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칼럼]투자자의 가장 큰 문제는 자기 자신이다
[재테크칼럼]투자자의 가장 큰 문제는 자기 자신이다
  • 김주오
  • 승인 2020.06.21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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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현일
하이투자증권 침산지점 과장
워렌 버핏의 스승인 벤저민 그레이엄은 “투자자의 가장 큰 문제이자 제일 위험한 적은 자기 자신이다.”라고 했다. 인간은 의사결정을 할 때 이성과 합리성보다 감정과 경험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 이중에서 위험에 반응하도록 하는 감정은 생존의 관점에서 볼 때 인간에게 유리하게 만들어진 것이다. 문제는 우리가 무심코 내리는 의사결정이 일상에서는 대부분 유용하지만 투자의 세계에서는 비극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이다. <워렌 버핏처럼 투자심리 읽는 법>의 저자이자 행동경제학자인 제임스 몬티어는 투자자들이 자기 자신에 대해서 잘 알고, 나아가 자기가 판단을 내리는 과정을 이해한다면 보다 나은 투자과정을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기본적으로 인간은 감정을 다루는 일에 서툴다. 투자자들 역시 감정의 함정에 빠지기 쉬운데 이를 막기 위해서는 스스로와 미리 약속을 하는 것이 좋다. 시장에 별일이 없고 투자자가 이성적인 상태일 때 어디에 투자할지 분석해 놓는 것이다. 역발상투자의 대가인 존 템플턴 경은 급락이 일어나기 전에 살 주식들을 미리 정해놓았다고 한다. 좋은 회사지만 가격이 비싸다고 생각하는 주식을 적은 리스트를 작성해 둔 것이다. 시장이 무너지면서 투매가 나오면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이 힘들기 때문이다. 그는 리스트에 있는 주식들이 기다리던 가격까지 내려오면 기계적으로 매수했다고 한다. 좋은 투자과정을 통해 감정의 함정을 극복한 대표적 사례다.

투자 손실을 불운 탓으로 돌리는 것 또한 투자자들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다. 대부분의 경우 잘못된 분석이 원인이기 때문이다. 우리 안에 깊숙이 스며든 귀인편향과 싸우려면 투자결정을 내린 이유를 글로 써서 남겨야 한다. 헤지펀드의 대부 조지 소로스는 일기장에 투자결정과 함께 결정을 내린 이유에 대해 기록했다고 한다. 이를 통해 투자결과와 이유를 대조하기만 해도 단순히 운이 좋았던 것인지, 아니면 실력이 많이 작용했던 것인지를 알 수 있었다. 더불어 자기가 어떤 지점에서 실수를 반복하는지도 알 수 있다. 투자일지를 쓰면 결과가 나온 후에 사건을 재평가하기보다는 편향이 개입되지 않는 시점에서 우리의 생각을 볼 수 있어 유용하다.

결과적으로 성공했다고 해서 선택이 정당화되지 않는다는 것도 중요하다. 템플턴 경은 “투자방법을 심사숙고해야 할 때는 가장 큰 실수를 했을 때가 아니라 가장 성공했을 때다.”라고 했다. 야구경기를 할 때 팀이 이겼다고 해서 승리투수의 부진까지 좋게 평가할 수 없는 것처럼 투자를 할 때도 수익이 났다고 해서 잘못된 과정이 정당화될 수 없다. 우리는 결과를 통제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결과에 집착한다. 하지만 과정에는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좋은 투자과정 만들기’에 집중해야 한다. 결과에서 과정으로 관점을 옮기면 장기성과를 향상시킬 수 있다. 더불어 통제할 수 없는 단기수익률에 대한 걱정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워렌 버핏처럼 투자심리 읽는 법>에서는 간단한 규칙을 통해 심리적 편향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한다. 예를 들면 작은 접시에 음식을 담는 것만으로도 체중조절이라는 목표달성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3가지 이상의 행동을 한 번에 고치려 하지는 말라고 한다. 사람은 한꺼번에 많은 것을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투자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투자를 돌이켜 보고 ‘체크 리스트’를 만들어서 투자결정을 내리기 전에 점검한다면 성과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다. 제임스 몬티어는 “투자를 할 때는 우울한 것이 좋고, 일상에서는 현실을 보다 좋게 받아들이는 것이 최고의 해결책”이라고 조언한다. 어쩌면 우리는 이 둘을 거꾸로 해 오지는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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