. 그 중앙에 스테인드글라스로 제작된 출입문을 한 점포가 예사롭지 않은 기운을 건넨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나무로 마감된 벽면에 정태경 작가의 작품들이 위풍당당하게 걸려있다. 보나갤러리 경산점인데, 최근 개막해 정태경 개인전을 개막전으로 열고 있다.

1층을 관람했다면 이번에는 2층. 주택을 개조해 만든 또 다른 전시공간인데 전형적인 화이트 큐브 공간이다. 동일한 작가의 그림을 걸었지만 작품과 공간의 변주가 만들어내는 정서는 사뭇 다르다. 1층 공간이 나무의 거친 질감을 그대로 수용한 날것 그대로라면, 2층은 전형적인 화이트큐브로 차분하다.

◇대구와 경산 전통시장에 갤러리 운영

보나갤러리 경산점은 60여년의 역사와 400여개의 점포를 자랑하는 전국적인 규모의 경산공설시장(이하 경산시장)에 문을 연 첫 갤러리다. 전통시장 현대화 사업이 한창인 시장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을 문화전초기지가 될지는 아직은 미지수지다. 분야는 다르지만 시장의 발전을 위한 일원으로서의 활동은 지금부터 시작이지만 상인들과의 관계는 좋다는 귀띔이다.

보나갤러리 류지헌 관장이 “2014년에 점포를 구입해 세를 놓으면서 시장 상인들과 안면을 트고 교류를 해왔다. 그래서인지 갤러리를 연다고 했을 때 시장상인들의 반응은 좋았다”는 설명을 곁들였다. “전통시장에 문화공간이 생겨서 시장 골목의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상인들이 반겨주고 있다. 일단 출발이 좋다.”

보나갤러리 경산점은 오픈갤러리로 운영된다. 1층은 조각이나 설치 또는 공연 등의 복합문화공간으로 활용하고 2층은 전시장으로 운영된다. 전시장은 회원제 작가 그룹 형식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작가 그룹이 만들어지기 전까지는 전시를 희망하는 작가들을 초대하거나 대관하는 형식을 취하게 된다.

청도는 지역 곳곳에 갤러리가 포진해 있지만 경산에는 갤러리를 찾기가 쉽지 않다. 전국에서도 가장 많은 대학들이 경산시에 몰려있고, 대학마다 미술대학이 운영되고 있는 현실에 비춰보면 열악한 환경이다. 류 대표는 “경산 문화의 전초기지가 되면 더할 나위가 없겠지만 그것이 아니더라도 경산의 문화부흥을 위한 작은 씨앗 정도는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전통시장 한가운데에 갤러리를 열게 됐다”고 했다.

“점포에 세를 놓았다가 내가 이 공간을 문화공간으로 살리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갤러리로 꾸미게 됐다. 경산에서 대학을 나온 미술전공자들이 경산에서도 전시를 하며 미술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희망의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

전통시장에 갤러리를 꾸린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2년 전에 대구 방천시장 인근에 보나갤러리 대봉점을 오픈해 지금도 운영 중이다. 이 공간 역시 오픈갤러리로 회원제 운영을 염두에 두고 회원을 모집하고 있다. “10명 정도의 회원제를 염두에 두고 있다. 갤러리 전시 뿐만 아니라 아트페어에도 작가그룹으로 참여하도록 돕고 싶다. 작가들을 위한 매니지먼트 역할을 하고 싶다.”

사실 류 대표에게 전통시장과 문화예술의 접목은 익숙한 조합이다. 그는 전국의 대표적 관광테마골목으로 자리한 ‘김광석 다시그리기 길’이 조성되던 2007년에 방천시장에 터를 잡고 2009년부터 방천시장 살리기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전 과정을 지켜봤다. 그는 당시 보나갤러리 대봉점 공간에 사무실을 차리고 기획사를 운영했다.

그는 “전통시장인 방천시장이 문화예술을 접목해 관광명소가 되는 것을 지켜보았기 때문에 경산시장에 갤러리를 오픈하는 것에 두려움은 없었다”고 했다. 그보다는 보나갤러리 경산점을 시작으로 경산시장에 문화공간들이 속속 자리를 잡아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에너지원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컸다. “당장에 두 갤러리 모두에서 수익을 창출하기는 힘들지만 운영하면서 다양한 기획을 통해 수익구조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유리와 스테인드글라스 작가로 입지 굳히고파

보나갤러리 대봉점과 경산점 츨입구는 모두 유리로 작업한 스테인드글라스로 마감되어 있다. 류 대표가 직접 만든 작품들이다. 그는 갤러리 운영 이전에 작가로 활동을 먼저 시작했다. 대학에서 생물학을 전공했지만 2007년부터 본격적으로 미학과 미술사를 공부하고 그림을 시작했다. 기획사를 운영할 당시 작가들의 도록 출판을 주종목으로 하면서 미술을 접하게 되었고, 잠자고 있던 미술에 대한 끼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전부터 작가들이 작품이나 희귀한 책들을 콜렉션했다. 나는 콜렉터에서 작가로 발전한 케이스다.”

그의 작업 주재료는 유리다. 얼음 결정체나 광석의 모습을 닮았지만 크기나 모양이 제각각인 ‘유리조각’의 매력에 빠져 스테인드글라스에 도전했다. 처음에는 어린왕자 등의 동화를 주제로 했지만 이후 음악에서 영감을 받고 있다. “음의 흐름을 따라가며 잡히는 이미지가 있다. 그 이미지를 스테인드글라스로 형상화한다.” 그는 말러의 11개 교향곡을 작품으로 만들 계획을 세워두고, 현재까지 3개의 작품을 완성했다.

스테인드글라스 작업은 계속해서 진화하고 있다. 유리조각으로만 작업하던 것에서 출발해, 추상회화로 밑그림을 그리고 그 위에 유리조각을 오브제로 활용해 덧입히는 방식으로까지 확장했다. 그는 “유리조각 하나는 뾰족하지만 붙여놓으면 그보다 부드러울 수가 없다. 유리조각을 통해 세상을 보면 잔상으로 보이고, 그것이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다. 이것이 모자이크의 매력”이라고 했다.

미술 감상자에서 생산자인 작가로 변신한 류지헌. 경산에 작업실을 두고 대구와 경산 갤러리 2곳을 운영하며 작품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작가로 활동하면서 대안공간의 필요성을 느끼면서 갤러리까지 운영하게 됐다고 한다. 특히 그가 운영하는 두 갤러리 모두 전통시장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것은 매력으로 다가온다. “문화가 있는 곳에 희망이 있다고 믿고 있다. 나 자신 작가로 활동하면서 작가에 대한 공감대가 생겼다. 보나갤러리 두 곳이 작가 중심의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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